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으로 걸어가는 길
균형을 잡고 걸어가는 삶이란 얼마나 어려운지.
아이를 키우는 일도 일도 가정을 꾸리는 일도 늘 균형을 유지하나 싶으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고 어느 한쪽에 신경 쓰면 한쪽이 기우는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두 가지를 다 잘할 수는 없는 일. 80%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 완벽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는 일이 인생의 전부 인지도 모르겠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아이의 저녁식사나 숙제 챙기는 시간과 질이 무너져 내린다. 또 아이에게 신경 쓰다 보면 일에 쓰는 시간이 적어지고 역시나 일에 차질이 생기고 만다. 오늘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포기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지난주 아이의 체험활동을 위해서 휴가를 내고 워터파크며 동물원이며 다녀왔더니 그사이에 모집한 프로젝트가 마감되고 말았다.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기회를 놓쳐버렸다. 물론 그게 없다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꼭 참여하고 싶어서 바쁜 시간 쪼개서 교육도 듣고 했는데 결국 기간 내에 파일럿 프로그램에 참여가 불가능해 프로젝트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재정에 신경 쓰기 위해 집밥과 냉장고 정리, 밑반찬 등 신경을 쓰다 보면 아이와 일에 또 신경 쓰는 시간이 줄어들고, 아이와 일에만 신경 쓰다 보면 또 금세 냉장고가 엉망이 되고 만다. 주말에도 일을 하면 좋은데 시간을 쪼개 냉장고 정리를 하고 밑반찬을 한다. 청소는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집안일은 여전히 많이 쌓여있다.
대학원 시절, 싱글인 나는 이해하지 못했던 저글링의 세계가 이것인가 싶다. 가정이 있으셨던 동기분들이 있는데 일과 가정 등 돌려야 하는 공들이 많은데 어느 시점에서는 몇 개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이다. 아내의 커리어를 도와주기 위해 업무 강도가 낮은 직장 을로 옮기신 분들도 있었고, 아이 교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아내분을 두신 동기분들도 있었다. 그만큼 혼자서 감당하며 다 돌리기에는 어려운 일들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 레버리지라는 책을 읽고 저글링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외주를 줄 수 있는 일들을 구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어느 정도 준비시간도 필요하다고 말이다. 물론 내가 꼭 해야 하는 일들도 있지만 수고로움을 좀 덜어내고 부담을 덜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가짐, 삶을 되는대로 꾸려가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 아닌, 내 선택에 의해 잘 운영되도록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선 집안일에 들이는 시간을 많이 줄이고 아이와 일, 두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 가족의 먹는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맨날 배달음식만 먹자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드는 밀키트나 썰려 나온 채소들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에 냉동 양파채와 양배추채를 사서 써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았다. 양파 까고 써는데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귀찮음을 무릅쓰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도 줄여보고자 했는데, 생각보다 편하고 좋았다. 양배추도 통으로 사면 좋지만 채로 쓰니 내가 썬 것보다 훨씬 좋았다. 냉장고 정리도 훨씬 쉬워져서 적극 애용하기로 했다.
주말에 된장찌개, 불고기 등등 여러 가지 밀키트를 만들어 얼려놓았다. 꺼내서 끓이기만 하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불고기도 이전에는 다 양념해서 재웠는데 양념 고기를 사서 쓰니 내가 한 것보다 맛도 좋고 간편하다. 정말 한국은 주부들이 살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동네 반찬가게나 정육점들도 적극 애용해서 돈가스나 밑반찬을 조달하려 한다.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임을 마음으로 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상황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삶을 꾸려가는 것은 보기에는 같은 결과로 보여도 전혀 다르다. 죄책감을 가지고 반찬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는 외주를 주고 일에 집중하자 마음먹으면 분명 내 마음과 뇌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이 방식에도 유연함을 두고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며 또 부지런히 균형을 맞춰 걸어가 보려 한다.
실제로 삶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Dwivedi & Rastogi, 2017). 삶이 흘러가는 대로 그냥 살아도 괜찮을 때가 있지만, 내 삶의 방식을 내가 선택하며 대처하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모습일지라도 우리 마음은 참 다른 것이다. 어떤 상황일지라도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있다고 믿는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마음도 그런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마음을 다잡고 반걸음이라도 내딛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이다.
참고문헌
Dwivedi, A., & Rastogi, R. (2017). Proactive coping, time perspective and life satisfaction: A study on emerging adulthood. Journal of Health Management, 19(2), 264-274.
사진: Unsplash의Jon Flobr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