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롭게 도입한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을 소개한다.
3만여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는 차량 생산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완성차 검사를 거쳐 비로소 완성된다. 이처럼 완성차 검사는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마지막 과정으로 완성차의 품질 구현 및 차량 생산 효율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수많은 항목을 빠르고 정확하게 검사하는 것만으로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개발한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S-SCAN)’은 제조 기술의 혁신을 상징하는 기술이다. 무선 통신 기반의 자동화된 검사 방식을 적용해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검사를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해 향후 다양한 공정이나 글로벌 공장에 전개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더한 것이 핵심이다. 현대차그룹 차량의 완벽한 품질을 위해 개발한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 기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최근 자동차 생산 공장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 공정을 고도화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공장(Software Driven Factory, 이하 SDF)’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에 축적하고, 이를 활용한 고도의 시뮬레이션 역량으로 공정의 개선 방향을 찾아 라인에 즉시 적용하는 등 제조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개념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제조 시스템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활용한 고도화된 자동화 방식과 인간 친화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 브랜드인 ‘이포레스트(E-FOREST)’를 론칭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조립과 물류, 검사 등의 과정을 자동화하는 등 제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나아가 생산 속도와 효율을 높인 스마트 팩토리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능형 자동화 제조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테스트 베드인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yundai Motor Group Innovation Center Singapore, HMGICS)’를 선보인 바 있다.
이와 같은 제조 기술의 발전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기술 기반의 제조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존 공정의 기술을 점차 자동화된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다.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 역시 기존에 수작업으로 진행됐던 공정을 완전 자동화로 전환한 사례 중 하나다. 기존의 완성차 검사는 검사원이 차량에 접근해 차량 기능을 작동시키고,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는 육안, 청각, 수감 검사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완성차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검사장에 도착하면, 검사원이 차량을 제어해 와이퍼나 파워 테일게이트 등의 기능 작동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식이다. 육안 검사가 어려운 글라스 열선, 시트 열선, 혼 작동 검사의 경우는 직접 만져보거나 귀로 듣고서 상태를 확인했다. 이 밖에도 전선을 연결하는 커넥터는 직접 당겨서 결선을 확인하고, 실외 램프류는 전류측정기로 작동 전류를 측정해 확인했다.
하지만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검사원의 수작업은 대폭 줄었다. 대신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활용해 차량 사양에 맞는 검사 항목을 다운로드하고, 서버와 차량 간 무선 통신을 통해 차량의 각종 기능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색적인 점은 차량 내 빗물 유입 여부를 검사하는 수밀검사 공정 속에 완성차 자동 검사 공정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검사 절차와 소요 시간이 대폭 줄었으며, 수작업으로 감지할 수 없는 미세한 오류도 점검할 수 있다. 즉, 자동화를 통해 검사 공정을 줄이고 정확성을 끌어올린 것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무인 자율검사 기술을 모든 생산 공장에 수평 적용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했다. 생산 시스템에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표준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모든 검사 시스템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완성한 것이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대부분의 승용차 생산 공장에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을 적용했으며, 전 세계 공장에도 확대 적용되도록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술을 좀 더 고도화한 클라우드 서버 기반의 차량 검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차량 검사부터 데이터 수집까지 단일화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완전 유연 공정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을 통한 차량 검사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검사 공정 내 차량이 진입하면 해당 차량의 사양 정보에 맞는 검사 프로그램을 제어 PC에서 자동으로 생성한다. 다음, 차량에 장착된 D-SCAN* 단말기로 해당 차량에 맞는 검사 프로그램이 전송되고, D-SCAN 단말기가 검사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차량 기능들의 작동 상태를 확인한다.
*D-SCAN(Diagnostic SCAN): 차량과 진단 설비 간 무선통신 연결을 위해 생산공장에서 사용 중인 통신 단말기
이때 수많은 기능의 정상 작동 여부는 차량 내 부품인 배터리 센서로 판단한다. 특정 기능이 작동할 때 달라지는 전류값을 디지털 방식으로 측정해 LED 램프와 같은 저전류 기능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이 모든 검사 과정은 수밀 테스트 부스에서 이뤄지며, 검사 과정은 차량의 사양에 따라 30~40초가 소요된다. 기존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검사에 비하면 무려 70%나 단축한 것이다.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의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효과는 차량 품질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은 오감에 의존한 수작업 검사를 대체하고 디지털 센서로 높은 신뢰성을 확보해 완성차의 우수한 품질을 구현한다. 또한 정교한 검사 기술 덕분에 차량의 감성 품질이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가령 육안 식별이 어려운 테일램프의 연결 부위나 무드 램프의 품질 차이도 미세 전류 감지를 통해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다.
