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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엽 Mar 01. 2018

하얀 빙판 위의 올림픽

- 히가시노 게이고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안녕하세요? 브런치 가족 여러분.


지난 주말, 

17일간의 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추운 날씨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세계인들의 잔치를 

잘 마무리 한 것 같습니다. 


단 2주가 조금 넘는 이벤트에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고, 

몇 조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몇 년에 걸쳐 준비를 하게 만드는 

‘올림픽’이라는 이벤트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올림픽’하면 

떠오르는 영상이 있습니다.


지난 올림픽이 열린 

1988년도에 

저는 중학생이었습니다. 


잠실 운동장에서 개최된 

개막식을 하고 난 

일요일 아침. 

주일학교 선생님께서는 

잔뜩 흥분하시며 

반 친구들에게 

올림픽 개막식을 보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사춘기 소년들은 대답했습니다.


“그런 걸 왜 봐요?”


아마도 대부분은 

개막식 장면을 보았지만 

대답은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답변하셨습니다.


“우리 생애에 

우리나라에서는 다시는 보지 못할 

올림픽의 개막식을 

안봤단 말이니?”


이번 올림픽에서 

여러 가지 인상적인 장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먼저, 

개막식에서 김연아 선수가

 '눈의 여왕'처럼 등장해서 

올림픽 성화를 전달하는 장면. 


스케이트를 타며 우아하게 불을 붙이는 장면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리허설 장면이 해외에 노출되어 

이미 최종 주자가 

김연아 선수였다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요.


또 

1218대의 드론이 

하늘을 날아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사람을 

형상화 하고, 

결국에는 

오륜기를 만든 장면. 


이상화 선수의 

경기 후 흘린 값진 눈물과 

윤성빈 선수의 

압도적인 경기 운영. 


귀화 선수 민유라-겜린 커플의 

홀로 아리랑에 맞춘 아이스댄싱 등 


참 많은 장면들이 기억이 남습니다.


내친김에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어떤 책을 읽을까, 

하던 차에

제가 마음편지를 통해 몇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라는 책을 집었습니다.


제목에서 암시되어 있듯이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관전 에세이입니다. 


히라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그렇듯이, 

처음부터 저를 확- 잡아끌었습니다. 


소설가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사람으로 사람으로 둔갑시켜 

주인공을 만들어 버린 것이죠. 


그래서 첫 문장도 이렇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일본의 국민 소설가 

나스메 소세키의 소설 제목으로 시작을 하죠. 

고양이가 주인인 아저씨와 

그의 편집자와 함께 

토리노로 여행을 가는 설정을 하고 

에세이는 시작합니다.


책의 전반부는 

일본의 동계 스포츠의 현황과 

동계 올림픽 선수에 대한 애정을 그립니다. 


그리고 중간 이후부터는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관전한 내용을 다룹니다. 


특히, 

올해 우리들에게 

‘영미, 영미~’ 라는 구호로 

깊은 인상을 주셨던 

컬링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맨 마지막에 

특별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제목은 <2056년 쿨림픽>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사라져간 시대에 

동계올림픽을 추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경기를 여는 내용입니다. 


작가 자신도 오래전에 컬링에 도전했다가 

부상을 당해 포기했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작가만이 그릴 수 있는 이야기들의 구성과 

겨울 스포츠에 대한 박식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이제 

4년마다 동계올림픽이 오면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2년 전인, 

2006년에 방문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이 

오늘 저에게 깊은 울림을 준 것처럼, 

4년마다 돌아오는 동계올림픽마다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제가 성장 했는지를 

돌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무엇보다 올림픽을 참관할 기회가 생기면, 

바로 이렇게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젠 전 30년 전, 

1988년의 주일학교 선생님께 이야기합니다. 


우리 생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잘못되었다고. 


그리고, 

돌아오는 올림픽에는 

반드시 

참관을 하고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와 같은 

멋진 책을 쓰겠다고 말입니다. 


정재엽 (j.chung@hanmail.net)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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