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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늘 May 04. 2024

이상형은 월남쌈



무인도에 가져갈 음식을 하나 고른다면 단연 월남쌈을 꼽을 거다. 채소,고기,해산물 빠짐없이 좋아하는데 그걸 한번에 먹을 수 있으니 최고다. 풍부한 영양소에 아삭아삭 쫄깃한 식감이 입에서 잔치를 연다.


맛도 좋은데 먹는 방법도 재미있다. 라이스 페이퍼를 따듯한 물에 적셔 흐물거리기전에 얼른 꺼내어 접시 위에 넓게 편다. 접시 위에 펼쳐진 색색의 채소와 고기 또는 새우를 집는다. 뭐부터 넣을 지 고민될때는 일단 나랑 눈마주치는 녀석부터 고른다. 접을때 랩을 감듯이 좀 탄력있게 말아야 모양이 예쁘고 먹기 좋다.


한번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서 놀랐다. 엄마표 월남쌈은 재료들이 얇고 일정하게 썰려있어 만들고 나면 모양이 예뻤는데 내껀 다 만들고 나니 주먹만해졌다. 그것도 마동석씨 주먹처럼 컸다. 서브웨이 샌드위치인 줄 알았다. 칼질이 서툴러 큼직하게 짤린 당근과 파프리카 때문이지만 투박해도 맛은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월남쌈에 가깝다. 속이 다 비치도록 투명한데 갖가지 매력을 가진 사람. 친구든 동료든 연인이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그들이 매력있는 까닭은 숨김이 없어서다. 의중을 파악할 필요가 없어 같이 있으면 편안한데 단점마저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모습은 멋있다. “단점 그까짓꺼 아무것도 아니지~”라고 물론 말하진 않았지만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자태가 말해준다. 일부러 보이려 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생각이 다채로워 마음을 뺏긴다. 그들의 맑은 눈빛과 선명함을 담은 말씨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옆을 서성이게 된다.


월남쌈을 만들어보니 알겠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해서 썰고 일일이 싸서 손으로 접어 입속에 넣기까지 애정이 듬뿍 담긴 요리이다. 알고나니 더 좋아졌다. 그 속을 다듬고 채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낸 조화와 포용의 맛은 한번 빠지면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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