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하늘 Apr 30. 2024

부정적인 생각 뿌셔뿌셔



우울증을 겪었을 때 세상 모든 부정적인 생각을 끌어모아 마스크팩처럼 붙이고 잤다. 피부에 찰싹 붙어 있어 떼어내기 힘들었지만 심리학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책을 읽으며 지식을 얻은 뒤로, 조금씩 일상에 접목시키며 꼬질꼬질했던 생각을 씻어낼 수 있었다.


머릿속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는 명상이 도움 되었다. 명상하면 뭔가 도인이 생각나는 이미지지만 호흡을 통해 몸을 이완시키면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편안함을 한번 맛보게 되면 새우깡처럼 자꾸만 손이 간다.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것도 효과가 좋았다. 진지한 대화를 나눌 때마저 웃긴 자이자이자식들이 아니었으면 너무 삭막할 뻔했다.


단단히 박힌 고정관념을 빼내고 딱딱하게 굳은 생각을 깨부수며 나름 터프하게 살아왔다. 그 빼낸 자국 사이로 틈이 생기고 부서졌던 생각들을 모아 분리수거하고 재활용할 건 따로 모았다. 바로 이 작업이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명상을 통해 머릿속을 비우고 긴장을 내려놓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기분을 만끽하며 느끼는 것을 글로 썼다. 글로 쓰면 내가 얼마나 찌들었는지 보인다. 흰 종이에 까만 점이 눈에 띄듯이 부정적인 생각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지우개를 꺼내 박박 지우고선 나에게 이로운 생각으로 채운다.


최근에 본 심리학영상에서 한 의사가 부정적인 생각의 오류가 많을수록 매력도가 낮고 사람들과 편안한 관계를 못 맺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 오류가 많은 지 알려면 생각을 써보고 그 생각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기록하는 게 writing therapy인데 그것을 난 매일 하고 있었다.


요즘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증거 있어? 그건 그 사람 생각 아니야? 네 생각은 어떤데?’하면서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다. 타인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 생각에 집중하고 과잉 일반화를 하거나 과대해석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글을 쓰다 보면 상처받았던 순간을 반추해야 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비디오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계속 돌려보면서 희석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점점 면역이 생기는 기분이랄까.


글을 쓰면 즐거운 이유 중에 하나는 스스로 상담하고 치료할 수 있어서다. 슬픔과 기쁨을 돋보기로 보며 슬픔은 희석시키고 기쁨은 사진처럼 기록해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은 쓰면 쓸수록 좋은 점밖에 없는 기특한 녀석이다. 그러니 사랑할 수밖에.






공백포함500자이상#별별챌린지#글로성장연구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