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박하 Oct 27. 2024

관성으로 일하지 않기

어쩌다 보니 다시 마케터 (1) 

또다시 마케터가 되었다. 그것도 또 투자, 금융 관련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전 회사가 망하고 나서 이력서를 정말 많이 냈는데 다 떨어졌다. 면접까지 가서 떨어진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류에서 탈락했다. 어떤 곳은 정말 나에게 딱이다 싶어서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원서를 냈는데 연락도 오지 않아서 정말 상심했었다. 


번역과 여러 가지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는데 링크드인에서 한번 해볼까 싶은 곳 공지가 뜬 걸 보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글로벌 회사라 큰 기대 없이 원서를 넣었다. 그런데 웬걸 이틀 만에 연락이 와서 인터뷰 보자고 하고 2차 인터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면접 본 지 한 달 만에 입사가 확정되었다. 일이 되려면 이렇게 단번에 되는구나 싶어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이제 두 달이 되었다. 꼭 두 달이 지났는데 마치 일 년은 지난 듯 느껴진다.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초반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열심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후에 조금 실수가 있더라도 용납이 된다. 물론 처음에만 열심히 하고 나중에 대충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은 다 아실 거라 생각한다. 


아무튼 8월부터 정말 열심히 일하다 보니 이제 일들이 손에 익어가기 시작했다.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종종 하는 일들이 있는데 이제는 요령도 생기고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만하면 되겠지 뭐"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사실 이제 상사에게 모든 일을 검수받지 않는 신뢰를 형성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충 적당히" 일해도 되겠지라는 유혹이 찾아오기도 한다. 


매일 새로운 글을 발행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매일 주제를 생각하는 게 너무 괴로웠다. 쓰는 것은 더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약간 루틴이 생겨서 어느 정도 수월해졌다. 그러다 지난 금요일 너무 관성적으로 대충 글을 써버리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꼭 애를 쓰며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마음이 너무 달라져있었다. 금세 안일해진 내 마음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얼른 글을 지우고 새로 쓰기 시작했다. 다시 처음처럼 고민했고 글을 썼다. 처음 쓴 글과 그리 달라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걸 읽는 사람들은 분명 그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흑백요리사를 보며 여러 번 울었다. 특히 마지막화에서 요리사님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고 온 마음과 힘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고 생각한다. 일과 삶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일에는 마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시대를 어쩌면 역행하는 이야기였다. 물론 회사에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고 정말 안 맞는 일을 하는 경우에는 다르지만. 하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자신도 사랑하는 일을 온 마음을 다해하고 싶다고 마음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지금 하는 일이 나에게 잘 맞고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럴 수 있다. 이런 회사를 만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감사하며 결심했다. 결코 관성적으로 일하지 않기로 말이다. 좀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더 좋은 콘텐츠를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기로 말이다. 더 배우고 더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한 자리에 멈춰서 있지 않기로 했다.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뭐든 대충 하는 법 없이 한번 더 고민하고 생각하며 일하기로 했다. 그래야 결과에 상관없이 나 자신에게 떳떳할 것 같다. 


관성적으로 일하지 않기
한번 더 생각하고 고민해 보기

새로운 한 주를 앞에 두고 다이어리에 이렇게 쓰고 마음을 다듬어 본다.


사진: UnsplashLinkedIn Sales Solutions


매거진의 이전글 고객상담을 하면 뭐가 좋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