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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그녀 Jan 08. 2024

다독(多讀)하는 마음


최근 3년, 1년 평균 23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한 달 20권, 일주일에 네 권쯤 꾸준히 읽었습니다. 


읽은 책은 되도록 기록을 남기려고 했고, 그렇게 블로그에 남긴 책 기록은 천 권이 조금 넘습니다. 


풀타임 직장인자 두 아이의 엄마, 대학원생으로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책을 많이 읽냐고 사람들이 묻습니다.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패널들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읽는 게 그리 중요한가,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는 게 중요하지' 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맞는 말 같습니다. 가끔 생각하기도 해요. 읽은 거 다 기억도 못하잖아, 하고요. 


며칠 동안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잘 읽는 건 뭘까, 제대로 읽는 건 뭘까. 난 그저 양만 늘리고 있었던 건 아닌가.' 


독서를 해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았고요. 


이상하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책을 많이 읽어서 기적처럼 인생이 바뀌지도 않았고, 부자가 된 건 더더욱 아니고, 유명해 지지도 않았습니다. 꾸준히 리뷰를 쓰고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었지만 제가 쓰는 글이 돈이 되는 글이 아닌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전 어제도, 오늘도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내일도, 모레도 책을 읽을 것 같아요. 


'책이 꼭 무언가가 되어 주어야 할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결혼과 육아를 경험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세상을 사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한 분야에 깊은 조예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다양함을 인정하는 마음'과, '타인을 대할 때 필요한 조금의 다정함'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관심과 다정함, 그게 우리를 함께 살게 한다고 믿게 되었어요.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적어도 한 가지 상황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싶어요. 한 권의 책을 덮고 나면, 한 권이 남는 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과 경험이 남더라고요.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일,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세상을 건너 보는 일,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상황에 빠져보는 일은, 저를 분명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제 인생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출처 : Suzy Hazelwood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1098601/>



2024년 독서기록장을 만들다가 올해 만나게 될 책들을 상상했습니다. 

무수히 많은 책들 중에 제 손에 들어와 제 눈으로, 마음으로 읽게 될 책들은 올 한 해 저를 어디로 데려다줄까 상상하면서 잠깐 설렜습니다. 


앞으로도 '독서로 삶이 변했어요!'하고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바람이 생겼습니다. 


운명처럼 제게 닿은 책들을, 그 속의 문장들을 잘 모아서 소개하고 싶다는 바람이요. 


제게 '다독(多讀)하는 마음'은 누군가를 '다독이는 마음'과 닮아 있었습니다. 

책을, 문장을 소개하는 일이 누군가를 '다독이는 일'이 되기를 바라며 

오래도록 먼지 쌓이게 두었던 브런치 속 제 방의 먼지를 터는 일부터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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