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셔클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 진출에 나섰다.
지난 11월 5일, 인구 4만 명 미만의 고즈넉한 헝가리의 소도시 괴될뢰(Gödöllő)를 배경으로 셔클 차량이 달리는 모습을 담은 홍보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은 다리가 불편해 외출이 어려웠던 할머니와 아들, 그리고 손녀로 이뤄진 한 가족의 시선으로 구성됐다. 이 가족은 원래 함께 살았지만, 손녀의 통학을 위해 아들과 손녀가 따로 떨어져 살아야 했다. 다리가 불편했던 할머니는 홀로 이동하기 불편한 형편에 놓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셔클 서비스는 할머니의 일상을 바꿔주는 존재가 되었다. 셔클 서비스가 시범 운영된다는 것을 들은 손녀가 할머니를 위해 차량을 호출했고, 현지 운수회사에서 셔클 드라이버를 맡게 된 아버지와 함께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자유를 누리게 됐다.
셔클의 괴될뢰 시범사업 운영을 담은 이번 영상은 글로벌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도전 과제를 향한 현대차그룹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다. 지금부터 단 5대의 버스로 12개 노선을 감당하던 괴될뢰의 교통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셔클팀의 도전기를 소개한다.
셔클은 현대차·기아가 제시하는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의 핵심인 ‘수요응답교통(Demand Responsive Transport, DRT)’ 플랫폼이다. 이용객의 호출에 따라 실시간으로 최적 경로를 생성해 가변적으로 운행하는 이 서비스는 버스나 지하철 등 정해진 노선대로만 다니는 기존 대중교통과 달리 수요에 따라 출발지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에서 승차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승객이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실시간으로 경로를 생성하고, 경로나 목적지가 비슷한 다른 승객을 함께 태워 이동하기 때문에 근거리 위주의 실생활권에서 유용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대중교통의 틈새를 메우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며, 지역 주민의 이동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미 경기도 ‘똑버스’를 비롯해 세종특별자치시, 광주광역시 등 여러 지자체에서 도입한 셔클은 71개의 서비스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가입자는 130만 명을 넘었으며, 누적 운행 거리 5,194만 km, 누적 호출 1,193만 건, 누적 탑승객 수는 1,367만 명에 달한다. (2025년 11월 기준)
이처럼 국내에서는 이미 우리 주변에 자리 잡은 셔클 플랫폼이 더 큰 무대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한국에서 검증된 사례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 효과를 발휘할지 확인하는 첫 해외 실증에 나선 것이다. 첫 무대는 바로 헝가리다.
셔클은 올해 8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약 11주간 헝가리 북부의 소도시 괴될뢰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중요한 첫 해외 실증(PoC) 무대다. 이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추진하는 ‘경제 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EIPP)’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EIPP는 지난 2020년부터 주요 협력국을 대상으로 공공기관과 기업이 함께 정책, 기술 자문을 제공해 실질적인 경제 협력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비록 시범사업이지만 단순한 해외 테스트가 아니었다. 정부 및 지자체와의 협업, 현지 맞춤형 앱 개발을 비롯해 현지 실사를 통한 지역 특성 분석까지 이뤄졌다. 이와 더불어 현지 운영사와 함께 사용자 조사와 운전자 교육을 진행하며 현지 플랫폼 최적화 과정도 거쳤다.
셔클팀은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괴될뢰시에서 SNS 공지를 통해 시범사업을 홍보했는데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괴될뢰시 안에서도 케르트바로시라는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기존 노선버스가 가지 않는 구간의 운수를 책임지는 교통수단이라 기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마트나 관공서, 시외버스 터미널, 기차역 등의 장소로 이동이 불편했던 만큼 이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모빌리티사업추진팀 도상원 연구원의 설명이다.
