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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07. 2024

전 오늘 또 병원 모시고 가야 해요.

전 오늘 또 병원 모시고 가야 해요. 20여 년 전 앞 집 여자는 말했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그녀의 시어머니가 지금의 내 나이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병원을 신뢰 못해 이 병원 저 병원 모시고 다니던 그녀. 병원에서 괜찮다고 하면 아무래도 이 의사가 젬병인 것 같다며 더 큰 병원을 가보자 하면서 다른 병원을 찾는다 했다. 매우 기다려야 하는 대학병원 순례를 하고 나서도 불안해하고 또 다른 병원을 찾는다던 그녀 시어머니. 그녀는 틈만 나면 우리 집에 와 그 시어머니와의 병원 순례를 이야기하며 힘들어했다. 아마도 건강염려증인가 봐요 하면서. 그래도 착한 그녀는 시어머니 하자는 대로 이병원 저 병원 항상 모시고 다녔던 기억이다. 오늘 문득 그녀 생각이 났다. 그녀 시어머니에 비해 난 너무 병원을 안 가는 거 아닐까? 어쩌다 좀 배가 아파도 이러다 낫겠지. 기침을 해도 이러다 낫겠지 그러다 보면 아닌 게 아니라 다 낫기도 했다. 병원은 그래서 2년에 한 번 건강검진 때만 가는 정도인데 이렇게 병원을 몰라라 해도 되는 걸까? 미리미리 조금만 아파도 아니 아프지 않아도 그녀 시어머니처럼 검사를 해보고 챙겨보고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병원 안 찾던 사람이 뜬금없이 큰 병에 걸린다던데. 오늘 문득 그때 그 시어머니와 그녀가 생각난다.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흘러간 세월에 이젠 연락도 모두 끊겼다. 같이 애들을 키우며 지지고 볶고 난리 치던 그때가 새삼 그리워진다. 세월이 너무도 빨리 훅 지나가 버렸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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