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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Jan 06. 2023

자동차 브레이크, 무조건 클수록 좋은 걸까?

브레이크는 클수록 좋은걸까요?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잘 달리는 것과 잘 멈추는 것입니다. 이는 자동차의 본질인 이동과 안전에 관한 것이기에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고성능 시스템으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브레이크 또한 자동차의 여러 부품과 마찬가지로 성능과 실용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기 때문이죠. 가령 브레이크 시스템이 커지면 휠과 타이어도 같이 커져야 합니다. 이는 주행 특성만이 아닌 연비 등 유지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자동차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장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마찰을 이용해 속도를 줄입니다. 그래서 브레이크 시스템에 쓰이는 부품은 크게 ‘제동을 위해 마찰되는 부품’과 ‘마찰에 필요한 힘을 공급하는 부품’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마찰되는 부품은 어떤 구조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브레이크 시스템의 특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동차는 ‘캘리퍼(브레이크 패드를 장착한 하우징)’와 ‘드럼(원통형의 브레이크 장치)’ 등 두 가지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캘리퍼 방식은 흔히 디스크 방식이라고도 부릅니다. 외부에 노출된 디스크(원판 형태의 브레이크 마찰재)에 브레이크 패드(패드 형태의 마찰재)를 접촉시켜 속도를 줄입니다. 드럼 방식은 캘리퍼 방식과 달리 비노출형입니다. 안쪽이 마찰재인 원판형 케이스 내부에 브레이크 라이닝(반원 형태의 브레이크 패드)을 달고, 필요할 때마다 브레이크 라이닝을 바깥쪽으로 밀어내어(마찰시켜) 속도를 줄입니다. 두 방식은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승용차에는 캘리퍼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외부에 노출된 형태라 방열성이 좋고, 반복 사용에도 제동력이 고르기 때문입니다.




캘리퍼, 브레이크 패드, 디스크 등 직접 마찰되는 부품에 힘(제동력)을 공급하는 부품 또한 작동 방식에 따라 ‘마스터 실린더&부스터(MBSTR. Master cylinder&BooSTeR)’와 ‘통합형 전동부스터(IEB, Integrated Electric Booster)’ 등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마스터 실린더&부스터는 주로 엔진의 흡기압을 이용해 부스터 내부를 진공상태로 유지하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외부 공기가 진공상태의 부스터 내부로 유입되면서 내부의 판을 강하게 밀어냅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힘보다 더 강한 힘을 전달하기 위해 기압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죠. 이렇게 밀어내는 힘은 유체(브레이크액)를 통해 브레이크 캘리퍼로 전달됩니다.




반면 통합형 전동부스터는 전기모터를 이용해 힘을 보탭니다. 유체를 이용해 제동력을 전달한다는 점은 마스터 실린더&부스터와 같지만, 엔진의 도움이 없어도 작동이 가능한 것이죠. 통합형 전동부스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일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그리고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차급마다 다른 브레이크 시스템


기아 EV6의 겨울철 성능 테스트. 이처럼 브레이크 시스템의 성능도 한계 상황을 고려해 결정됩니다


앞서 언급했듯, 브레이크 시스템은 자동차마다 구성이 조금씩 다릅니다. 자동차의 무게나 구동계 사양 등에 따라 최적화하는 것이죠. 새 차를 기획할 때 자동차의 주요 사양이 결정되면 이를 기반으로 제동 성능 및 열용량 목표를 설정하고 개발에 나섭니다. 그래서 각 자동차의 브레이크는 맞춤형 사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제동설계팀 김영광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자동차의 브레이크 성능은 고객이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한계에 가까운 주행을 한다는 가정 아래 결정됩니다. 빗길과 눈길에서도 안정적으로 짧은 제동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죠. 또한 자동차가 최대 적재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제동하거나, 긴 내리막에서 계속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상황에서도 제동력이 감소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준중형과 중형급에는 일반적인 캘리퍼 시스템을 적용합니다. 하지만 차체 무게 또는 엔진 출력이 늘어나면 브레이크 시스템의 성능도 강화해야 하죠. 따라서 같은 준중형, 중형급이라고 해도 제네시스 브랜드의 모델이나 현대차 N 등 고중량, 고성능 차량에는 대형 캘리퍼 사양을 적용하며, 일부 트림에는 선호도가 높은 모노 블록 캘리퍼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아반떼 N의 퍼포먼스 브레이크 시스템


