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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Mar 23. 2019

특별한 공간


  9시쯤 상우가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자연스레 잠에서 깼다. 사실 여행 중에 아침에 잠이 한번 깨면 그 뒤에는 잠을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이른 아침 시간에는 깨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있었기에 일부러 자는 척을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거나, 엎드려 누워있었다. 그렇게 10시에 가까워질 때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크게 기지개를 켜고 나갈 준비를 했다. 프라하에서 산 하얀 나이키 신발이 내 침대 옆에 놓여있었는데, 볼 때마다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디자인도 예쁘고 여행할 때 신기에 좋은 신발인 것 같았다. 집을 나와 성 이스트반 성당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유심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있어서 유심도 사고 성당 옆쪽에 있는 야외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각자 오믈렛과 , 상우는 아포가토를 , 난 라떼를 주문했는데 라떼가 너무 예쁘게 접시에 담아 나왔다. 그냥 컵받침에 라떼 한잔이 나오는 게 아니라, 예쁜 라떼아트가 되어있는 동그란 잔과, 컵받침, 그 옆엔 작은 유리잔에 담겨있는 탄산수와 , 라떼와 곁들여 먹을 수 있게 내준 작고 동그란 쿠키가 있었다. 동유럽에 온다면 이런 예쁜 카페 겸 레스토랑을 와서 가벼운 티타임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상우는 오믈렛이랑 같이 먹겠다며, 아포가토가 다 녹는데도 오믈렛이 나오길 기다렸다. 안에 치즈가 들어있는 오믈렛이었는데, 정말 맛있었고 주문할 때 비싸다고 생각했던 게 후회되었다.


  밥을 다 먹은 후 성당을 들어갔다. 기부금을 내고 들어가는 형태로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넣고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정책이 바뀌었는지 기본적으로 200 포린트는 내야 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온 창문이 스테인글라스로 만들어져 있었고, 모든 색감이 아름다웠다. 또 천장과 벽에는 말도 안 되는 표현력으로 그림들을 그려 놓았다, 장식들 또한 조화롭게 자리해있었다. 성스럽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위대한 건축물이다. 지어진지는 50년 정도 되었고, 중간에 한번 무너졌다고 한다. 성당을 나와 앞쪽에 뻥 뚫려있는 광장을 둘러보다 세체니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넘어가자마자 원형 교차로가 있었고 우린 그 오른쪽으로 향했다, 딱히 눈에띄는 음식점이나 카페는 없었기에 더 가보는 것을 멈추고, 미리 구매해야 하는 자그레브행 버스표를 구매하러 Nepliget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원래 가격은 2만 원선 이였지만, 여행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버스표를 알아보니 회사가 바뀌면서 가격도 6만 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나는 어찌 됐든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거고, 가격이 바뀐 것은 어쩔 수 없는 도리 이기도하고, 여행이 우리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고 6만 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상우는 이런 일에 민감하고 예민하다. 예상 지출 금액보다 3배나 되는 금액을 지불하여야 하는 상우 입장으로써는 당혹스럽고, 짜증이 났을 것이다. 버스표를 구매하고 나서도 상우는 얼굴이 방금 씻은 새빨간 토마토처럼 빨개졌고, 땀을 흘렸다. 분을 삭이지 못하는 상우를 보며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만 풀고 가려고 했던 곳이나 가자 얘기하며 다시 지하철을 이용해 부다페스트 젊은 층의 거리인 바츠 거리로 갔다.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도 가보고, 젤라또도 사 먹으며 구경을 하다 배고파진 우리는 적당한 가격의 음식점을 찾아 피자를 사 먹었다. 유럽은 웬만하면 대부분의 음식들이 짜기 때문에 메인과 샐러드를 같이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바츠 거리를 둘러보고,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시장으로 , 각종 야채와, 고기, 모든 종류의 음식들을 팔고 있었고, 2층에선 관광객을 겨냥한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1층은 이곳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았고, 2층은 관광객들이 많아 보였다. 볼거리는 많았지만, 살만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보고 야경을 보러 갔다.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겔레르트 언덕이라는 곳으로 , 부다페스트의 전경이 보이는 언덕이다. 어느 정도 올라가면 커다란 나무들에 가려 전경이 살짝 가려지는 지점이 있다. 이곳에서도 어느 정도 부다페스트를 둘러볼 수 있지만, 정말 전경이 펼쳐지는 곳은 더 올라가야 나온다. 계속해서 위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270도로 부다페스트가 전부 보이는 언덕이 있다. 이 지점이야말로 야경 스팟이다. 해가 아직 지지 않았을 때 도착했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차라리 이 시간에 갔던 게 좋은 것 같다. 해가 떠있을 때와, 지기 시작하고 하늘이 빨갛게 노을 지는 시간, 해가 다 지고 어둠 속에서 부다페스트가 밝게 빛나는 시간, 각기 다른 모습의 부다페스트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6시가 되기 전에 미리 가서 이 세 모습들을 다 구경하면 좋을 것 같다. 해가 다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분위기가 훨씬 더 무르익는다, 특히 겔레르트 언덕의 중앙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마치 그 검은 바다에 빠질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야경은 둘째치고 이 공간 자체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 반드시 가봐야 한다. 야경은 프라하보다 훨씬 예뻤고, 270도 어딜 가나 사진에 다 담아내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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