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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10. 2024

한 달에 책은 몇 권 살 수 있을까

한 달에 50만 원으로 살아보기 (6) 

나는 책을 정말 좋아한다. 읽는 것도 사는 것도 좋아한다. 사실 책 사는 게 정말 좋다. 도서관 책도 좋지만 역시 "내 책"이라는 느낌이 있어야 더 좋은 것 같다. 책을 사도 거의 새책처럼 본다. 줄도 안치고 책 펼침자국도 잘 안 낸다. 그래도 내 책, 새책이 주는 그 뿌듯함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서울에 살 때는 중고서점을 좋아했다. 깨끗한 책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처럼 서점이 많지 않은 나라에 살 때에도 어떻게 해서든지 서점을 찾아서 영어책이라도 샀다.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이유가 단지 생존을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에게 알려주려고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책 값도 비싸서 2-3권만 담으면 벌써 5만 원이 넘어간다. 한 달에 50만 원으로 살아보기 시작하면서 책 사는 것은 생각도 안 하게 되었다. 예스 24 북클럽을 이용하고 있긴 한데 그래도 역시 종이책만 한 건 없다. 장바구니에 책을 잔뜩 담아두고는 보곤 한다. 


11월이라 이제 다이어리 주는 행사들도 온라인 서점마다 시작해서 여러 가지 동기로 책을 너무 사고 싶은데 예산이 허락할지 모르겠다. 한 달에 책은 몇 권 정도 살 수 있을까? 책을 사는 대신에 줄여볼 것이 없을까? 아무래도 배달음식이나 아이 학용품이나 장난감을 줄여야 할 것 같다. 


특히 학용품이나 아이 장난감을 줄여야 한다. 지금은 약을 먹고 있지는 않긴 한데 꽤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약을 먹었었다. 그때 아이를 훈육할 기운이 없어서 약간 돈으로(?) 키웠는데 그때 버릇이 남아 있어서 쉽게 미술놀이 세트며 스티커들을 주문하곤 한다. 


사실 나는 아이가 하나라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고 싶고 여전히 소비요정 성향이 있어서 계절이 바뀌면 사주고 싶은 게 많다. 다만 아이가 나만큼 소비요정이 아니라서 내가 "가을인데 목도리 사줄까"하면 "엄마 나 목도리 있잖아"라며 나를 말린다. 그래서 그나마 소비를 좀 덜하고 살 있다. 


얼마 전에는 아이가 밤에 "엄마 뭐 좀 만들게 미술용품 좀 사주세요"하길래 아무 생각 없이 "그래"하고는 주문하는 걸 잊었다. 그러고는 아이는 그걸 잊어버리고 찾지도 않았다. 굳이 바로 주문해줘야 할 이유가 없는 거다. 하루만 지나도 아이가 잊어버리기도 하고 집에 대체할만한 것들이 있기도 하다. 24시간 결제 가능한 온라인 쇼핑이 얼마나 돈을 더 잘 쓰게 하는지 새삼 느낀다. 


(좌) 내 장바구니 (우) 오래전 교보문고-포비 다녀온 사진

일단 이번달에는 더 굳이 안 사도 되는 걸 좀 덜 사고 책을 3만 원 정도라도 사보고 싶다. 새 책 냄새 맡은 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립다. 도서관 책으로는 이북으로 안 되는 종이로 된 새책이 주는 그 지점이 분명히 있다. 


사실 서점 가서 사고 싶지만 서울에 워낙 짧게 다녀오니까 광화문까지 다녀올 시간은 없다. 누군가 인터넷에 광화문이 터가 좋아서 우울할 때 가서 산책하고 교보문고 들렀다오면 훨씬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한 걸 봤는데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 친정이 청계천가에 있어서 청계천을 따라서 40분 정도 걸으면 광화문이 나온다. 거기서 책 사서 포비 가서 베이글에 커피 마시면서 사온 책 보면 최고의 힐링이다. (참고로 포비는 커피가 진짜 맛있다) 


아 12월에는 꼭 서울 가서 무조건 광화문에 나가야겠다. 


사진: Unsplash의 Alexandra Fu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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