또한 차량에 적용된 신규 기능의 검사도 쉽게 추가할 수 있다.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는 표준화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되므로 별도의 검사 프로그램 개발 없이 새로운 기능의 작동 검사를 추가할 수 있다. 따라서 차량의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전환 트렌드 속에서 전장 기능이 대폭 늘어나는 자동차 검사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전 세계의 생산 공장에 수평 적용할 수 있는 뛰어난 범용성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품질 문제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을 통해 제조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앞으로는 전 차종 SDV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며 이에 맞춘 제조 신기술을 지속 개발할 예정이다.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모빌리티 경험을 고객에게 선사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기술 혁신은 계속될 것이다.
첨단 기술의 접목으로 제조 공정을 한층 더 고도화한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해당 기술 개발을 담당한 기아 차량생기3팀 권태성 책임매니저와의 인터뷰를 통해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 기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봤다.
Q.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권태성 책임매니저 |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수준 높은 품질 완성도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완성차 검사 공정에서 중대한 품질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향후 불량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미세한 결함의 원인을 사전에 발견하려면 결국 정교하게 설계된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검사원을 통한 수동 검사 과정과 설비를 활용한 검사 과정에 자동화 개념을 정립했고, 검사 신뢰성을 높이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을 개발했다.
Q.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은 어떻게 검사 신뢰성을 높였나?
권태성 책임매니저 | 기존의 차량 전장 검사는 하나의 기능을 작동시킨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실시간으로 수많은 제어기와 기타 전장품들에서 소모되는 전류값의 변화량이 중첩돼 정교한 검사가 어려웠다. 하지만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은 단순히 차량 기능을 작동시켜 전류 변화량을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시간 작동 상태를 유지한 후 이 시간 동안 측정된 전류 데이터를 가공해 검사 데이터로 활용한다. 즉, 측정 데이터의 노이즈를 제거해 보다 정확한 검사가 가능한 셈이다.
또한 기존의 전류 측정기 대신 차량 내 배터리 센서로 측정한 데이터를 활용하므로 전류 측정기 관리 상태에 따른 오차도 걱정할 필요 없다. 이 밖에도 헤드램프나 제동등과 같이 동시에 작동하는 기능을 개별적으로 검사할 수 있으며, 저전류 측정 알고리즘을 개발해 LED 램프와 같은 저전류 기능품도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다.
Q.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은 제조 공정에 새로운 검사 기술을 도입했다는 점 외에 어떤 특징을 갖고 있나?
권태성 책임매니저 |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확장성이다. 해당 기술을 단순히 하나의 검사 공정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검사 공정에 추가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심지어 이미 자동화로 운영 중인 검사 공정에도 해당 기술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주로 활용 중인 설비 PC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기기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Q.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 기술로 취득한 특허 내용 및 현황이 궁금하다.
권태성 책임매니저 | 현재는 차량 검사와 관련한 에지 컴퓨팅* 구현 기술 등으로 국내외 총 3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또한, 현재 개발하고 있는 온프레미스* 서버 기반 차량 검사 시스템과 관련해 2건의 특허를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에지 컴퓨팅(Edge Computing): 정보를 생성하는 디바이스 또는 사용자와 가장 근접한 곳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온프레미스(On-premise): 기업이 서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운영하는 방식
Q.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의 발전가능성이 궁금하다.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
권태성 책임매니저 | 앞으로는 완성차 무인 자율검사 플랫폼이 한 단계 진화한 개념인 온프레미스 서버 기반의 차량 검사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공장 내 모든 검사 설비의 기능을 중앙 서버로 집중시킨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공정 구성이나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 별도의 PC나 모바일 설비 없이도 차량이 생산 라인 위를 지나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검사 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차량 검사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존에 발생한 고객 클레임 정보를 연계해 완성차 검사 기술을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더욱 정교한 차량 검사가 가능해 고객에게 더욱 완성도 높은 차량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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