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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niciel Nov 17. 2021

01.한국인의 부동산 집착 감정의 기원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의 수능화 현상에 대한 고찰

이 나라 사람들은 수능이라는 무시무시한 시험을 치르고 나서도 여전히 다른 시험을 찾아 떠돌아다닌다. 10년 넘게 단 하나의 시험만을 준비했으니 이쯤 되면 공부라는 것에 이골이 나고 질려버릴 법한데도 불구하고, 과연 관성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공부는 여태까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가장 많이 연습해온 것이니 가장 친숙하고 손쉬운 방법 같아 보인다. 그리고 내가 배경이 좀 후달리더라도 노오오력하면 어느 정도 나의 실력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물론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느낌적인 느낌은 학자들의 오랜 연구 결과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무슨 선택을 하든지 간에 당신은 개고생을 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또 다시 시험이라는 비교적 쉬워 보이는 수단을 선택하게 된다.


그 결과, 수능이 끝나고 가장 만만하게 해 볼 만한 것들 중 하나인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당첨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많고 많은 시험 중에 '왜 하필이면 부동산 공인중개사시험이란 말인가?'라는 질문에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몹시 높은 이 나라 사람들이 이 시험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대답하겠다. 이 시험은 온갖 정부 규제로 묶여 있는 부동산에 관한 것이므로 과목 내용이 온통 법에 대한 것이라 결코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나이 제한이라던지 여타 다른 진입장벽이 없는 것들 중에서 가장 돈이 될 법한 과목이다. 실제로 부동산은 한 나라의 GDP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주 큰 자산이다.


영업이 쉽지 않겠지만 모든 사람이 나 죽네 하고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폭발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길거리에 즐비해있는 수많은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애초에 부동산 값이 몹시 비싸므로 중개수수료로 1%만 받아도 노동 소득보다 많은 소득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내가 영업을 꼭 하지 않더라도 부동산에 대한 이해를 갖는 것은 필수 덕목으로 보인다. 어차피 노동해보았자 자본으로 얻는 소득을 따라잡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한계이다. 더구나 사람은 하루에 반나절밖에 일하지 못하지만 자본은 24시간 동안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일 할 수 있다. 아마 로봇보다 더 좋을 것이다. 로봇도 24시간 돌릴 수 있기는 하지만 관리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가끔은 고장 나서 고치는 비용도 들지 않는가.


과거에는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하다가 인생의 전환을 위해서 이 시험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점점 더 어린 학생들이, 어차피 졸업을 하고 좋은 대학을 나오더라도 단순히 대학 졸업만으로 많은 것이 보장되던 시기는 지나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먹고살기 위한 수단을 다각화하기 위하여 이 시험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 추세는 해가 지나갈수록 강해져 급기야 2021년이 되어서는 거의 수능 시험을 치르는 것만큼 많은 40만 명의 사람들이 이 시험을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2019년에 시작된 유래 없던 규모의 전염병으로 인하여 거의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생활이 구속당하였고 그로 인한 생계의 어려움이 이 시험의 부흥에 가속화를 건듯 하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아마 한국인이 되기 위한 기본 자격으로 부동산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은 이렇게 부동산에 광적으로 집착을 하는 것인가? 물론 다른 나라도 상황이 비슷하긴 하겠지만 한국인은 유독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는 목표에 목숨을 걸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서 이상은•이은혜•정찬미(2011)의 연구에서는 1999~2008년 한국에서 가계자산은 평균적으로 증가했으나, 절대적•상대적 의미에서의 자산 빈곤층은 오히려 증가하였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홍균(2008), 백소진•홍선영(2009) 등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격차의 확대로 인해서 한국에서는 집의 경제적 가치가 사회적 인정과 위신에 직결된다고 믿는 경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극단적으로 심화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전 국민의 부동산 집착 감정에는 아주 오래된 기원이 있는데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건국 시기 단군 할아버지의 부동산 입지 선정 실패를 마주하게 된다. 단군 할아버지가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부동산 사기를 당해 사람이 살기에 몹시 안 좋은 입지를 골랐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면 그는 한국인을 몹시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고 할 수 있겠다. 기후도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너무 덥고 너무 추워 사람 사는 것에 좋지 못하고 동서남북 이웃한 나라의 성질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도 땅이 좁아터졌다. 거기에다가 평지도 얼마 없다. 자원도 없다.


