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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채 May 19. 2023

임신 준비 : 첫 임신, 그리고 유산 (1)

임신, 왜 이렇게 어렵나요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7년 간의 딩크족 생활을 졸업하고 임신 준비 중인 예비맘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봄바람처럼 찾아왔다가 훌쩍 가버린 첫 임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임신 준비 : 첫 임신, 그리고 유산


일 년간의 임신 시도

22년 3월, 본격적인 임신 시도를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배란일이라고 추정되는 날짜에 맞춰 뜨밤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지만, 하나둘 영양제를 사모으며 챙겨 먹기 시작하고 매일 아침 출근하면 카페인 수혈부터 챙기던 내가 커피 대신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배란일 테스트기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고.. 세상에 임신 관련 정보가 어찌나 많은지. 내 열정에 비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빨간 피의 날에 한 달, 두 달 점점 초조해지던 날들. 아직 몇 달 밖에 되지 않았잖아. 괜찮다, 괜찮다. 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력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노력하면 되는 건 맞는지도 모른 채. 

만 35세가 넘어서 6개월 이상 임신 시도를 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난임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 기준은 누가 정한 걸까. 선선해진 가을바람이 나에게 '너 난임이래.'하고 속삭이는 듯했다. '알아, 나도 안다고. 그런데 그냥 운이 나빴던 건 아닐까?'하고 스스로를 다독여봤다. 반년이나 임신 시도를 했다지만 고작 6번 안 된 것뿐이잖아. 난임이라니,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말로는 "난 낳아만 줄게. 알아서 다 키워!"라고 했지만, 나도 마음속 깊이 아이를 원했던 걸까? 아니다. 나는 여전히 아이가 있어도, 없어도 좋다는 마음이다. 혹시 나의 이런 이중적인 마음 때문에 임신이 안 되는 걸까? 임신이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에 꽂히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모든 생각들은 회초리를 휘두르며 오는 듯 내 마음을 따갑게 했다.

유독 임신에 관련해서 스트레스가 심했던 이유는 더 노력하면 될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였다.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엔 잘 될 거야,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 원치 않는 사람에 벌컥 찾아오기도 하고, 오랜 시간 간절히 바라도 소식이 없기도 한 그런 일. 밤잠 안 자고 죽을 동 살 동 공부하면 서울대는 갈 수 있기라도 하지, 임신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되리란 법도 없다. 노력과 결실이 일치하지 않는 그런 일이란 말이다. 즉, 영영 임신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나를 좀먹고 있었다. 


임신인가 봐!

약 9달의 임신 시도 끝에 나는 퇴사(꼭 임신 때문은 아니었다)와 난임병원 내원을 선택했다. 새해를 맞아 새 마음, 새 뜻으로 (임신 준비를) 시작해 보자. 지난 글에서 썼듯이 난임병원을 다녀온 후 스트레스가 폭발함과 동시에 퇴사 시기와 맞물리면서 해소되기 시작했고, 꽤나 의연한 태도로 임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나지, 엄마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 내 삶, 내 즐거움을 되찾아야겠어.(누가 보면 출산하고 독박육아하는 사람인 줄.)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아이가 오고 싶을 때 찾아오겠지. 내 나이 좀 많다고 애가 올까 말까 갑질하네?! (아직 오지도 않은 아이와 싸우는 중.) 이거.. 의연한 태도 맞지?

그렇게 조바심 내지 않으며 지내다가 임신 준비한 지 딱 일 년이 되던 3월, 남편이 "생리할 때 지난 것 같은데, 혹시 된 거 아니야?"하고 말을 꺼냈다. 내가 너무 내려놓아서 월경예정일이 언제인지도 체크하지 않았던 때라 "에이, 또 기대하면 실망한다"라고 말은 했지만 부랴부랴 달력을 꺼내보았다. '어라, 진짠가.' 10대, 20대, 30대 모두 징글징글하게도 단 한 번도 미뤄진 적 없던 내 월경이 늦어졌다. 


임신테스트기. 배란일 테스트기를 주문할 때 사은품으로 딸려왔던 이 임신테스트기를 정말 쓰게 될 줄이야. 남편이 기대할까 봐 아니라고 해놓고선 남편 출근하고 나서 혼자 임신테스트기를 해보았다. 뭐야, 왜 두 줄이야? 이거 뭐야? 기쁘다기보단 이상했다. 임신이라서 행복하고 신난다기보단 결국 해냈다는 이상한 승리감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나의 전투 동지(남편)에게도 승리했다는 소식을 빨리 전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멋없이 카톡으로 사진을 전송했다.

나.. 임신인 거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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