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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리 Mar 29. 2017

알수없는 공간의 미묘함

특별한 공간


9시쯤 상우가 일어나 씻고, 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자연스레 잠에서 깼다. 사실 여행중에 아침에 잠이 한번 깨면 그 뒤에는 잠을 자고싶어도 잠이 오질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이른 아침 시간에는 깨고싶지 않은 욕구가 있었기에 일부러 자는 척을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거나, 엎드려 누워있었다. 그렇게 10시에 가까워질때 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크게 기지개를 펴고 나갈 준비를 했다. 프라하에서 산 하얀 나이키 신발이 내 침대옆에 놓여있었는데, 볼때마다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디자인도 예쁘고 여행할때 신기에 좋은 신발인것 같았다. 


  집을 나와 성이스트반 성당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유심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있어서 유심도 사고 성당 옆쪽에 있는 야외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다. 각자 오믈렛과 , 상우는 아포가토를 , 난 라떼를 주문했는데 라떼가 너무 예쁘게 접시에 담아 나왔다. 그냥 컵받침에 라떼 한잔이 나오는게 아니라, 예쁜 라떼아트가 되어있는 동그란 잔과, 컵받침, 그 옆엔 작은 유리잔에 담겨있는 탄산수와 , 라떼와 곁들여 먹을 수 있게 내준 작고 동그란 쿠키가 있었다. 동유럽에 온다면 이런 예쁜 카페 겸 레스토랑을 와서 가벼운 티타임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상우는 오믈렛이랑 같이 먹겠다며, 아포가토가 다 녹는데도 오믈렛이 나오길 기다렸다. 안에 치즈가 들어있는 오믈렛이였는데, 정말 맛있었고 주문할때 비싸다고 생각했던게 후회되었다. 


  밥을 다 먹은 후 성당을 들어갔다. 기부금을 내고 들어가는 형태로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넣고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정책이 바뀌었는지 기본적으로 200포린트는 내야 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온 창문이 스테인글라스로 만들어져 있었고, 모든 색감이 아름다웠다. 또 천장과 벽에는 말도 안되는 표현력으로 그림들을 그려 놓았다, 장식들 또한 조화롭게 자리해있었다. 성스럽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가슴을 벅차 오르게 했다. 위대한 건축물이다. 지어진지는 50년 정도 되었고, 중간에 한번 무너졌다고 한다. 


  성당을 나와 앞쪽에 뻥 뚫려있는 광장을 둘러보다 세체니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넘어가자마자 원형 교차로가 있었고 우린 그 오른쪽으로 향했다, 딱히 문에띄는 음식점이나 카페는 없었기에 더 가보는 것을 멈추고, 미리 구매해야하는 자그레브행 버스표를 구매하러 Nepliget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원래 가격은 2만원선 이였지만, 여행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버스표를 알아보니 회사가 바뀌면서 가격도 6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나는 어찌됐든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거고, 가격이 바뀐 것은 어쩔 수 없는 도리이기도하고, 여행이 우리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고 6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상우는 이런 일에 민감하고 예민하다. 예상지출 금액보다 3배나 되는 금액을 지불해햐 하는 상우 입장으로써는 당혹스럽고, 짜증이 났을 것이다. 버스표를 구매하고 나서도 상우는 얼굴이 방금 씼은 새빨간 토마토처럼 빨게졌고, 땀을 흘렸다. 분을 삭히지 못한 상우를 보며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그만 풀고 가려고 했던 곳이나 가자 애기하며 다시 지하철을 이용해 부다페스트 젊은층의 거리인 바츠거리로 갔다.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도 가보고, 젤라또도 사먹으며 구경을 하다 배고파진 우리는 적당한 가격의 음식점을 찾아 피자를 사먹었다. 유럽은 왠만하면 대부분의 음식들이 짜기때문에 메인과 샐러드를 같이 주문하는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바츠거리를 둘러보고,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시장으로 , 각종 야채와, 고기, 모든 종류의 음식들을 팔고 있었고, 2층에선 관광객을 겨냥한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1층은 이곳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것 같았고, 2층은 관광객들이 많아 보였다. 볼거리는 많았지만, 살만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번 훑어보고 야경을 보러 갔다. 


  우리가 가기로 한곳은 겔레르트 언덕이라는 곳으로 , 부다페스트의 전경이 보이는 언덕이다. 어느정도 올라가면 커다란 나무들에 가려 전경이 살짝 가려지는 지점이 있다. 이곳에서도 어느정도 부다페스트를 둘러볼 수 있지만, 정말 전경이 펼쳐지는 곳은 더 올라가야 나온다. 계속해서 윗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270도로 부다페스트가 전부 보이는 언덕이 있다. 이 지점이야말로 야경스팟이다. 

  해가 아직 지지 않았을 때 도착했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차라리 이시간에 갔던게 좋은것 같다. 해가 떠있을때와, 지기 시작하고 하늘이 빨갛게 노을지는 시간, 해가 다 지고 어둠속에서 부다페스트가 밝게 빛나는 시간, 각기 다른 모습의 부다페스트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6시가 되기 전에 미리 가서 이 세 모습들을 다 구경하면 좋을 것 같다. 해가 다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분위기가 훨씬 더 무르익는다, 특히 겔레르트 언덕의 중앙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마치 그 검은 바다에 빠질 것같은 느낌마저 든다. 야경은 둘째치고 이 공간 자체가 너무 아름답기때문에 , 반드시 가봐야한다. 야경은 프라하보다 훨씬 예뻤고, 270도 어딜 가나 사진에 다 담아내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내가 미리 찾아 놓았던 술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알고보니 유명한 스프집. 가보진 못했지만 이름은 Bors GasztroBar 모든 여행객과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곳이라고 한다. 각종 스프와, 스프와 곁들여먹을 간단한 빵도 함께 판다. 실망감을 안고, 그냥 주변 다른 술집이나 찾아보자 하는 마음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더니 화려한 외부를 장식하고 있는 술집을 찾았다. 전에 찾아놓았던 술집이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줄을 서고 들어갔다. 


  이름은 Simpla Garden , 마치 클럽에 들어가는 것처럼 가드도 있었고, 들어갈 때 도장도 찍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술집이긴 한데 , 처음보는 형태의 술집이였다. 우선 평수로는 기본 70평은 되어 보였고, 1층,2층으로 나뉘어 있어 2층엔 여러개의 방들이 있고, 방마다 다른 느낌의 인테리어로 장식되어 있었다. 1층에는 각종 술과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 내부로 느껴지기 보다는 야시장에서 맛좋은 음식과 술을 마시는 느낌이였다. 한 쪽에서는 음악가들이 연주를 하고 있었고, 2층엔 DJ를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분위기는 1층이 훨씬 더 핫하고, 젊은 층들이 즐기기에 좋았고 사람들도 많이 북적였다. 2-3명 정도로 와서 놀기에는 1층이 좋았고, 2층엔 조용하게 다같이 술마시는 그룹들이 즐기기에 적당했다. 여기저기서 담배는 기본으로 피기 때문에 혹시나 담배연기에 민감한 사람들은 그나마 2층이 나을 것 같다. 1층에 자리를 잡아 맥주를 한병씩 잡아 마시며 분위기에 정신을 맡기고 편안한 상태로 즐겼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술집이다. 너무 특별한 공간. 


겔레르트 언덕과 Simpla Garden 술집은 꼭 가봐야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두 공간에서 느껴지는 특별함들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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