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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붓한일상 Aug 06. 2024

[Hello! Parents] 여름휴가, 쉴땐 쉬자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보통 여름엔 사람도 많고 복잡해 늦은 가을이나 겨울에 여행을 떠나고는 하는데 준이의 돌봄 방학으로 선택지 없이 다녀오게 되었다.


준이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할머니집에 갔고, 목요일 저녁 퇴근하는 나와 만나 강릉 이모집으로 출발했다. 할머니집에 가더라도 항상 짧게 공부할 것들을 챙겨보내긴 하는데 이번 방학에는 아무것도 없이 온전히 놀아보라고 책 없이 보냈다. 준이는 공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매우 행복해했고, 이것 저것 해보고싶은 걸 하면서 재미있어했다.


금요일 아침, 직장에 일을 최대한 정리하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연락이 쏟아진다. 특히 단톡방으로 소통하고 있는 사업 관계자들의 연락이다.(이래서 카톡방으로 일하는게 정말 싫다.) 오전부터 시작된 연락은 함께 갤러리에 가기로 한 아이를 기다리게 했고, 나의 마음은 불안함에 점점 스트레스가 올랐다. 일주일 방학 중에 할머니집에 보낸 날들은 매일 야근을 했건만... 단 하루 휴가까지 이래야하는가...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깊게 하던 시기라 그런지 마음은 오르락 내리락 쉽지 않았다. 하지만 준이의 방학까지 망칠 수는 없으니 마음을 잡고 방을 나섰다.


우리의 이번 여행 컨셉은 ‘느릿느릿’

최대한 뭔가 하지 말고 느리게 천천히 놀아보자.



바다에 왔지만 물놀이에 크게 관심이 없는 준이와 갤러리에서 느릿느릿 그림을 감상하고, 카페에서 달디단 초코라테를 테이크아웃하며 즐긴다. 매장에서 먹지 말고 반드시 테이크아웃을 해서 들고 다니며 먹어보는 걸 해보고 싶다며 행복해 한다. 선글라스를 쓰고 다리를 꼬고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는 준이. 너의 여유로움을 보며 참 부럽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게으른’ 행동들이 수세기 동안 나쁘게 취급됐지만, 사실 나쁠 것도 해로울 것도 없다. 빈둥거리기는 삶의 정상적인 일부다. 맑은 정신과 건강을 유지하려면 한가로운 시간을 가져야 한다. 게으르고 싶은 마음은 더 많은 도움과 휴식이 필요하거나 해야 할 일을 줄여야 한다고 우리에게 알리는 강력한 내면의 경고이기도 하다.

- 게으르다는 착각 p.96


그런 아이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휴가지에서 연락이 오고 마음이 불안해져도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래, 그렇다면 지금을 즐기자. 가지고 온 맥북을 숙소에 내려놓고 가벼운 가방만 들고 나서자. 그렇게 아이와 3일을 찐하게 보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준이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는지 엄마 앓이가 시작되었다. 엄마가 나오는 꿈을 꾸었고, 학원 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의 야근으로 할머니가 있는걸 발견하자 엉엉울며 전화를 한다. ㅋㅋ 우리의 관계가 돈독해짐에 감사한다.


여전히 나에게 주어진 일들은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하지만 쉬어야 할 때 생각을 멈추고, 몸을 느리게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또 잊고 또 힘들어 하겠지만 그래도 휴식을 잊지말자.



지금 그대로의 당신으로도 괜찮다. 다른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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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헬로페어런츠 #helloparents #페어런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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