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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May 08. 2024

이번에 솔로 되겠습니까?

남편은 H에게 이번에 솔로 해주시죠. 유 어레이즈 미를 들었는데 소리가 너무 좋아서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난 깜짝 놀라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여보 아까 P에게 솔로 부탁했잖아~ 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추켜올린 손가락으로 P를 막 가리켰다. 남편은 그리고도 한참 후에야 P에게 이야기했다. 다음에 솔로 부탁한다고. 아, 예 예. P는 말했지만 난 그가 얼마나 속상해할지 안다. 그렇지 않은가. 오늘 색소폰 연습일. 우리의 연주가 7월 16일로 다가왔다. 항상 하던 대로 솔로 한 곡과 합주곡 두 곡이다. 연습장에 들어오자마자 앉아있는 P에게 남편이 이번 연주 때 솔로 되겠냐고 묻는 걸 분명히 들었는데 연습이 끝나갈 즈음 느닷없이 H에게 솔로를 부탁하는 거다. 오는 차 안에서 나는 P가 얼마나 섭섭했겠느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남편을 다그쳤다. 잠깐 쉬는 시간에 H가 유 어레이즈 미 부는 걸 들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솔로를 부탁했다는 거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P에게 솔로 해달라고 정식으로 부탁하지 않았고 그냥 되겠냐고 물었을 뿐이라며 영 잘못이 없다는 투다. 그게 그 말이지. 게다가 4년 만의 연주인데 일단 기존 대표주자가 해야 하지 않아? 그런가? 고개를 까딱한다. 이제라도 바로 잡으셔. 그제야 그는 전화를 돌리기 시작한다. H에게 걸어 아무래도 4년 만에 하는 첫 연주라 기존 대표주자 S의 솔로로 시작해야겠습니다. 다음번에 부탁합니다. 하니 오케이오케이. 기존 대표주자 S에게 전화 걸어 이번 연주에 솔로 부탁한다 하니 오케이오케이. P에게도 전화하라니 아까 다 말했다고 괜찮다 한다. 남자들은 아무래도 이런 민감함에 무심한 것 같다. 그래도 같이 온 신참 중에 누군 하고 누군 안 하고 보다 아예 우리 기존 멤버의 대표주자 S가 하게 되어 다행이다. 


(사진: 꽃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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