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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Jul 28. 2020

아무튼, 손글씨

손글씨, 주도적인 삶을 살게 하는 힘.

김형수 시인의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라는 에세이는 어릴 적 손편지에 대한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첫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가 아들 걱정과 집안일로 끙끙 않으시는 모습이 마음 아팠던 당시 아홉 살이던 시인은 '백설이 분분히 내리는 날에...'로 시작하는 편지를 큰 형님 부대에 보냈다고 한다. 글자를 모르는 '글자맹'어머니와 글에 담을 내용을 모르는 '문학맹'인 어린 동생 둘이서 합작하다 보니 편지의 내용이 이랬다는 것이다.


보름 후에 큰 형님이 특별휴가를 나왔다. 동생의 편지를 받은 중대장님은 너는 어린 동생의 편지를 받고 보내는 거니 집에 가서 얼마나 건강한지 보여드리고 오라 했다는 것이다. 아홉 살의 삐뚤거리는 손글씨에서 동생들과 어머니의 마음을 읽은 중대장님의 선물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손글씨가 주는 힘이 아닐까.


어릴 적부터 손글씨를 좋아했다. 편지도 쓰고 일기도 쓰고, 좋은 문장도 베껴 쓰며 '쓰는 인간'으로 살아왔다. 어느새 사람들은 '쓰는 인간'에서 '두드리는 인간'으로 산다. 자판이나 스마트폰 키보드 말이다. 뭐 그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은 '보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쓰는 인간'이나 '두드리는 인간'이 주도적이라면 '보는 인간'은 수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한 미디어 세상은 어느새 우리를 수동적 인간으로 살게 하고 있다. 당신은 어디에 가까운가.


아홉 살 동생이 군대 간 형님의 중대장님에게 보낸 삐뚤한 손글씨 에피소드를 보면 '쓰는 인간'이 얼마나 주도적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나이와 상관없이 말이다. 글씨만 쓸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손글씨는 주도적인 삶을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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