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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Mar 29. 2017

완벽한 마지막

잊을 수 없는 식사


프라하의 다섯째 날, 마지막 날이다. 프라하에 있는 4일 동안 내가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말이 있다. ‘디저트 먹자’ 상우 귀에 박히도록 몇 번이고 말했지만 늘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불러 당최 디저트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기어코 먹는다 다짐을 하고, 디저트 꼭 먹는 날이다 하고 너무 늦지 않은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어디서 먹을지 상의 중에 상우가 프라하 성 주변을 좀 더 둘러보자 해서 , 그 주변에서 밥을 해결하기로 정했다. 


  전에 프라하 성으로 가기 위한 길은 입구 쪽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지만, 늘 새로운 길을 추구하는 상우가 이번엔 후문 쪽으로 들어가 보자 해서 우리 숙소에서 레트나 공원 쪽으로 가는 길로 향했다. 막상 프라하 성 후문으로 가보니 마땅히 밥을 해결할만한 레스토랑이 없어서, 프라하 성을 가로질러 다시 정문 쪽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후문으로 들어갈 때도 정문과 마찬가지로 짐 검사를 하나하나 했고, 방문객이 워낙 많아 몇십 미터가 되는 긴 줄을 기다려 다시 정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애초에 후문으로 들어가는 걸 반대했던 나였던 터라 이곳저곳 빙빙 돌고 긴 줄까지 기다려 프라하 성 정문으로 다시 돌아오니 살짝 짜증이 났다. 


  하지만 우연히 찾은 레스토랑에 들어앉는 순간 그때까지 여기저기 걷고 길을 찾느라 힘들었던 심신이 순식간에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바깥 테라스 자리에 앉으면 담장 너머로 보이는 프라하의 모습과 푸른 하늘 아래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정말 모든 프라하 여행객들에게 추천하는 필수 코스라고 장담할 수 있다. 프라하에서 최고의 마지막 아점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때마침 프라하성 안에서 군악대가 연주를 하며 근위병 교대식을 해서 더욱 특별한 식사가 되었다. Cafe Salmovsky Palac이라는 레스토랑, 프라하성 정문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프라하성을 간다면 꼭 들러야 할 레스토랑이고, 가지 않더라도 이 레스토랑을 위해 꼭 가야 한다.  가격도 많이 비싼 편이 아니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만약 이 레스토랑을 간다면 무조건 그늘이 있는 야외 테라스에 앉기를 추천한다. 무조건.


  밥을 다 먹고도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미래에 대해, 평소의 생각에 대해 애기를 주고받으며 1-2시간가량을 있다가 새로운 목적지인 바츨라프 광장을 향해 시내로 내려갔다. 사실 이때 난 체력도 많이 약해져 있기도 했고, 이미 프라하의 분위기가 대충 어떤지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때문에 상우가 가자는 바츨라프 광장은 가지 않기로 하고 이때부터는 각자 행동하기로 했다. 팔라디움 쇼핑몰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난 팔라디움 쇼핑몰 앞에 있는 시장으로 가서 물건들을 구경하며 , 꿀로 만든 와인을 사고 꽤 좋아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 인종차별을 살짝 경험했다. 웨이터들이 분명히 날 보기도 했고, 내가 손을 들어 주문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는데도 , 다른 사람들의 주문을 먼저 받거나 한참 뒤에야 내게로 왔다. 이게 인종 차별이었는지, 아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라고 믿고 싶다. 당시에는 일부러 쿨한 척 행동했다. 약속시간이 되어 팔라디움 앞에서 상우를 만나고 신발 때문에 발이 너무 아팠던 나는 쇼핑몰 안에 있는 나이키 매장에서 운동화를 하나 사버렸다. 한국과 가격이 많이 차이 나진 않았지만, 당시 신고 있었던 신발이 너무 불편해 도저히 사지 않으면 안 되겠어서 마음먹고 편한 운동화로 샀다. 


  별거한 것도 없었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6시가 다 되어 있었다, 다음 목적지인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버스가 밤 11시였기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그동안 5일 치 집에 익숙해져 있던 샴푸, 바디워시, 수건들을 다시 제자리인 캐리어에 돌려놓고, 옷장 속 냄새가 배어버린 옷들도 차곡차곡 넣어놨다. 아쉬움이 남았다. 비록 5일 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 포근함과 아늑함으로 가득 차있었던 프라하의 내 집 같은 집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한 뒤 집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맥도널드에 가서 끼니를 때웠다. 이곳 맥도널드는 신기했던 점이, 만약 내가 주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음식을 준비해서 내 주문을 끝내고 나서 뒷사람 주문을 받는다. 집으로 돌아와 10시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만 원 좀 넘는 가격의 버스인데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자리도 굉장히 편해서 부다페스트까지 편히 자면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 헝가리로 가는 사람이 프라하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헝가리로 향하는 길목에 중간중간에 사람들을 추가로 더 태워서 , 그때마다 잠에서 깼다. 아침 6시에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별도의 입국심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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