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결핍이 주는 효용

by JS

분수에 만족하는 삶이 주는 혜택을 잘 알고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면 얻게 되는 고통을 느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내가 느꼈던 결핍은 나 자신에 대한 객관화를 바탕으로 생겨난 감정이었다. 그것을 긍정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서울에서 같은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녔다. 대학원 2년 동안 만났던 선배들의 캐릭터와 근접할 수 없는 학구적 분위기가 신기했다. 그래서 서울의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개인적 취향을 만들기보다는 대학원 내의 네트워크 쌓기나 세미나 같은 활동에 충실했다. 그 시절, 배운 것은 인생과 학문 모두 <서론, 본론, 결론> 혹은 <들어가는 말, 본론, 맺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자료와 발표 등등, 본인의 주장이나 생각들은 이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전개해야 하는 훈련을 많이 받았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회사 들어가서 보고서 작성할 때, 이 기준이 글을 논리 정연하게 하고 쉽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결핍은 회사 생활과 함께 시작되었다. 마케팅 조사 회사 연구원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다양한 소비재회사의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이름은 하늘과 맞닿은 클라이언트. 클라이언트가 의뢰한 조사를 실행해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이 우리의 주된 업무였다. 갑을 관계였지만, 조사와 분석이라는 특성상, 전문성은 조사회사에 더 있어서 회의때마다 고객사의 마케터들은 질문을 많이 하게 되고 전문적인 분석 결과나 인사이트를 공유할 때 신뢰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관계에서 왜 결핍을 느꼈는가?

결핍으로 시작한 공부의 선순환을 가져 온다

우리에게 전부였던 조사결과보고서가 그들에게는 의사 결정을 위한 Reference의 일부였다. 마케팅이라는 커다란 바퀴에 마케팅 조사 결과는 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전체 마케팅 프로세스를 담당하던 그들은 우리의 recommendation을 물정 모르는 소리로 취급하거나 실제 적용할 수 없는 아이디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소비자 조사와 결과에 매몰된 우리를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틀린 생각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 당시에는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비싼 돈을 주고 진행한 조사 결과에 왜 저리 시큰둥한지 의아해서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저들은 여러 다양한 방법과 루트로 얻은 자료들과 내부 의견들을 가지고 의사 결정 하니까! 우리 자료를 일부라고 생각하지 “ 이런 답을 듣곤 했다. 우리 업무가 전문적이지만 제한적이고 실제. 마케팅 활동은 복잡하고 여러 다양한 단계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본격적인 결핍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잦은 야근과 밤샘에 시댤리던 조사회사와 달리 이들은 항상 여유가 있어 보였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오신 마케팅 상무가 점잖고 겸손한 대화를 이끌어 가는 모습에도, 영어가 더 편한 모 화장품의 실무 담당자와 미팅,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마케팅 용어로 우리의 기를 죽였던 MBA 출신 삼*전자 마케터 등등. 모두 자신감 넘치고 여유 있는 모습들이 나와 나의 업무를 왜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문방송학이라는 업무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전공을 공부한 필자는 마케팅이라는 것을 이론으로 이해하고 싶었고 마케팅 업무를 직접하고 싶었다. 우선 실행 가능한 공부를 먼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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