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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늘 May 10. 2024

시간과 계획에 집착하는 토끼, 거북이 되다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고등학생 때는 스케줄러에 빽빽하게 계획을 적으며 공부했고 대학교 1학년 때는 향후 10년을 계획하고 1,3,5년 단위로 해야 할 일을 짰다. 10년 단위로 목표가 있었다. 목표를 이루기까지 할 일이 많다 보니 친구들이 놀자해도 “잠~깐! 스케줄체크 좀 하고^^” 가 우리 사이의 밈이 되었다. 그래도 한 세 번 꼬시면 홀랑 넘어가 놀고 주말에 따로 못한 일을 보강하며 빡빡하게 살았다.


‘시간은 만들어진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교내학습후기 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시간관리는 자신 있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느라 매일 꿀벌처럼 바빴던 파워 J였다.


하지만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계획한 대로만 열심히만 하면 탄탄대로처럼 인생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변수가 생겼다. 나는 그 변수에 대응하는 법을 미처 연습하지 못했었다.


한번 꼬이게 되니 걷잡을 수 없이 꼬였다. 나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자 의욕을 잃었다. 승무원만 바라보고 한 길만 팠는데 힘들어지자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을 낭비했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시간낭비를 했기 때문에 매일이 곤욕스러웠다. 부모님께서 용돈을 주시거나 학원비를 지원해 주시는 것도 부담스럽고 싫었다. 스스로 밥값도 못하는 주제라 여겼고 돈까지 받다니 무능한 기분을 느꼈다.


이렇게 무너진 이유에는 나의 거만함도 있었다. 시간을 통제하면서 내가 무슨 신이라도 된 것 같았다. 내 삶을 요리조리 내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과하게 욕심을 부렸고 신의 영역을 탐낸 죄로 무기력이란 벌을 받은 것 같았다.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면서 나의 나약함과 한계를 알게 되었다. 시간에 대한 집착도 점점 내려놓게 되었다.


욕심내지 않고 능력껏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영어학원에 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커리큘럼을 짜서 효과적으로 학습을 진행하고 진도대로 수업을 끝내는 게  재밌었다. 시간관리를 해온 게 도움이 되었다.무엇이든 적당히 하는 게 넘치는 것보다 낫다.



그럼에도 종종 계획에 집착하느라 번아웃이 왔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초반부터 무리해서 일을 시작하다가 지치고 다시 체력을 모으면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그럴수록 스트레스받아서 피로하고 부담감에 행동이 더뎌졌다. 마음은 급한데 몸은 굼뜬 생활을 반복하다 이제는 못해먹겠다. 욕심을 버려야겠다.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에서 거북이가 이긴 것처럼. 결국 조금씩 매일 하는 사람이 이긴다.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긴장하지 말고 여유있게 거북이처럼 헤엄치고 싶다. 잘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시간을 움켜쥐지 않기로 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성격상 힘들긴 하겠지만 이 낯섦과 불편함을 견뎌보려 아니 즐겨보려 한다.



육지와 바다를 자유롭게 오가는 거북이처럼,

더 큰 바다를 향해 떠나는 거북이처럼

꾸준히, 엉 금 엉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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