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편]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면서요
당신은 내게 '좋은' 사람이 맞나요?
환상 속의 '그대'
나를 지키기 위한 연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금방 날아갈 휘발유 같은 말도 믿는다.
그녀는 낯을 가리지 않고 믿는다.
그녀는 못 믿을 남자도 믿는다.
한 남자가 잘라온 다발 꽃을 믿는다.
꽃다발로 묶인 헛소리를 믿는다.
밑동은 딴 데 두고
대궁으로 걸어오는 반토막짜리 사랑도 믿는다.
고장 난 뻐꾸기시계가 네 시에 정오를 알렸다.
그녀는 뻐꾸기를 믿는다.
뻐꾸기 울음과 정오 사이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의 믿음은 지푸라기처럼 따스하다.
먹먹하게 가는귀 먹은
그녀의 믿음 끝에 어떤 것도 들여놓지 못한다.
그녀는 못 뽑힌 구멍투성이다.
믿을 때마다 돋아나는 못,
못 들을 껴안아야 돋아나던 믿음.
그녀는 매일 밤 피를 닦으며 잠이 든다.
-믿음에 대하여, 최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