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기타를 처음 배운것은 회사 부장님으로부터였다.
동료가 먼저 끝나고 나서 회사 부장님에게 기타를 배우는데 같이 배우지 않겠냐고 제안했는지
그 동료 책상옆에 놓여진 기타를 보고 내가 먼저 관심을 보였던 것인지는 너무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이 안난다.
그 부장님은 직접적으로 일과 관련된 분은 아니어서 지나가다 인사만 하는정도였다.
첫 시간은 동료의 기타로 기본적인 것들을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 그 수업?을 듣기로 결정이 되고
기타를 살 순서가 되었다
부장님이 3/4사이즈 기타를 권했고 난 기타를 주문했다.
가서 샀는지 인터넷으로 주문했는지조차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도 인터넷으로 주문했던것같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본 부장님은 그냥 아저씨였다.
정확한 얼굴은 기억이 안나지만
큰 키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나이와 달리 얼굴이 상당히 노안이셨던거 같다.
그런데, 그 부장님이 기타 시범을 보여주기 시작하자 갑자기 잘생겨보이는 놀라운 효과가 나타났다
기타를 칠 줄 안다는것 하나로 이렇게 사람이 달라보일 수 있구나..
사람이 겉보기와는 완전히 다를 수 있구나..
남들이 보기에 그냥 아저씨라도 그냥 아줌마더라도...
그들 스스로에게 ‘나는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인 것이다.
그 때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매일 야근을 하고 있었는데,
기타 수업을 핑계삼아 6시에 컴퓨터 앞을 떠날 수 있었다.
서로 다 같이 바빠지자 수업이 점차 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가 되었던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장님은 학창 시절에 밴드동아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 뒤로도 나는 ‘기타를 칠 줄 아는’사람이 되고 싶어서
문화센터 등을 오가며 기타를 배웠지만
손가락이 너무 아프기도 했고, 내가 너무 못하기도 했고 등등의 이유로
기타는 기타케이스에 고이 담겨 방 한쪽에 세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