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MA 50mm F1.2 DG DN | Art
F1.4 보다 밝은 렌즈를 향해 바라보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 필름을 사용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당시 필름은 보통 ISO 100이 기본이었고 컬러 필름은 최고로 올린다 해도 ISO 1600에 불과했다. 따라서 빛이 부족한 순간을 현실적으로 도와주는 건 렌즈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F1.4가 최선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캐논이 Leica의 m39를 카피하면서 최초의 50mm F1.2 m39 Screw Mount를 선보였다. 그 이후에 여러 사에서 꾸준히 50mm F1.2를 발표했다. DSLR이 가라앉고 미러리스 시대가 된 후에도 50mm F1.2 발표는 멈추지 않았다.
디지털카메라 이후 F1.2의 인기가 가라앉지 않은 이유는 뭘까? 우선 필름 시대와 비슷한 이유인데 고 ISO가 보여주는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가 더 큰 인기인데 더 크고 아름다운 보케다.
보통 멀리 있는 곳에 초점을 맞추면 보케나 흐름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망원렌즈라면 먼 곳에 초점을 맞추고 F5.6으로 찍어도 흐림이 나타난다. 그러나 망원렌즈 특성상 폭넓게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 꽤 먼 곳을 다양한 폭에 맞춰 찍으면서 흐림이 나타나길 원한다면 50mm F1.2가 답이다. 꽤 넓게 찍기엔 35mm 이상 광각렌즈가 적절하지만 먼 곳에 초점을 맞추면 F1.2라 해도 흐림이 나타날 수 없다.
초점 맞은 곳 후면의 흐림도 좋지만 전면부의 흐림도 매력 중 하나다. 초점 맞은 곳의 앞 뒤에 자연스럽게 흐림이 다양하게 나타나도록 도와주는 렌즈 중 하나가 SIGMA 50mm F1.2 DG DN | Art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조차도 아주 가까이 찍으면 흐림이 나타난다. 그리고 일종의 수정으로 선택한 특정 일부 외 모두 흐려지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의 흐림은 상당히 어색한 경우가 많다. 초점 맞은 곳에서 실제 거리에 맞춰 점점 더 흐려지거나 점점 더 선명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
망원렌즈를 제외하고 5~10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사진을 찍었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흐림은 카메라에서도 흔하지 않다. 최대개방 F1.2기에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흐림을 만날 수 있다.
보통 한 장의 사진 안에는 다양한 것이 합쳐져 있다. 일종의 벽을 사진 전체로 담는 경우 외에는 초점 맞은 곳과 흐려지는 곳을 함께 담아두게 된다. 결과를 본 사람이 집중하기를 원하는 곳에 초점을 맞춘다. 당연히 초점 맞은 곳이 선명하기를 바라면서.
흐려지는 곳은 일종의 도움 역할을 하게 된다. 흐려진 곳은 원래 어떤 모습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하기에 선명한 곳을 더 집중하게 도와준다. 따라서 흐려진 곳은 부드러워야 한다.
그리고 반대인 경우도 있다. 그 자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더라도, 오히려 그 흐려진 모습이 더 아름답기에 사진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하는 렌즈가 50mm F1.2가 아닐까?
보케나 흐림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일단 초점 맞은 부분이 중요하다. 초점 맞은 곳이 정확하게 선명할수록 흐림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일반적으로 F1.4 이상으로 주변부 초점 시 선명함이 낮아진다. 그래서 보통 F1.2로 찍을 때 주변보다는 중심에 초점을 맞추고 찍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SIGMA 50mm F1.2 DG DN | Art는 주변까지 안심해도 될 정도로 훌륭하다.
보통 최대개방 상태로 빛을 함께 찍으면 플레어가 왕왕 생긴다. F1.2라면 플레어가 심각해질 확률이 높다. 그러나 SIGMA 50mm F1.2 DG DN | Art는 거의 문제가 없다. 오히려 그 강렬한 빛을 자연스럽게 품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어두운 곳의 점처럼 숨어있는 빛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터질듯한 강렬한 빛조차 사진에 품어 넣는 SIGMA 50mm F1.2 DG DN | Art. 그 렌즈는 다양한 순간을 놓치지 않게 도와주고 있는 게 아닐까.
SIGMA의 Art 렌즈는 대부분 조금 무겁다. 혹자는 그 무게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그 무게 덕분에 F1.2가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F1.2 덕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꿈 조자 꾼 적 없었던 놀랍고 멋진 사진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간절함을 품고 있기에 , F1.2의 무게는 오히려 고맙다.
EastRain. 2024. 8. 9
::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결과입니다.
:: SIGMA 50mm F1.2 DG DN | Art는 대여했습니다.
:: 본 원고는 제품과 원고료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