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치열했던 투쟁, 공부

by JS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가장 평범하고 가장 적극적인 투쟁‘


작가 장정일이 내린 공부에 대한 정의다.

사실, 공부라는 단어의 정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처음 발견한 이후로 머리속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문장이다. 공부는 나의 직장생활의 키워드였다. 더 나아가, 26년 나의 직장 생활을 이 공부라는 평범하지만 치열한 투쟁을 제외하고 설명할 수가 없다. 일류 대학을 졸업한 것도 아니고 화려한 인맥을 가진 사람도 아닌 내가 큰 기업에서 임원도 해보고 글로벌 브랜드를 총괄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30대부터 스스로를 밀어부치면서 공부했던 시간과 그 결과물 때문이다.


공부의 시작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스스로 느꼈던 결핍으로 시작되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입사했던 첫 직장은 마케팅 조사 회사. 여기서 만난 국내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마케터들과 마케팅 임원들을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이들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역량이나 경험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되었고 결핍의 갈증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공부는 체계적이거나 미리 10년 혹은 20년 마스터플랜을 짜 놓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 것인지 의심이 많았고 주변 사람과 조직에 계속 휘둘렸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행운이 와주었고 공부에 대한 나의 의지와 각오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부실한 동기와 전개과정으로 시작된 공부가 나름대로 자리를 잡자,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글쓰기와 말하기. 글쓰기에 해당되는 사업계획이나 전략 보고서 작성하는 능력이 개선되었다. 특히 포맷이 없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에도 이슈와 배경, 솔루션을 구조화하는 능력이 생겼다. 말하기는 프레젠테이션의 질과 연관성이 있었다. 전체를 요약하는 능력이 올라가게 되는 전달력이 좋아졌다. 또 한편은. 발표자인 필자가 청중을 설득하기 위한 많은 사례를 제시할 수 있었다.


공부가 주는 긍정적인 결과가 많아질수록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내 업무와 관련된 주제들을 Grouping도 하고, 어떤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나 책이 필요한지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어떤 부분의 능력이 떨어지는지 파악하게 되었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시간이 갔다.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할수록 내 자신의 목표와 기대치가 올라갔다. 갈증이 더 났다. 마치 중독처럼, 결국 2012년 식구들을 서울에 두고 영국으로 MBA를 하러 떠나게 된다. 이 선택은 내 공부의 마지막 도장을 찍어주는 반드시 필요한 관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더 하고 지금은 은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나이이다. 아마 지금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분들은 두 종류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나의 생물학적 나이 때문에 은퇴라는 사회적 압력을 뿌리치고 더 오래 본인의 자리에서 버티려고 하는 그룹과 되도록이면 빨리 은퇴해서 좀 편안한 생활을 하고 싶은 그룹이다. 필자는 머리는 후자이지만 몸과 가슴은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서 이 버티려고 하는 뜨거운 에너지를 나의 공부 여정을 정리하면서 이성적으로 식히고 싶다. 이 정리한 여정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되고 특히 인생의 큰 방향이 대학으로 결정난다고 생각하고 공부는 20대까지만으로 생각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년배들에게는 공감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 공부의 여정을 거스러 올라가는 시간을 마무리하는 순간, 모든 것을 비워버리고 다시 새로운 별을 탐사하듯, 남아있는 에너지를 불태울 수 있는 새로운 평범하지만 치열할 수 있는 공부을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