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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붓한일상 Jun 10. 2024

엄마는 예술을 몰라!

며칠 전 주말 준이가 나에게 정색하며 외친 말

“엄마는 예술을 몰라! 예술을 모르고 미대에 간거야!“

“응?!”


초등학교부터 미술학원을 다니고 미대를 졸업하고 기획사, 문화재단을 거쳐 지금까지 예술 빼면 시체로 살았는데, 그런 엄마에게 뭐라고? 예술을 모른다고?!


요즘 한참 그림그리기에 빠진 준이는 틈만 나면 그림 그릴래! 종이 없어? 나는 연필로 그리는게 좋아. 색칠은 안할래. 쓱쓱~ 몇번 연필로 긋더니 그림을 완성한다. 집 여기저기 자신의 그림을 붙여두고 세워두고, 그 앞을 지나가면 그림이 휘리릭 바닥으로 떨어질 만큼 그려내고있다.


준이만의 그림체가 있는 선명한 선. 뭘 그리겠다고 정하면 쓰윽쓱 완성하는 간결함. 준이는 그림에 소질이 있어보인다. 미술학원 선생님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준이의 그림을 보며 계속 자유롭게 그릴 수 있도록 지지해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자신이 잘 하는걸 아는 준이도 자신감이 붙었는지 미대를 갈꺼라고 ‘선포’한다. 그...그래... 뭐든 하고싶은 것이 있다는 게 중요하지. 그런데 미대가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해... 구구절절...

나는 으름장을 놓는다. 준이는 들은척 만척.


뭔가 당당해진 준이는 엄마의 예술성을 의심한다. 나 역시 예술을 모른다는 말에 내가 진짜 예술을 하고있는건지 스스로 돌아보게된다. 사실 요즘 내가 하고있는 사업들이 예술인가, 내 사업에 예술가가 있는가, 정치쇼에 활용되는 뒷치닥거리인가 고민이 많았는데 준이가 나에게 정확한 화두를 던졌다.


예술, 잘 모르겠다. 그동안 하면 잘 해내었으니 지금까지 돈도 벌고 먹고살긴 했으나 예술다운 예술을 공부했었는지, 예술성을 가진 가치있는 뭔가를 만들어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열정을 부렸는데 40대에는 이렇게 버티는 게 더 많은 예술을 해야하는 건가 후회스럽기도하다. 맨날 하소연... 이런 식으로 계속 해야하나...


예술다운 예술을 하고싶다. 그 뿐이다.

자유롭게 선을 쭉쭉 그려내는 준이처럼 나도 자신있게, 이런저런 눈치보지 않고 하고싶다. 또다시 떠나야하나 깊은 고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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