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예산 1만원이 뭐가 문젠데?
(전편에 이어 계속)
광고 담당자에게 구글광고를 지시한다. 광고담당자가 묻는다. 구글애즈는 광고 종류가 많은데, 뭘 얼마씩 할까요?
"일단 다 1만원씩 해봐"
틀렸다.
1만원으로 무엇을 해보려는 것일까?
어떤 꿍꿍이 속셈 없이 일단 한 번 해보는 것이라면 일예산 1만원도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십중팔구 1만원을 태우면 매출이 얼마나 날까 하는 ROAS(return on ad spend, 광고비 대비 매출액) 간보기일 것이다. 1만원을 태워서 매출이 2만원 나오면 광고예산을 계속 1만원 하고, 매출이 10만원, 20만원 막 나오면 그때는 일예산을 힘 닿는데까지 최대한으로 높이려는 나름의 최소투입 최대효과 작전.
이런 작전은 네이버에서나 통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미 키워놓은 정해진 자리를 팔기 때문에 그러한 작전이 유효하지만, 구글애즈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광고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런 작전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위와 같은 경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대략 이렇다.
1) 일예산 1만원만 충전한 경우
"대표님, 1만원을 순식간에 다 써버렸어요. CPC(cost per click, 클릭당 비용)가 엄청나게 비싸서 몇 클릭 나지도 않았어요. "
2) 1개월치의 예산 30만원을 충전한 경우
"대표님, 분명히 일예산 1만원으로 설정 했는데 벌써 10만원을 썼어요. CPC도 엄청나게 높아요. "
3) 얼마를 충전했건 간에
"대표님, 돈이 그대로 있어요. 노출도 없구요... "
1)과 2)의 경우 중, 몇 클릭 안 난 그 와중에 전환(매출)이 발생한 경우는 빼겠다. 하루 1만원으로 전환이 났으면 얼마나 났겠나! 클릭이 많고 적고, 전환이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의 느낌은 다 달라서 그 의미와 가치를 구분하고 싶겠지만, 데이터는 사이즈가 클 때에만 가치가 있다. 작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전적으로 쓸데 없다.
1~3) 모두 증세는 달라도 원인은 하나다.
못 배워서!
먼저 "증세는 달라도"에 주목하고, 기억하자!! 구글애즈는 매우 극도로 불규칙한 광고다! 이제 "원인은 하나다"를 설명하면 오늘이 첫날이기 때문이다. 바둑 두는 알파고도 첫 판부터 알파고는 아니었다. 이세돌을 이겨버린 특이점이 올 때까지 알파고가 둔 바둑이 수백만 판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일예산 1만원으로 간을 보려던 작전은 첫 바둑 한 판의 결과로 알파고를 평가하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챗GPT는 12조원을 태워서 가르쳤다. 구글애즈도 인공지능이라 돈을 들여야 똑똑해진다. 1만원은 100만원의 100분의 1이 아니다.
얼마나 가르쳐야 하는데?
일단, 구글애즈가 가이드하는 캠페인(학습의 단위) 학습 기간(머신러닝)은 2~4주다. 이 시간은 건너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학습 기간은 모든 광고주에게 공평하다. 이 기간 중에 예산이나, 타겟팅, 전환 정의 등 설정을 변경하면 그 날부터 다시 1일이다.
네이버 광고에 익숙한 사람들 중에서 꽤 흔하게 오늘 cpc를 50원 올렸다, 내일 50원 내리는 등의 의미 없는 수정을 끊이 없이 반복하며 어떻게든 갈팡질팡하는 내적 갈등을 발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구글 광고에서는 최악의 버릇이다.
돈을 태우는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이틀이 일주일 같다. 그래도 2~4주간은 철저히 머신러닝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감에 따라 CPC는 낮게, 예산도 24시간 고르게 쓸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캠페인 이름에는 생성 날짜를 넣어서 인공지능 학습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뭔가를 변경하기 전에는 왼쪽 메뉴 하단에서 변경 내역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구글애즈 계정을 열었을 때 변경내역이 산더미 같다면 구글애즈를 배운 CEO는 담당자를 말려야 한다. 근거 없는 잦은 변경은 그냥 열심히 일하는 척 하는 것 뿐이다.
뭘 배워야 하는데?
CPC를 낮게, 예산을 고르게 쓰는 법을 배우는 것도 머신러닝이지만, 머신러닝의 핵심은 전환 학습이다. 이 전환 학습은 2~4주 시간을 채운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환은 쇼핑몰 구매, 뉴스레터 구독, 전환문의 등과 같이 우리 사이트에서 사용자가 완료해 주기 바라는 행동이다.)