어떤 사람은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고대에는 우리 민족의 영역이 만주까지는 펼쳐져 있었는데 이후에 후손들이 잘못하여 반도 안에 갇히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만주 땅도 고대에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따뜻하고 기후가 좋은 지역이었는데, 이후에 기후가 한랭해지면서 땅이 척박해졌고 농사짓기에 불리한 땅이 되었다. 그래서 후손들이 잘못했다기보다도 환경이 변화하면서 사람들이 보다 생활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으로 옮겨가다 보니 남하했다고 할 수 있겠다. 만주 위에 더 넓은 시베리아 영토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도 19세기에 와서야 겨우 시베리아 지역에 철길을 놓고 영토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요즘에야 지구 온난화로 동토가 녹아서 싱글벙글하고 있지만 과거 이 위치에 있는 땅은 겨울에는 땅이 얼어 얼음으로 가득하고 여름에는 그 얼음이 녹아서 몹시 질척해져 이동을 하거나 건물을 짓기에도 불리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의 한국 역사가 답답하게 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된 것이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애초에 단군 할아버지가 출발점을 잘못 잡았기 때문에 남쪽으로 내려와 보니 이렇게 산으로 가득한 땅이 있었던 것이다. 기후도 문명의 발전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그가 정말 신의 아들이었다면 이러한 훗날의 기후 변화까지 고려하여 입지를 선정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서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하늘에서 대충 보고 골랐기 때문일까? 역시 부동산은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다녀야 한다.  


단군 할아버지가 이 위치에 살던 시기라고 주장하는 4354년 전에는 바다의 모습, 땅의 모습이 어떻게 달랐는지는 분명히 알지 못하겠으나 지형이 형성되는 것이 하루아침만에 되지는 않으며 5천 년이라는 시간은 지구 입장에서는 무척 짧은 시간이므로 그때도 한반도는 동고서저의 형태, 다시 말해 국토의 오른쪽은 산이고 왼쪽에만 평지가 있었겠다.



그나마 있는 왼쪽의 평지도 100% 고른 평지가 아니고 중간중간에 언덕이나 산이 몹시 많다. 사람이 생활하는 것에는 여러모로 평지가 유리하다. 언덕이나 산에 사는 것은 아주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오늘날 땅값이 비싼 동네를 생각해보면 대부분 평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남동, 강남, 잠실 등)


거기다가 부동산은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을 바로 부동산의 부증성이라고 한다. 때문에 반드시 그 자리에서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안 그래도 좁은 땅에 평지가 쥐꼬리만큼 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생 기원을 생각해볼 때 평지는 발전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이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들도 함께 보아야 하겠지만 당연히 이동이 쉬운 평지였기 때문에 인적교류가 활발해졌고 그로 인하여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졌다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사실 고대 문명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당신에게 산지 또는 평지 둘 중에서 한 곳 살 수 있도록 해준다면 특이한 취향이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당신은 생활이 편리한 평지를 선택할 것이다.


이렇듯 평지가 귀하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살기 좋은 곳을 선점하기 위하여 부동산에 광적으로 집착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은 온갖 규제로 꽁꽁 묶이게 되고 더욱 복잡해진다. 사람들은 투자를 하기 위해라서도 이러한 내용을 이해해야만 하고 학습해야만 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많은 정보가 공개되면서 이루어진 일종의 최적화로 사람들은 어떤 것이 가장 좋은지 모두 알게 되었다. 좋은 땅과 건물은 날이 갈수록 가격이 오르고 세상이 점점 더 금융화 되어 가면서 자본의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자본이 만능인 시대에서는 자본과 자산을 반드시 가져야만 그런 거친 변화 속에서 겨우 살아남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엄청난 부자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상은·이은혜·정찬미. 2011, 한국에서 자산빈곤의 변화추이와 요인분해 , ≪보건사회연구≫, 제31권 3호, 3~37쪽.

이홍균. 2008, 한국인의 사회적 과시: 독일인과 일본인의 사회적 과시와 비교, ≪지방시대≫, 제10권 4호, 167~198쪽.

박소진·홍선영. 2009, 주거를 통한 사회적 과시의 한국적 특수성-일본과의 비교, ≪담론 201≫, 제11권 4호, 35~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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