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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Apr 05. 2022

고객상담을 하면 뭐가 좋나요

40살 신입 마케터 일기 (6): 고객상담의 장점과 단점

고객상담을 하면 소소한 기쁨과 소소한 슬픔이 있다.

소소한 기쁨은 쉽게 문제들이 해결되고 고객이 만족하면 소소하게 기쁘고 뿌듯하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들어줄 수 없는 요청을 하거나 내 선에서 해결되지 않고 더 위로 올라갈 큰 문제들일 경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문제 해결이 길어질 때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담당자인 내가 확인하고 메일 보내고 사정을 설명하고 하는 등 상당한 시간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걸려 처리를 해도 지나고 나면 뭐 했다고 쓸 것도 없이 휘발되어 버린다.


고객상담을 하면서 업무일지를 더 열심히 쓰게 된 것 같다. 노션에 거창하게 정리는 아니어도 그날 몇 건의 이메일에 답장을 했는지 몇 건의 채팅이 있었는지 이면지에라도 기록을 했다. 까다로운 상담 건의 경우에는 더 크게 적어놓고 큰 체크박스를 만들어두기도 했다. 오늘 처리해야 하는 상담들을 모두 처리하고 체크박스를 모두 채우고 나면 그렇게나 뿌듯했다. 물론 이렇게 하루 종일 일해도 누군가 보기에는 소소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점차적으로 고객상담에 적응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금이라면 즉각적으로 대답하고 처리할 일들도 매뉴얼을 뒤적이고 결국은 잘 몰라서 CS팀 매니저를 호출하고 이메일로 알려준다고 하고 등등 여러 가지 식은땀 흐르는 상황들을 마주해야 했다. 다니는 회사가 금융 쪽이라 계산기 두드리며 숫자를 봐야 하는 문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시스템 버그가 생겨 연신 사과를 해야 하기도 했다. 채팅이긴 하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아주 다른 일들에 비해 많은 인지를 사용하게 한다.


스타트업이라 딱히 근무 교대니 심리상담이니 이런 것도 없기에 정신없는 시간에 그대로 노출되곤 한다. 지난 3달간은 거의 CS와 내가 맡은 다른 업무 CRM까지 거의 full-time으로 하느라 몸이 2개여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결국 소소한 사고를 몇 개 치고 나서야 한 명 더 사람이 들어왔고 이제는 핸들링할만한 수준의 업무량이 되었다.


CS를 처음에 할 때는 이걸 한다고 나에게 뭐가 도움이 되나?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불평도 많고 자괴감도 많이 들었는데, 회사 창업 멤버인 매니저(알고 보면 이사님)는 다른 신사업개발이니 뭐니 바쁜데도 CS 업무를 도맡아 하면서 어려운 고객들을 상대하는 것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고객상담의 가장 큰 단점은 다음의 3가지이다.


1. 감정노동이다.
2. 소위 말하는 단순노동(막일?) 업무가 많다.
3. 시간에 얽매인다.


생각보다 더 감정노동이었다. 생각보다 막말을 하는 사람도 화를 내는 사람도 많았다. 안 그래도 감정전이가 큰 편이라 영화도 잘 안 보는 나에게 고객들의 짜증은 크게 느껴졌다. 거기다가 처리하기 위해 여기저기 부탁을 해야 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었다. 내 일이 아니라 고객의 일인데도 여기저기 굽실대며 처리하다 보면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오기도 했다.


또 정말 단순노동이 많다. 여러 가지 정리하는 일부터 아직 자동화가 안된 소소한 업무들까지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붙들고 살아야 하고 그마저도 눈알이 빠지게 보면서 정리를 해야 했다. 물론 머리 복잡할 때는 막일도 좋지만 손목이 나가고 거북이목이 되도록 화면을 들여다보며 단순히 셀들을 채우는 일은 정말 하나도 성취를 주지 못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가 시간에 얽매인다는 것이었다. 사실 다른 일반적인 고객상담팀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이고 3명이 3교대로 (...) 업무를 보고 있어서 누구 하나 쉬려면 한 명이 16시간을 봐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 스타트업의 3교대라니. 3교대 간호사들도 오프가 있지만 우리는 오프도 없이 주말도 휴일도 없이 몇 개월을 일하다가 한 매니저의 강력한 권유로 주말에는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한 명이 더 들어오면서 조금 숨 쉴 틈이 생겼다. 그래도 하루를 온전히 쉬려면 누군가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 특성상 자율근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부분 자신의 업무에 지장이 없으면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나의 휴가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불편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이 생활을 1년이나 한 나에게 수고했다고 나라도 말해주고 싶다.


그럼 고객상담은 단점만 있느냐 그것은 결코 아니었다. 정말 새로운 업계에 들어와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내가 고객상담 일을 했다는 점이 있었다. 어떤 서비스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고 싶다면 고객상담을 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고객상담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해당 서비스에 대해서 파악이 빠르다. 최신 회사 근황에 대해서 빠르게 알 수 있다.
2. 자세한 고객정보들에 대해서 알 수 있다.
3. 언어 능력이 향상한다.


앞서 밝혔듯이 고객상담을 위해서는 해당 서비스에 대해서 아주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하고 미쳐 누군가는 생각지도 못했던 서비스의 장단점까지도 파악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자세히 서비스와 업계에 대해서 알게 된다. 또한 서비스나 기능이 출시될 때 고객상담팀은 가장 세세하게 알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이슈가 생겼을 때에도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 소식과 업데이트를 가장 빠르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세한 고객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이 나에겐 매력적이었다. 개인정보가 아니라 고객들의 세그먼트, 고객군에 대해서 자세히   있었다. 이런 성향의 고객은 이런 투자를 하고 저런 투자를 하고 이런 것들을 궁금해한다와 같은 고객들의 그림을 그릴  있었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중의 하나가 고객의 페르소나 그리는 것인데 실질적인 우리 서비스의 페르소나를 그릴  있게  것은 중요한 장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영어와 한글 작문실력이 상당히 늘었다고 생각한다. 1년간의 영어상담과 이메일을 진행하면서 영어 이메일, 여러 가지 용어들에 익숙해지고 실시간으로 미 구인들과 채팅을 하면서 다져진 실력이 꽤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말과 글은 달라서 아직 말은 좀 글만큼 잘 쓰지는 못한다. 그리고 한글로토 채팅을 많이 하고 이메일을 쓰고 교정하면서 실력이 어느 정도는 늘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말로 고객 상담하시는 분들은 조리 있게 말을 잘하실 거라 생각한다.


이런 장점들이 있지만 고객상담 업무는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한 업무 일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이러한 경험을 더 높은 레벨로 가져가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없이는 매일을 쳇바퀴 돌리듯이 돌아갈 것 같다. 장점은 살려서 고객상담을 넘어 최근의 고객 경험 Customer Experience 레벨업을 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오늘도 오전에 20개도 넘는 고객상담건을 마무리하였다. 월요일 오전은 정신이 없다. 주말 동안에 쌓여있는 채팅에 이메일을 보내다 보면 오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나마 죄근에는 좀 숨통이 트여서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래고 점점 업무에서 fade out 될 것이다.


나에게 고객상담은 어떤 의미로 나중에 기억될까?


나는 어딘가에 문의할 때 최대한 상냥하게 물어보려고 애를 쓴다. 그들은 또다른 나의 거울 같기에 예의바르게 죄대한 자세히 원하는 바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경험은 삶을 윤기있게 해준다. 어떤 경험도 결코 낭비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언젠가 이런 경험들이 나의 삶을 더욱 성숙하게 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내일은 이메일도 상담업무도 적게 들어오길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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