하지만 브레이크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브레이크가 커지면 휠과 타이어도 같이 커져야 합니다. 그만큼 차량 중량이 무거워져서 운동 성능과 연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성능·대형 차종의 경우, 냉각 성능을 확보해 브레이크의 크기를 최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람으로 브레이크를 식히는 냉각 덕트 등의 기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브레이크 냉각 덕트는 주행풍을 브레이크로 보내 열을 식힙니다. 이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제동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의 브레이크 시스템 설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른 두 가지 지향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비 개선입니다. 한정된 에너지로 최대한 멀리 달리기 위해서는 저항을 줄여야 하죠. 그런데 일반적인 브레이크 시스템은 캘리퍼 작동 후 패드가 제 위치로 돌아가기까지 약간의 저항이 생깁니다. 따라서 전기차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패드 복귀 속도를 높여 효율을 개선합니다. 이는 통합형 전동부스터를 적용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제동 시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을 시뮬레이터로 구현하는 덕분에 패드 복귀 속도를 높여도 페달 답력에 이질감이 없습니다. 



전기차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설계는 회생제동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디스크의 열용량입니다. 전기차는 제동 시 모터의 제동 토크를 같이 이용(회생제동)하기 때문에 내연기관차에 비해 열부하가 작습니다. 하지만 배터리가 완충된 상태나 N단에서는 회생제동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브레이크 시스템을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회생제동 시스템은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의 마모율도 줄여줍니다. 따라서 디스크 및 패드의 두께를 줄이는 방향으로 브레이크 사이즈에 대한 최적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능과 감성 모두 고려한 브레이크


현대차그룹의 최신 모델은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브레이크 모드도 바꿀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동 성능이 전부가 아닙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운전자가 느끼는 제동 감각과 같이 감성적인 면과 주행 성능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제동 감각은 마스터 실린더&부스터와 통합형 전동부스터를 조율해 구현합니다. 하지만 모델의 특성에 따라 부품이 달라지기도 하죠. 


이와 관련해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제동시험팀 김귀철 책임연구원은 ‘브레이크 시스템의 목표와 지향점은 모델마다 다르며, 이에 맞춰 조율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모드에 따라 제동 감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가령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제동 감각도 스포티하게 바뀝니다. 튜닝에 따라 일반적인 제동도, 스포티한 제동도 가능한 것이죠.” 



고성능 전기차 기아 EV6 GT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고감속’ 영역까지 회생제동을 사용합니다. 서킷 주행과 같은 가혹 조건에서 전비를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아 EV6와 EV6 GT의 경우 동력 성능에 맞춰 브레이크 시스템의 성능이 결정됐습니다. 예컨대 EV6 GT는 고감속 영역까지 회생제동을 사용합니다. 이는 서킷 주행과 같은 가혹 조건에서 전비를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한편, 과거의 전기차와 지금의 전기차는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의 느낌도 달라졌습니다. 통합형 전동부스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개선한 덕분에 제동 감각이 한층 자연스러워진 것입니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무게 감소도 승차감을 바꾸는 데 기여합니다. 현대차가 개발한 하이브리드(주철·알루미늄) 소재의 브레이크 디스크가 대표적입니다. 하이브리드 디스크는 기존 제품보다 가벼워 승차감 개선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디스크는 경량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휠 베어링에 장착되는 해츠 부분은 알루미늄 소재로, 마찰면은 주철 소재로 제작하여 결합한 것이 특징이죠


“하이브리드 디스크의 개발 목적은 경량화였습니다. 디스크의 마찰면은 기존의 주철 소재를 사용하되 휠 베어링에 장착되는 부분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무게를 줄인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디스크는 현재 제네시스 모델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서스펜션의 스프링보다 아래에 위치한 구조물들의 무게(Unsprung mass)*는 승차감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이기에, 하이브리드 디스크를 통해 주행 질감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김영광 책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Unsprung mass : 스프링 하질량, 가벼울수록 노면 추종성과 승차감이 향상됨




브레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성능, ‘신뢰성’


주행 중 브레이크는 다양한 극한 상황에 노출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성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브레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뢰성입니다. 차량의 안전에 직결되는 부품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세계의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성능과 내구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혹한, 혹서 등 극한 기후 외에도 모래, 진흙 등 험로를 달릴 때도 변함없이 원래의 성능을 내야 하죠. 