광고 최적화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네이버에서 광고 최적화란 cpc를 내가 원하는 노출순위에 맞추는 것이거나, 내가 원하는 cpc의 노출 순위를 확인하는 것이어서, 네이버에서 광고 최적화란 광고 노출을 시작하기 전의 단계다. 반면, 구글애즈에서는 일정 기간 예산을 소진해서 전환 학습이 되면 최적화가 된 것이고 아무리 오래 아무리 많은 돈을 태워도 전환 학습이 안 되면 최적화가 안 된 것이다. 최적화 후 시작하는 구글 광고는 없다.
전환 학습이 되었다, 즉 최적화 되었다 할 수 있으려면 전환 사이즈(전환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야 한다. 이제는 벌써 추억의 용어처럼 느껴지는데, 한참 인공지능, 인공지능 할 때 세트처럼 따라다닌 용어가 빅데이터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사이즈가 커야 배울 수 있다. 전환이 아예 없거나, 전환 사이즈가 월 한 자릿수로 흔적만 있는 수준이면, 인공지능이 전환을 학습 할 수 없다. 인공지능에게 개, 고양이 구분을 가르치는데 SNS가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개, 고양이 사진이 필요했던 것처럼 구글애즈 인공지능도 학습 사이즈, 즉 전환수가 커야 전환을 학습한다. 알파고가 학습한 전환은 바둑에서 이기는 것이었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기까지 수백만번의 바둑을 두며 이긴 대국의 수는 분명히 J커브를 그렸을 것이다. J커브의 완성을 외부에는 철저히 비밀로 했기 때문에 이세돌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세돌이 이길 줄 알았고, 딥마인드 측은 알파고가 한 판을 진 것에 충격을 받았겠지…
다행이 구글애즈 전환 학습에 필요한 전환수는 그렇게 엄청나게 크지는 않아서 최소 월 50개 정도의 전환이 발생하면 머신러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주 50개 이상이면 더 좋다. 월 50개는 극최소로 잡은 수치고 전환 사이즈는 클수록(빅 할수록) 좋다. 50보다는 500이 좋고, 500보다는 5000이 좋다.
일예산 1만원은 뭐가 문제일까?
이 글의 제목을 다시 확인해 보자. 구글애즈는 육성게임, 현질은 권력이다. 바둑을 1만번 둔 알파고와 백만번 둔 알파고의 실력차가 100 이상일 것인 듯, 1만원이 100만원의 100분의 1이 아니다. 1만원 찔끔 써보고 "휴~ 큰 돈 썼다가 다 날릴 뻔 했네” 하며 1만원의 선택에 안도하며, 1만원으로 인공지능을 떠보는 일은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구글애즈 일 예산은 쓸 수 있는 만큼에서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구글애즈가 하루 1만원도 태워주니까 친절해 보일 수 있지만, 구글애즈는 뼛속까지 자본주의다. 1만원짜리 광고주와 100만원, 1000만원 짜리 광고주가 평등하지 않은 판이다.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처럼, 구글애즈에서도 다행이 돈이 전부는 아니니 본 매거진을 끝까지 달려주기를 바람)
그러면, 적정한 일예산은 얼마일까?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광고비를 소진하여 광고 데이터가 발생하면 이에 근거하여 적정한 일 예산 산출 즉, 역산이 가능하기는 하다. 그 산출된 예산을 그대로 실행하느냐와는 별개의 문제로 말이다. 결론적으로, 구글 광고 캠페인 예산은 내가 쓸 수 있는 만큼에서 최대인 것이 좋다. 앞에서 "구글애즈 일 예산은 쓸 수 있는 만큼에서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 이 말이다. 무턱대고 큰 돈을 태우라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광고는 결과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하루 1만원은 너무 아꼈다!
구글애즈에서 하는 모든 것은 인공지능의 전환 학습을 위한, 전환 학습에 의한 것이고, 여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변수가 예산 사이즈라는 것을 기억하자!
1~3)의 경우에서 머신러닝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다른 설명이 필요한 포인트가 2군데 더 있다.
다음 편은 그 중에서 2)의 일예산 초과에 대해서다.
ps) 만일, 일 예산 1만원이 최선인 경우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돈이 부족하면 남들이 하루에 10만원 태울 때 1만원씩 10일 걸려서 학습시키면 된다. 어차피 하루 10만원을 태우나 1만원을 태우나 2~4주 학습기간은 똑같이 필요하고, 엊비슷하게 다 배운다. 전환학습만 빼고! 그 마저도 서비스와 광고 품질이 뛰어나서 전환이 많이 나오면 하루 1만원 예산으로도 다른 누구는 하루 10만원을 써도 못 타는 전환학습을 탈 수도 있다. 곁눈질 하지 말고 내 길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