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정돈하기
한동안 업무와 생활의 스트레스로 소비욕구가 춤을 췄다. 실제로 돈을 쓴 것은 아닌데 사고 싶은 게 많아서 밤마다 장바구니에 담았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지금도 내 장바구니를 들락날락하는 것은 3가지이다.
1. 맥북에어 M2 13인치
일하던 노트북과 다른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데 가장 큰 이유였다. 하루종일 붙들고 있는 노트북을 다시 펴서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회사에 앉아서 다시 글 쓰는 느낌이다. 물론 그렇게 잘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그게 너무 힘이 들어서 노트북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 다니며 맥북을 썼는데 타이핑도 잘되고 디스플레이도 좋아서 글 쓰는 맛이 좋아서 사고 싶었다.
2. 아이패드 에어 5
평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인스타에 그림을 그려서 올려보고 싶어졌다. 지금 있는 아이의 5년 넘은 아이패드로 그려도 되는데 그냥 내 아이패드가 하나 가지고 싶어졌다. 오래전부터 하나 가지고 싶었는데 역시나 집에 아이패드가 있는데 또 하나 사는 게 낭비처럼 느껴져서 꾹 참고 있다.
3. 끌로에 우디백 라지
가벼운 에코백을 선호해서 트레이더조의 커다란 에코백을 잘 매고 다니는데, 카페에서 누가 끌로에 우디백 라지에 노트북을 넣어온 걸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가격이 막 몇백만 원이면 금방 마음을 접었을 텐데 백만원정도라 마음이 자꾸 간다.
사실 집에 오래된 아이패드도 있고 엘지그램 노트북에 맨날 들고 다니는 에코백이 2개나 있다. 사실 꼭 정말 필요한 것은 아니라 구매를 하지 않고 있지만 타오르는 욕망을 억누르는 것은 참 힘들었다. 로또를 좀 사봐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맥북 준다는 이벤트에는 빼놓지 않고 응모를 하기도 하였다. 저 물건들만 가지면 삶이 변할 것 같았다. 자존감이 높아질 것 같았다.
그러다 최근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욕망이 사그라들었다.
레버리지 (롭 무어)에 나오는 구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난 자동차나, 한순간 스트레스는 풀어주지만 카드 청구서가 날아오면 고통이 몇 배로 증가하는 상품에 돈을 소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3년 이내에 가치의 90퍼센트가 감소하는 전자기기와 잔존가치가 없고 큰 비용이 들어가는 중독성 약물을 구매하는 데에 돈을 쓰면서 지식을 쌓고 리스크를 줄이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투자하지 않는 건 더욱 어리석은 행동이다.
인생의 진리는 늘 단순하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적게 먹고 운동을 해야 하고, 외국어를 익히려면 매일 시간을 내어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많이 말하고 들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하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해서 내가 진짜로 행동에 옮기고 꺠달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내용을 다시 듣고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 삶은 너무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 SNS만 봐도, 커피숍에 앉아서 주변을 살펴봐도,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인다고 느껴지는 것은 내 마음이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을 정리하고 삶을 정돈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나에겐 책이다. 누군가에게는 강연이나 다른 사람과의 대화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그것이 책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다시 깨달았다. 미니멀리스트 책을 읽고 삶을 정돈해 나가더라도 삶은 늘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그 마음이 쉽게 사라지곤 한다. 그러면 다시 물건이 쌓이고 쇼핑리스트가 늘어나곤 한다.
늘 단순하고 쉬운 삶의 원리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책을 늘 읽어야 한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다. 생계가 중요한데 책과 글이 무슨 소용이야라며 책도 못 읽고 글도 못쓰던 2달간 내 방은 포화상태가 되었고 생활비는 더 늘어났다. 하루에 몇 분이라도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자 방이 정돈되지 시작했고 냉장고가 비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자기 계발서 중 양질의 개발서들이 있다. 좋은 작가들이 쓴 책들은 주기적으로 읽어주면 좋은 것 같다. 막 다 잘될 거야라던가 이렇게 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어라는 류의 책이 아니라, 인생의 진리를 잘 풀어서 설명해 주는 작가들이 있다. 예를 들면 10만 원으로 1억을 만들어보세요가 아니라, 생활습관을 바꾸고 아껴서 저축하세요. 금세 되는 일을 없으니 초반에는 애쓰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세요. 등등 인생의 단순한 원리들을 설명해 주는 작가들 말이다. 대표적으로 롭 무어, 모건 하우절, 팀 패리스, 말콤 글래드웰 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다시 글도 쓰고 여러 가지 다시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장바구니에 더 이상 아이패드, 맥북과 끌로에 가방이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아이의 아이패드가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면 새로 살 것이고 내 노트북이 수명을 다하면 새로 살 것이다. 내 에코백이 수명을 다해도 끌로에 가방을 사진 않을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정돈하는 데는 책 만한 게 없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힘들고 어려울 때 늘 책으로 도망치던 나는, 책에서 위로를 얻고 또 삶을 정돈하게 되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쌓인 먼지도 잘 털고 열심히 글을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