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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Jul 24. 2021

뜨고, 가라앉는다

해는 돌고 돈다

일상은 얼마나 흔하고 일반적인가.

사실, 꿈꾸는 것들은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상당히 낮다.  그런데 우리는 그 꿈이 실제로 일어나길 바라면서 뜨는 해 앞에서 소원을 빌곤 한다.

그런데 해질 무렵엔 그런 소원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지는 해를 바라보기 위해 서쪽 바다로 찾아가는 사람은 드물기까지 하다.

한 번 다시 바라보자.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자.


밤은 꼭 온다, 꼭

밤이 됐을 때 만난 달. 모두 동해 일대에서 촬영.

일반적으로 밤이 되기 시작하면 비로소 쉬는 시간이 돌아온다.

그래서 어쩌면 밤 되기 직전이 가장 가슴이 뛰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밤을 기다리는 경우라면 일하는 중일 수도 있겠다.

더불어 달은 매일 다른 얼굴이다. 그 모습은 사람도 비슷하다.

  

달.

달은 밤을 즐기는 얼굴이다.

‘내가 보이지 않으면 아침이야. 해가 더 밝아서 내가 안 보이는 거야. 사라진 건 아니니 걱정 마. 나도 좀 쉬어야지.’

어떤 사람들은 그 밤이 이어지길 바랄 수도 있지만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해 뜨는 아침이 오길 바랄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람들은 1월 1일에 맞춰 뜨는 해를 만나기 위해  동해로 나선다.


당연히 해는 뜬다

맑은 날 찍은 뜨는 해. 구름 없이 만나는 아침해는 의외로 드문 편이다.

해는 뜬다. 사람들은 그 순간 바닷길 위에서 뜨는 해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곤 한다.

지글거리며 떠오르는 해를 보는 시간은 짧다. 해는 급하다는 듯이 순식간에 바다 위로 쭉쭉 올라선다.

사람들은 높이 올라선 해를 보면서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해는 원래 높이 뜬다.

만약 바다 위에 뜬 듯한 모습을 또 보고 싶다면 다음날을 기대하면 된다. 물론 그보다 빨리 만날 수 있긴 하다.

비록 해가 떨어지는 모습이지만 서해라면 볼 수 있는 것이다.  

떠오르고 있는 해.





조만간 나 가라앉아, 그러기 전에 나를 만나

조개에 초점 맞은 사진. 저 큰 보케가 바로 지는 해.

동해에서 떴던 해가 빙글 돌아 서해에서 진다. 보통 서해 바다가 맑지 않다, 걸어 다니기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서해에서 해가 가라앉는 순간을 보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동해의 뜨는 해만큼, 아니 더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을 볼만한 곳이 없을까.

태안 일대가 바로 해질녘을 즐기기 좋은 곳. 아래를 터치해보면 갈음이가 나온 일부를 볼 수 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일부

약 20년 전 영화. 어떤 사람은 세상을 떠나기도 했지만 태안의 갈음이라는 곳은 크게 변한 게 없다. 곰솔 조차도 그저 묵묵히 잘 자라고 있다.

더불어 최근 외국 뉴스에 나오던 만큼은 아니지만 그 일종으로 보이는 거품도 아름다운 색깔로 만날 수 있다. 일반적인 오후 시간에는 그 거품과 나무, 멀리 보이는 섬들의 색깔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해질녘은 완전히 다르다. 해가 바다로 가라앉는 듯한 그 순간의 색들은 해뜰무렵과 다르다. 그것은 ‘얼마 전에 밤이었지’와 ‘얼마 전에 낮이었지’가 달리 보이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더불어 미세먼지조차 적다면 서해의 해질녘이 보여주는 색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전해준다.  

해질녘 갈음이.


또한 태안의 바닷길은 바다 자체가 제법 내려앉은 상태라도 걸어 다니는데 크게 불편하지도 않은 편이다.

 


질척거리는 땅이 맘에 들지 않아서?

신안군 수산물에서.

더불어, 서해의 바닷길 자체가 조금 불편하다면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순간을 느낄 수 있다. 바다 근처이기에 다양한 물고기들을 구매하거나 그 자리에서 먹기도 좋다. 생각해보시라. 해질녘의 아름다운 붉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회를 먹는다면 그 순간 기분이 어떠하겠느냔 말이다. 눈과 입이 함께 즐기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해질녘, 태안 만리포.

떨어지는 빛 덕분에 사진 찍기도 좋다. 해가 높이 떠있는 시간들보다 더 다양한 컬러를 즐길 수 있기 때문. 밤 되기 한 시간 정도 전부터 찍기 좋다. 참고로  아름다운 빛을 정면으로 찍을 때 안심하면서 즐길만한 렌즈를 사용하는 게 좋다.


떴기에 가라앉고 가라앉았기에 뜬다

위는 차례대로 해가 뜨는 순간과 가라앉을 때이며 하단은 그 반대.

뜨는 해가 아름다운가, 지는 해가 아름다운가 묻거나 생각하지 말자. 성의 없는 말 같지만 직접 느껴보시면 알겠지만 둘 다 아름답다. 그 답은 해 조차도 모를 확률이 높다. 일주일 뒤건 한 달 뒤건 각각 다른 해와 바다를 만나보시라. 해가 반대쪽에서 뜨고 진다거나 사라지진 않기 때문이다.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해, 바다 아래로 사라지는 듯한 해는 동일한 해다. 해가 솟아올랐다고 나의 삶이 그렇게 올라서길 바란다면 그 반대도 똑같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자. 솟아오르는 해를 보며 ‘제 삶도 그리 솟아오르게 도와주세요’라고 소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다음은? 그저 계속 솟아 있기를 바라겠지만 해는 솟아 오른 후에 점점 가라앉는다.

각각 해뜨는 동해와 해지는 서해

그렇다면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소원을 빌어보는 건 어떨까.

‘제 인생의 끄트머리 조차도 그대의 지금 그 모습처럼 아름답고 멋지길 빌어봅니다’

이렇게 말했을 때 해가 뭐라고 답해줄까?

해 뜰 무렵. 구름 때문에 솟아 오르는 해를 바라볼 수 없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소원 조차도 어리석은 게 아닐까.

진 해는 다음날 다시 올라오기 때문. 어디 그뿐인가. 다음날은 비나 눈이 내려 해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울해하진 말자. 흐렸다고 해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떠오르거나 지는 해를 만나기 위해 바다로 갔을 때 볼 수 없었다고 울울해하지 말자. 해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이 해를 향해 소원을 빌었을 때 해는 그저 단순하게 대답하지 않았을까.

‘그대의 인생도 마치 나처럼 떴다 가라앉고 가라앉았다 뜰 것 같구나. 그러니 힘내렴.’ 




EastRain 2021.07.24




::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했습니다.

:: 일부 사진은(해를 정면으로 크게 찍은 사진) SIGMA 100-400mm F5-6.3 DG DN OS | Contemporary로 찍었습니다. 해당 렌즈를 대여한 덕분에 찍은 사진입니다.

:: 그 외 사진은 Zeiss Batis 2.8/135와 Zeiss Loxia 2.8/21로 촬영했습니다. 해당 렌즈는 본인 소유 렌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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