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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엽 Feb 14. 2018

우울할 땐 풍선을 불어요

- 조경란 <풍선을 샀어>

안녕하세요? 브런치 가족여러분. 


바로 설날을 앞두고 있죠? 

설날에 어떤 계획들을 가지고 계신지요? 

이번 설날은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과 겹쳐서 

가족들과 함께 흥겨운 동계스포츠를 

관람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저는 요즘 

책 읽어주는 오디오 북에 

푹 빠져있습니다. 


지인을 통해서 

주옥같은 문학작품들이 담겨있는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소개받았습니다. 


이 어플리케이션은 

고전문학, 현대 문학 가릴 것 없이 

다양하게 담고있을 뿐 아니라, 

깨끗한 성우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겨울 

이동 시간이 지루할 때, 

이 어플리케이션을 듣고 있으면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처음에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어떤 작품부터 들을까, 

고민을 했는데요, 


이미 읽어 본 작품을 

듣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 가지 더 첨가된 기준은 

웬만하면 

편집본이 아닌, 

전체가 다 녹음되어있어서 

작품이 훼손되지 않은 파일을 듣자, 

였습니다. 


자연스럽게 

한국 현대 단편 소설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른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조경란 작가의 <풍선을 샀어>라는 단편입니다. 


이 작품은 

2008년에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동인문학상 수상집은 

제가 매년 꼭 사서 본다는 말씀은 

이미 이전 칼럼에서 말씀 드렸습니다. 


이 때 후보작들이 아주 쟁쟁합니다. 


얼마전 맨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바로 그 해 이 작품과 함께 

후보작이었습니다. 


최종 수상작은 아니었지만요. 

아마도, <채식주의자>에 수록된 두 번째 단편, 

<몽고반점>이 이미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한 작품에 두 개의 상을 주는 것이 

부담스웠을 

심사위원들의 고민을 

상상해봅니다. 


어쨌건 

그 해 후보작으로 오른 작가들인 

이승우, 

김중혁, 

한강 


모두 동인문학상을 받았거나 

이보다 더 저명한 상들을 받은 작가로 

부상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몇 년 전 읽었던 작품을 

이번 기회에 

낭낭한 성우의 음성으로 들으니 

기분이 또 달랐습니다. 


눈으로 읽은 작품과 

소리로 듣는 작품. 


그리고 

시간의 차이를 두고 

읽는 작품의 결은 

듣는이로 하여금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했습니다.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작가의 깊은 생각과 

주인공의 사유들이 

잔잔하게 펼쳐졌습니다. 


주인공은 

서른일곱 살의 

니체 철학 전공자입니다. 


십년동안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유학을 마치고 

막 귀국해 

적응하지 못하며 

삶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여성입니다. 


그녀가 우연히 잡은 기회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주부를 상대로 개설한 

<쉽게 읽는 니체>라는 강좌. 


그나마 이 강좌는 

<셰이프 바디라인 요가>, 

<부동산 투자전략>과 같이 

개설되어있습니다. 


그 강좌에서 

열 살 아래의 

전직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의 

수강생 J를 만나게 되고, 

그와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주인공은 J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앓았던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호흡조절을 위해 풍선을 불었던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결국 그들은 함께 풍선을 불게 됩니다. 


“후- 훕. 자, 너도 한번 빵빵하게 불어봐, 훕훕훕- 후”

“후- 훕. 이렇게요?” 


힘겹게 조금씩 풍선을 불어내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제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겼었을 때, 

내일 만나기로 한 채권자가 너무 두려워 

새벽에 식은땀이 나고 잠을 이루지 못했을 때, 


막상 채권자 앞에 나섰을 때 

두려워 숨조차 쉬지 못하고 

숨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을 때, 


저도 마음의 풍선을 불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 순간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수천 수만개의 풍선을 불고 싶었던 기억들이 

이 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되살아났습니다. 


주인공은 

니체 전공자답게 

삶의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껴안고 험난한 운명을 

사랑하기로 합니다. 


어려움 또한 

삶의 한 부분임을 

인지하면서 말입니다. 


힘겹게 하루를 살아내는 모든 이들에게 

주인공은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해봐. 훕훕훕- 후 라고. 


소설속 등장하는 니체의 명언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 또한 

이 작품이 지니는 

미덕입니다. 


주인공과 동화되다보니, 

어느새 니체의 명저,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손에 쥐고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아- 

이번 설 명절에는 

니체의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훕훕훕- 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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