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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09. 2024

뭐가 이렇게 한꺼번에 떨어지나

한 달에 50만 원으로 살아보기 (5): 첫 번째 달 마무리 

한 달이 되기 10일 전 즘 이미 잔고는 0이 되어버렸다. 이 프로젝트의 패착은 식비와 생활비를 구분하지 않았다는데서 왔다. 생활비를 20만 원 더 가져왔다. 휴지, 세탁세제, 식기세척기 세제 등이 똑 떨어졌기 때문이다. 식용유, 토마토소스, 사골국물 등 한번 주문하면 길게는 몇 개월을 먹는 것들도 때마침 떨어져서 주문을 해야 했다. 이런 것까지 계산을 해서 예산을 짜야하는데 지난 1년간 너무 감을 잃어버렸다. 또 생필품과 아이 학용품에 생일파티에 예상외로 돈 나갈 곳이 많았다. 


그래도 이번달에 2-3달치 생필품을 구매했으니 다음은 좀 더 괜찮지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3달 정도는 해보고 생활비 평균을 내야 할 것 같다. 이번 10일부터는 약 70만 원 정도로 운영을 해보기로 했다. 


지난 한 달을 정리해 보자. 이번 달에 사용한 돈은 다음과 같다. 


일반 식비: 30만 원

배달비 및 외식비: 12만 원

생필품: 10만 원

아이생일파티비용: 8만 원

네스프레소: 3만 원

아이 겨울 준비: 3만 원

아이 학용품 및 용돈: 3만 원

합계: 69만 원


여기에 집 관리비 등은 포함이 되어 있지 않다. 아파트 단지가 작아서 뭐 특별히 안 해도 25-30만 원 정도 나오는데 내년에 이사 갈 때는 좀 대단지로 이사 가려고 하고 있다. 


식비도 그렇게 많이 들 거 같지 않았는데 과일이나 우유나 만두 같은 것들을 사다 보면 금세 몇만 원씩 나오는 걸 보며 물가가 많이 올랐나 싶다. 역시 먹고사는 게 쉽지가 않다. 배달 외식비도 최대한 덜 쓰려고 했는데 또 아이 친구가 놀러 와서 배달시켜주고 아니면 같이 나가서 놀다가 아이스크림라도 먹고 하면 예상외의 지출이 생겼다. 


이번달에는 서울에도 다녀와야 하는데 왕복 KTX 비용이 만만히 않아서 예산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이다. 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거라 택시로 오고 가면 택시비에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걱정이다. 


가계부를 보면 역시 혼자 벌어서 저축하며 지내기는 정말 어렵구나 싶다. 아직 소소하게 번역일을 하고 있긴 한데 그 정도도로는 뭔가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소소한 것들도 모으면 큰돈이 되지만 그래도 부족한 느낌이 든다. 사실 아침에 8시 반부터 저녁에 6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고 나서 아이 숙제하고 집 정리하면 이미 10시가 넘어서 뭘 하려면 수면시간을 줄여야 한다. 


혼자서 아이를 돌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지 말아야 하는 것이라 체력을 갉아먹으면서 뭔가를 새로 시도하는 일을 쉬운 결정은 아니다. 투자를 다시 해보면 어떨까 싶기는 한데 고민 중이다. 소비단식일기 2 - 투자일기를 쓰다가 말았기 때문에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다.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사실 잔고가 0이 돼서 다른 통장에서 이체를 하면서 좀 우울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미 소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작이라 생각이 되었다. 어떻게 한 번에 다 원하는 대로 되겠는가. 삶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니 말이다. 이미 충분히 나는 잘하고 있다. 


이제 다시 새로운 달이 시작되고 새로운 예산이 주어졌으니 또 고민하며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사진: UnsplashJulianna Arj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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