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글, 고마운 글
생각이 많은 편인데 그 생각이 기승전결을 맺어야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자칫하다간 생각이 넘쳐흘러 쏟아지기 일쑤였다.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5000개가 메모가 쌓였다. 어쩌면 이것도 나의 재능이 아닐까. 혼자 메모의 달인이라 칭하며 재능을 살리고 싶어 작가를 꿈꿨다. 말 그대로 꿈만 꾸다가 시간이 어물쩍 지나갔다.
우연히 세바시 영상을 통해 본 김필영 작가님의 강연을 듣고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다. 일반인도 작가가 될 수 있다니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침 부캐가 유행해서 유재석 씨의 유산슬처럼 나도 부캐를 만들고 싶었다.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며 브런치스토리 앱에 들어갔다. 글을 게시하려면 작가가 되어야 하고 작가가 되려면 글 3 꼭지를 보내 합격을 받아야만 했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니 내가 쓴 글은 그냥 끄적임 정도로 느껴져서 의기소침해졌다.
일단 글을 완성해야 하는데 이미 수많은 글들을 써왔지만 남이 봐도 ‘글 같은 글’을 쓰고 싶었다. 세바시대학에서 강원국교수님의 글쓰기 수업을 듣고 거기서 멘토로 김필영 작가님을 만났다. 필영 님의 강연에 반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신이 나서 정말 즐겁게 수업에 참여했다. 스승님이자 롤모델이신 김필영 작가님께 도움을 받으며 글을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몇 주의 시간이 지나고 수업이 끝나니 글 3 꼭지는 완성이 되어 있었다. 그 글들을 가지고 신청하여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그 뒤로 글로성장연구소의 대표이신 최리나 작가님과 부대표이신 필영작가님께 피드백을 받고 글쓰기 기술을 배웠다. 내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기면서 생각과 글의 간극이 좁혀지는 게 재밌었다. 생각이 많아 글을 쓰게 되었는데 글을 쓰려면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쓸데없거나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고 생각을 생산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제 글쓰기가 나에게 당연해졌다.
글쓰기는 오로지 나를 위한 행위라 생각한다. 생각을 글에 담아 공표할수록 책임감을 느끼고 더 나은 사람이 된다. 배우고 성장하고 깨닫는다. 나와 친해지고 내 욕구를 알기에 삶이 명확해진다. 나는 뭉뚱그려진 것보다는 확실한 걸 좋아하는 편인데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야 해서 스트레스받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마다 내 마음의 화살표를 표시해 주는 건 글이다.
그래서 나에게 글쓰기는 댐이다. 생각이 부정적으로 흐르는 걸 막아주고 날 풍요롭게 해 준다. 출렁이는 내 마음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그리고 미래를 대비해서 물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는 것처럼.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게 해 준다.
이런 댐 하나를 갖고 사는 것만으로도 가뭄이 와도 걱정 없이 물로 메마른 땅을 적실 수 있다. 비가 와도 물이 넘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불안정했던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필요한 글이며 고마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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