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손글씨를 쓰는 이유는
손글씨보다는 타이핑이 편하고 음성으로도 문자가 저장되는 세상인데 굳이 왜 손글씨를 쓰는가.
개인적으로는 정보를 정리하거나 장문의 글을 쓰거나 할 때는 타이핑을 선호한다. 그러나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필사하거나 생각을 정리해야 할 때는 손글씨를 선호한다. 이유는 더 잘 기억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A4 사이즈 무지 노트를 매년 1권씩 썼던 기억이 난다. 좋은 문장들, 나의 꿈들, 일기 등이 그림과 함께 노트를 채워갔는데 그 이미지들이 나를 만들어왔다. 복잡하게 엉킨 생각들이나 고민들도 천천히 쓰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지금도 뭔지 모를 답답함이 있을 때는 노트를 꺼내서 쓰기 시작한다.
손글씨는 시각적이고 그림이나 영상처럼 기억에 남는다. 큰아이가 고3일 때 일 다니느라 제대로 못 챙겨주었다. 그냥 기억이 날 때마다 좋아하는 간식 하나 와 손글씨 쪽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곤 했다. 어느 날 책상에 들어가 보면 책상 벽면에 내가 준 쪽지를 붙여둔 걸 본다. 별거는 아닐지 몰라도 그런 쪽지들이 아이에겐 격려가 된 것이다.
카톡이나 문자 등의 디지털은 간단하지만 휘발성이 있다.
손글씨는 그림처럼 기억으로 남는다.
디지털은 동일한 폰트이지만 손글씨는 개성이 담긴다. 어릴 적 할머니는 초등학교도 졸업 못하셔서 글씨가 삐뚤 하고 철자도 맞지 않으셨다. 그런데 나를 위해 기도하신다고 써주셨던 종이가 나는 잊히지 않는다. 또박또박 정성과 마음이 담긴 할머니의 따뜻한 손글씨. 종이는 없어졌지만 그림으로 기억되는 할머니의 손글씨. 타인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어떤 선물보다도 손글씨가 좋다. 글씨를 예쁘게 쓰냐는 중요하지 않다. 읽는 사람은 그 마음을 읽게 된다.
당신에게 기억에 남는 손글씨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