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의 첫날
아침 6시에 부다페스트 Nepliget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정확히 버스 터미널 안에서 내려주신 게 아니라서 처음 내린 길거리에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대충 어디로 가야 할지 자연스레 알게 되는 직감이 생긴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으로 향했고, 버스 터미널 내부로 들어갔다. 프라하에서 쓰던 유심은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와이파이를 찾아다녔지만, 그 큰 건물 어디에서도 와이파이는 찾을 수 없었고, 유심칩을 구매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미리 뽑아온 바우쳐만 보고 체크인 시간이 9시 30분인 것을 확인하고 버스 터미널 지하 1층으로 내려가 한 조각에 1000원 하는 두꺼운 피자를 사 먹고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며 시간을 보냈다.
호스트의 답장을 받지 못한 채 무작정 택시를 타고 숙소를 찾아갔다. 부다페스트 택시가 비싸단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비쌀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한 20분 정도 들어갔는데 4만 원이 나왔다. 그땐 둘 다 현금이 없었기에 상우가 택시기사가 알려준 ATM 기에서 돈을 뽑아냈다. 상우는 이렇게 한순간에 예상치 못한 금액이 지출될 때 더워지고, 식은땀이 나며 표정이 굳어진다. 그 모습이 또다시 보였고, 덩달아 똥까지 마려운 상황이어서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 대답 없는 호스트만 원망하는 상우였다. 아파트 안에서 누군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문 앞에서 서성이기를 10분, 40대 정도 돼 보이는 여성분이 애완견과 함께 나오셨다, 닫히는 문을 급히 붙잡으며 안으로 들어가 4층 401호의 문을 두드렸다.
올라가는 데 사용한 엘리베이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무슨 박스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내부가 굉장히 좁았고, 문을 열고 들어가 안에서 우리가 수동으로 문을 닫고 층수를 누르는 형태였다.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불안함을 주기도 하였지만, 아파트먼트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구조 중 하나였다. 401호에서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문을 열어주었고, 그분들이 호스트에게 따로 연락을 해주셔서 우여곡절 끝에 호스트를 만났고, 아파트를 구경시켜주고 우리가 쓸 방도 알려주셨다. 아파트먼트는 너무 깔끔하고 깨끗했고 , 인테리어도 현대식으로 예쁘게 해놓아서 우리 마음에 쏙 들었다.
401호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처음으로 주방이 보이고, 큰 냉장고가 하나 나있었다, 주방 바로 옆에는 미는 문이 나있고 그 안에는 각종 청소 물품들이 놓여 있었고, 미닫이식 문 옆에는 변기와 세면대만 있는 화장실이 있었다. 큰 냉장고 바로 옆에는 문 두 개가 있었고, 그건 다른 이탈리안 가이가 사용하는 방, 우리의 방은 그 화장실과 , 이탈리안 가이 방문을 끼고 안쪽으로 들어가야 보였다. 가는 길에는 욕조가 있는 화장실이 하나 더 있었고, 별도의 문이 아닌 블라인드만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의 방은 둘이 사용하기에 충분히 넓었고, 창문도 크게 나있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처음 부다페스트의 인상은 그리 좋진 않았다. 2015년도에 갔던 동남아 느낌도 많이 났고 건물들이 아주 예쁘지도 않고 깨끗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첫 여행 날인만큼 우선 시내로 가 둘러보기나 하자해서 성 이슈트반 대성당이 있는 중앙부로 내려갔다, 많이 피곤해서 그랬는지 , 특별히 눈에 띄는 것들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외국에 나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행복하기만 했다. 다시 끼니를 때우러 버거킹으로 갔고, 방 정리를 다 끝내 주실 때쯤 숙소로 돌아가 잠에 들었다. 저녁에 일어나 원래는 야경을 보러 마차슈 성당을 가기로 했는데, 지하철도 아직 잘 몰랐고 유심도 사지 못해서 그냥 집 바로 앞에 있는 술집으로 가 맥주나 한잔씩 하며 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것도 하나의 여행의 좋은 점이다, 친구와 평소에는 많이 하지 않던 고민 얘기나, 서로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하며 더 깊이 있게 서로를 알아가고 유대감이 깊어지는 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