사전 인터뷰를 진행한 괴될뢰 주민 에스더는 이렇게 말했다.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 자주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궂을 때는 이동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새로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는 셔클을 통해 주차 걱정 없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셔클 차량의 운행을 맡게 될 드라이버 역시 “셔클의 드라이버 앱이 매우 직관적입니다. 앱을 처음 접하는 드라이버들도 큰 어려움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괴될뢰의 특성이나 동네 주민들만 아는 경로까지 반영해 노선을 더 편리하게 개선해 나가고 싶습니다”라며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셔클의 첫 글로벌 도전을 위한 후보지는 기획재정부와 KDI가 추진하는 EIPP 논의 과정에서 결정됐다. 다양한 동유럽 국가 중에서도 헝가리는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플랫폼 도입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곳이다. 셔클팀은 우리 정부 및 헝가리 정부와 소통하면서 사업 구조를 조율했고, 최종적으로 괴될뢰를 선택했다.
인구가 4만 명이 채 되지 않는 괴될뢰는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소도시로, 한국으로 따지면 출퇴근 인구와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거주하는 위성 도시와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의 수도권과는 달리 괴될뢰는 대중교통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대중교통을 활용한 이동에 다소 제약이 있었다.
괴될뢰의 대중교통은 매우 제한적이며, 단 5대의 시내버스가 도시 내 12개 노선을 운행하며 제한적인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족한 교통수단으로 인해 배차 간격은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1시간 30분에 달한다. 특히, 주거 지역에서는 교통수단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결국 주민들은 관공서나 병원, 마트 등 필수 시설을 가기 위해 자가용에 의존하거나 긴 대기 시간을 감수해야 했다. 사전 인터뷰 당시 현지 주민들이 셔클의 수요응답교통 서비스를 반긴 이유다.
이처럼 낮은 대중교통 효율성을 보이는 괴될뢰는 셔클이 가진 수요응답교통 플랫폼의 진정한 가치와 운영 효율성을 증명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셔클팀은 새로운 서비스를 잠시 시범 운영하는 것을 넘어, 낯선 문화와 환경, 모빌리티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헝가리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치밀하게 현지화를 준비했다.
“첫 해외 사업이라 해외 네트워크 환경에서 호출이 잘 이뤄질지 걱정했지만, 다행히 필드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큰 이슈 없이 호출과 배치가 진행됐습니다. DRT 서비스는 이미 해외에도 익숙한 서비스인 만큼 괴될뢰 주민들에게 셔클이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습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정류장 위치입니다. 정류장 위치는 차량의 배차와 이용자의 승하차에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정류장 위치를 선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모빌리티사업기획팀 심은지 책임연구원은 서비스 준비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낯선 땅에서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은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할 때와는 달랐다. 사업 구조 설계부터 앱 개발, 현지 기관과의 협의까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협의 과정이 가장 길었던 부분은 서비스 방식이다. 유럽 전반에는 수요응답교통에 예약 기능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현지 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셔클팀은 “왜 예약 기능이 없느냐”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셔클 서비스의 핵심은 실시간 수요에 따라 최적 경로로 차량을 배차하는 알고리즘에 있다. 이 방식이 운송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이미 국내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셔클팀은 예약 방식으로는 셔클의 강점을 살릴 수 없다고 판단했고, 현지 기관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긴 조율 끝에 실시간 앱 호출 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며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확고히 하고 플랫폼의 본질을 지킬 수 있었다.
