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tRain Oct 13. 2022

섬으로 타박타박 걸어가 보자

화성시 형도와 수섬

10월이 되면 가을의 중심이 다가오게 된다. 더위는 물러가고 추위는 살짝 멀리 있는 덕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봄과 가을은 눈 깜짝한 사이에 떠나버린다. 지구가 계속 변하고 있는데 이러다 순식간에 봄과 가을이 사라질지도 마른다. 사람의 삶도 순식간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 자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한 번이라도 제대로 즐겨보자. 더불어 꼭 사진으로 남겨두자. 사라지기 전에.


섬 같지 않은 섬을 만나보자

형도에서 바라본 바다.

형도는 원래 섬이었다. 그러나 시화호의 매립으로 육지가 됐다. 따라서 지금 그곳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 더불어 섬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함께 받을 수 있다.

형도, 고인 물들.

더불어 서해기에 만날 수 있는 칠면초는 물론 바닷물이 아니기에 자랄 수 있는 억새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누군가는 그 땅이 더러워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해이기에 가능한 바다의 끈적하고 튼튼한 힘을 느낄 수 있다.

형도에서는 억새와 칠면초가 함께 자라고 있다.


호수가 보인다.

형도를 향해 가다 보면 왼쪽은 호수로 보이고 오른쪽은 바다가 보인다. 바다와 호수 중간에 둘을 막고 있는 길은 각자의 삶을 위해 도와주는 것 같다.


바다. 진득한 갯벌.

호수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갯벌은 서해에서만 만날 수 있다. 바다가 주르륵 내려간 이후에 보이는 갯벌은 한 번도 쉬지 않는다. 마치 해다 뜨고 가라앉는 것처럼 바다에 끈적한 땅이 나타났다 사라지기까지 반복한다.


섬, 형도의 끝자리

형도에 도착하면 그 작은 섬을 빙글 걸어보자. 그 길에서 바다를 만날 수도 있다. 사람 숫자가 적은 편이니 느긋한 마음으로 한적하게 걸어보자.

형도에서는 바다를 볼 수 있다.

형도 일대를 걷다 보면 ‘이보다 작은 섬이 있다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화성에는 이처럼 걸어서 도착할 수 있는 섬이 하나 더 있다. 형도보다 훨씬 작은 섬. 더 멋지고 아름다운 작은 섬. 수섬이 그렇다.


한국판 세렝게티, 수섬

저 사진에 보이는 작은 섬에 가는 길은 아래와 같다.

저 알림에서 내린 후에 조금만 걸어가면 수섬에 도착할 수 있다.

저곳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 질척거릴 수 있지만 힘든 길은 아니다.


길 도움 사진의 상단을 보면 수섬이 보인다.


수섬이라는 섬은 배가 아니라 발로 걸어 갈 수 있다.

작은 섬을 바라보며 걸어가면 수섬에 도착하게 된다. 원래 바다였던 길 위를 타박타박 걸어가다 보면 여러 풀과 돌들을 만나게 되는데 포근한 느낌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수섬. 한국판 세렝게티라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이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원래 바다로 차 있던 곳이 땅으로 변한 곳이다. 사람 덕에 새로운 땅이 생긴 것. 그러나 셀 수 없는 오랜 시간 동안 바다의 울림을 받았던 돌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그리고 바다로부터 받았던 그 힘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인생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변하게 된다. 그러나 사라지지 않는, 변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다. 그 변함없는 것이 여전히 아름답기 위한 묵직한 힘은 뭘까? 수섬을 만나보자. 수섬이 그 답이 뭔지 도와주지 않을까?


수섬, 해진 직후.




포근한 마음이 전해질 때

여행을 즐길 때에는 급한 마음은 접어두자. 느긋한 마름이 있었을 때 비로소 대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느긋한 마음을 느낀 후에 찍은 사진을 다시 봤을 때 안심이 되고 만족하게 해주는 건 뭘까? 조금 유치하거나 치사하게 느낄 수 있지만 카메라와 렌즈 덕분이다.

특히 느긋한 느낌과 매우 잘 어울리게 도와주는 것이 수동 MF 렌즈다. AF로 빨리 찍을 필요도 없고, 오히려 느긋할 때 더 훌륭한 사진이 나오는 시간이기 때문.

더불어 결과적으로 부족함 없이 만족을 도와주는 렌즈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그 답은 아주 드물다. 참고로 Zeiss Loxia가 그 답의 중심에 있다.


Loxia 2.4/85와 Loxia 2.8/21



이번에 형도와 수섬에서 찍은 사진은 이 두 렌즈로 찍은 결과다. 혹자는 85mm는 사람 찍기 전문이라고 말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대상을 압축하듯이 찍기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망원일 때에는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기에 더 뒤로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정 지역을 압축하듯 찍기엔 85mm가 적절하다.

수섬 사진 중 일부가 Zeiss Loxia 2.8/21로 찍은 결과다. 작은 섬에서 뒤로 멀리 가지 않고 폭넓게 찍었다. 그 덕에 아름다운 돌들과 작은 섬을 함께 찍을 수 있었다.

이 렌즈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하나 있다. Canon과 Nikon 미러리스를 위한 Loxia렌즈가 없다는 것. 과거 DSLR시절에는 캐논과 니콘을 위한 Zeiss 렌즈가 있었는데 말이다.


EastRain 2022.10.13


:: 모든 사진은 Zeiss Loxia 2.4/85, Zeiss Loxia 2.8/21로 찍은 결과입니다.

:: Zeiss Loxia 2.8/21은 본인 소유 렌즈이며 Zeiss Loxia 2.4/85는 대여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사람의 마음은 ‘부럽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