게다가 최신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어설계 영역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ABS, ESC와 같은 차량 자세 제어 기능 외에도 자율주행, 주차 보조,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 등 다양한 기능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각 기능에서 요구하는 목표를 정확히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최신 브레이크 시스템은 자율주행, 주차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상당수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브레이크 개발은 신차 개발 프로젝트와 상당 부분을 함께 합니다. 신차의 중량, 구동계, 제동 목표가 결정되면 차량의 구조에 맞게 여러 부품을 설계하고, 협조 제어 수행을 위해 제어기 개발을 진행합니다. 이후 개발단계에 맞춰 성능시험과 품질확인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부서와 함께 문제점을 찾고 개선합니다. 좋은 차는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좋은 차는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브레이크 또한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개선과 시험을 통해 완성됩니다


김영광 책임연구원은 브레이크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품질’이라고 말합니다. 브레이크 개발 단계에선 원인 모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해결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브레이크 유압 라인에 브레이크액을 넣는 과정에서 고민했습니다. 브레이크 유압 라인에 공기가 유입되면 제동 감각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전자제어유압장치(HECU)는 내부의 유로가 좁고 복잡해 공기 제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입과정에서 여러 작동 패턴을 시도해야만 했습니다. 최근에는 품질 개선을 위해 새로운 브레이크액 주입 패턴을 적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경험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영광 책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지금의 거리를 누비는 자동차의 브레이크에는 모두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담겨있습니다


김귀철 책임연구원의 소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머리를 싸매고 궁리한 아이디어가 자동차에 반영될 때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여러 시스템 부문과 협조해 좋은 결과를 이뤘을 때는 함께 노력한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출시된 전용 전기차에는 다양한 회생제동 관련 제어 전략이 반영됐습니다. 이처럼 모두의 아이디어와 열정을 담아 양산되는 자동차를 볼 때 큰 기쁨을 느낍니다.” 




미래의 브레이크는 어떤 모습일까?


전기차의 듀얼모터 회생제동 협조 제어 기능은 효율성과 안정성을 모두 극대화합니다


최신 브레이크 트렌드는 회생제동 등 전기차와 관련된 기술입니다. 전기차의 듀얼 모터 회생제동 협조 제어 기술이 좋은 예입니다. 정해진 제동력 내에서 유압제동과 회생제동의 비율을 조절하고, 회생제동의 앞바퀴와 뒷바퀴 제동력을 배분하는 것입니다. 이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제동 시 차량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장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압 브레이크 시스템 고장 상황에서 회생제동이 제동력을 보완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현대차그룹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빌리티 트렌드에 발맞춰 관련 기술을 발전시켜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은 고장 상황에서도 제대로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자율주행 제어기 또는 제동 시스템의 고장 상황에서도 자동차가 제대로 멈추어 설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는 4개의 모터가 적용된 자율주행 차량의 회생제동 협조 제어 기술을 선행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동 시 전후 배분 비율만이 아닌, 좌우 배분 비율도 제어할 수 있는 것으로, 듀얼 모터 회생제동 협조 기술과 마찬가지로 전비 향상 및 제동 시 차량 안정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먼 미래에는 브레이크액을 사용하지 않고 각 바퀴의 제동력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친환경 전동 브레이크도 등장할 것입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글로벌 자동차 전문가로부터 우수한 브레이크 성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가속하면서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정확하게 멈출 수 있도록 브레이크 성능을 강화해왔습니다. 이런 노력은 주행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외 주요 언론 매체들이 현대차그룹의 우수한 브레이크 성능에 주목하면서 그 성과가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가 독일의 유명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자이퉁(Auto Zeitung)>의 전기차 비교 평가에서 냉간 및 열간 제동거리 측정 모두에서 34m를 기록하며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기아 EV6는 깐깐하기로 유명한 유럽 자동차 매체의 전기차 비교 평가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제동 성능을 기록했습니다


비교 대상인 BMW iX3와 아우디 Q4 e-트론 모두 제동거리 35m를 넘겼을 뿐만 아니라 냉간 및 열간 시 측정값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아이오닉 5의 우수성이 더욱 돋보였죠. 기아 EV6 역시 유럽의 유명 자동차 매체 <카와우(Carwow)>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uto Motor und Sport)>가 진행한 전기 SUV 비교 평가에서 경쟁 모델을 압도했고, 심사위원들은 그 비결 중 하나로 ‘강력한 제동 성능’을 꼽았습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자율주행 등의 거센 물결 속에서도 달리고, 돌고, 멈추는 자동차의 기본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자동차가 다양한 변화를 겪더라도 주행에 대한 본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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