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강식물원
내 고향은 부산이다. 그러나 대학시절부터 쭉 부산에서 벗어나 있었다. 말 그대로 벗어난 것처럼 살았다. 그러나 그 벗어난다는 마음은 그리움으로 변하게 되더라.
뇌경색으로 내 머리가 가라앉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래전 기억은 더 크게 만드는 것 같더라. 그리고 가라앉지 않았던 오른쪽 머리가 멀쩡해서 그런지 사진 찍기는 더 큰 마음으로,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오더라.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내 고향이었던 부산을 찾아갔다.
흐르는 시간은 어디에 이어져 있을까? 어떤 모습이건 시간이 지나면 결국 변한다. 온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없다. 시간의 흐름은 변함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우습게도 꾸준히 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마음에 전달해 주는 느낌은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부산 곳곳은, 아니 부산 그 자체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그렇지만 ‘나 변하지 않았소’라고 말하는 느낌을 전하는 곳도 있다. 그런 곳은 드물디 드문데 금강식물원이 그중 하나다.
금강식물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인 운영 식물원으로 1969년 9월에 태어났다. 50년도 더 넘은 식물원. 일반적으로 사람의 욕심은 어마어마하다. 50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자리를 지키며 변하지 않은 식물원은 드물다. 그 사이 다른 나무로 바뀌는 것은 흔하고 50여 년간 그대로 있는 유리온실은 찾기 힘들다.
새롭다는 말을 조금 더 생각해 보자. 국어사전을 검색해 보면 ‘지금까지 있는 것이 없다’고 알려준다. 즉 진짜 새로운 것은 과거의 무엇인가가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평소에 새롭다고 말하는 것들 거의 대부분은 일부만 바뀌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대로 두고 주변만 바꾼 후에 새롭다고 말하는 것. 따라서 진짜 새롭다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새 꽃이 피고 있다고 말할 때를 생각해 보자. 나무가 변하지 않았기에, 땅 속에 자리를 잡았던 씨앗 덕분이지 않던가? 우리가 말하는 새로움은 과거에 존재했던 것을 무시하거나 버렸을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전혀 변하지 않은 금강식물원에 들어가면 힘을 얻게 된다.
금강식물원은 그 흔한 것들 조차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길과 바닥은 물론이고 작은 시냇물도 그대로다.
그래서일까.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의 그 어렵고 우울한 삶에 제 힘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그러니 힘내세요.’
:: 금강식물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