“예약을 통해 차량을 미리 선점하는 기능이 중요하다는 헝가리 측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헝가리는 정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셔클은 실시간 수요 기반의 즉시 호출이 핵심 강점입니다. 예약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시스템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수 있었죠. 예컨대 미리 좌석을 선점한 예약 고객의 승차와 하차를 위해 기다리는 동안 실시간 호출을 하는 고객은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배차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에 국내에서의 경험과 사례를 기반으로 설득했고, 셔클 본연의 실시간 호출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모빌리티사업기획팀 백인진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서비스 방식을 조율한 다음, 본격적으로 앱 구축에 나섰다. 헝가리어는 동유럽 언어 특성상 단어가 굉장히 긴 편이라 앱 내 버튼을 설계하기 쉽지 않았다. 처음엔 번역 품질도 완벽하지 않아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면서도 현지 사용자에게 익숙한 UI/UX를 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현지 통역을 담당했던 에스더의 꼼꼼한 검수 덕분에 큰 산을 넘을 수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준비하던 셔클팀은 지쳐가는 일정 속에서도 현지 파트너들이 건넨 따뜻한 손길에 힘을 얻었다. “현지에서 준비해 준 간식에는 우리나라의 특산품인 김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 영상 촬영 중 만난 현지 할머니는 직접 그린 마그넷 기념품을 선물해 주기도 했죠. 이때 이 사업이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지역 사회에 환영받는 프로젝트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아주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모빌리티플랫폼팀 김영환 책임연구원이 전했다.
마침내 다가온 서비스 오픈일. 오랜 출장과 개발 과정 끝에 성공적으로 호텔에 호출된 셔클 차량과 마주한 담당자들은 “잠시 떨어졌던 가족과 상봉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호텔 앞에 도착한 셔클 차량을 마주한 순간, 그동안의 준비가 현실이 되었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국내에서 많이 보던 차량이었지만, 해외에서 만나니까 더욱 반갑더라고요. 그리고 현지 첫 탑승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감과 뿌듯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작은 도시, 심지어 해외에서 셔클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사실이 팀 전체에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모빌리티사업기획팀 김재윤 책임연구원이 서비스 개시 첫날을 회상했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한 셔클은 괴될뢰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기대 속에 지난 8월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성공적으로 시범 운영을 마쳤다. 현대차·기아는 이 기간 동안 총 2대의 셔클 차량을 투입해 운영했다. 셔클의 성공적인 운영은 괴될뢰의 고질적인 교통 악순환을 끊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1주간 총 2,950명의 주민이 셔클 서비스를 3,138번 이용했다. 주민들의 평균 배차 대기 시간은 약 6분으로 집계됐고, 이는 기존 대중교통의 배차 간격을 90% 이상 줄이는 효과에 해당했다.
“11주 간의 시범사업은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도시가 발전한 것 같다’,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하여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등 다양한 호평이 이어졌죠. 주민들은 서비스의 편리함과 접근성을 높이 평가하며 지속적인 운영을 바라는 분위기였습니다. 셔클이 현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이죠. 2026년에도 지역을 확대해 실증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KDI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심은지 책임연구원이 전했다.
이처럼 셔클은 대중교통이 소외된 지역 주민들에게 발이 되어주며, 괴될뢰 주민들의 이동 편의성 향상에 기여했다. 다만, 단순히 대중교통의 효율성만 개선한 것은 아니다.
혼자서는 가게에 가기 어려웠던 영상 속 할머니는 아들이 운전하는 셔클을 이용해 손녀와 함께 시내에 나가 빨간 실을 구매해 자수를 완성할 수 있었고, 완성된 자수는 아들의 셔클 차량 룸미러에 장식됐다. 셔클이 현지 주민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현지 융화형 모빌리티로서 괴될뢰의 일상에 녹아들었다는 점을 감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심은지 책임연구원은 이번 PoC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지금까지의 이동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었죠. 그런데 셔클은 그 틀을 조금씩 바꾸고 있어요.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이 곧 이동의 시작점이 되고, 그 사람이 가고 싶은 곳이 목적지가 되는 구조이죠. 저희에게 이동은 더 이상 정해진 ‘선’이 아니라 확장된 ‘면’의 개념이에요.”
현대차그룹은 진보가 인류에 대한 깊은 배려와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고 믿는다. 셔클의 헝가리 괴될뢰 시범사업은 현지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한 중대한 도전이었다. 이번 도전을 바탕으로 셔클이 만들어갈 글로벌 혁신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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