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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May 17. 2023

01. 비개발이라 아쉽지만 서럽진 않습니다

7년 차 CX 매니저의 일 이야기 들어보실라우...

그냥 기록차 뭐라도 써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해서 하나씩 써보려고 한다. 근데 이런 걸 브런치에 써도 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남들보다 일을 조금 일찍 시작한 약 7년 차, 직군은 CX 매니저. 

IT 스타트업 쪽에서 업무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M님은 왜 개발 안 배우셨어요? 요즘엔 다들 개발하던데.'이다. 


그러게. 나는 왜 개발을 안 했지?

최근 들어서 더더욱 자주 듣고 있는 이야기라 여러 가지를 고민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컴퓨터랑 이야기하는 것보단 사람이랑 이야기를 하는 게 낫다 싶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CX는 재밌다. 그냥 내 직군이라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내 기준 흥미롭지 못한 일은 손에 오래 쥐고 있지 못한다. 흔히들 퉁치는 이야기로 '사람에 치이는 일을 어떻게 즐겁게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주변 지인들이 있는데 우선 나는 이 일을 하면서 고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은 없다. (그냥 우리 엄마가 휴대폰을 붙잡고 카카오톡 QR코드를 어떻게 바로 띄울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생각하고 일하는 편이다.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보통 어떻게 해야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니까.)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CS적 모범 답안은 '해결해 준다'이다. 


그렇지만, CX는(적어도 이 직군에 애정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게... 이 고객은 왜 이 부분에서 화가 났을까? 나는 잘 모르겠는데. 이게 불편할 수 있나?'의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해당 고객이 도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해당 고객이 전달해 준 상황 중 일치하는 경우를 확인한 후, 

정확한 문제 해결 방법과, 

이걸 좀 더 쉽게(이 고객이 화가 났다면 다른 고객도 동일한 일을 겪을 수 있으니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도록 제품팀 개발을 위한 베이스 의견을 전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비슷한 현상을 겪은 고객들의 의견을 모아 제품 개발의 중요도를 설정하는 데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고, 

제품 기능 개선 과정 중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크리티컬 한 경우를 예상하여 보안점을 전달한 뒤,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 맞는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일이다. 


사용자의 직접적인 목소리(VOC)를 수집해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제품 기능에 대한 회사와 사용자 간의 격차를 줄여 나가며 더 나은 사용성을 제공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직군인 것이다. 재밌지 않나요? 일단 전 재밌습니다. 전 이렇게 일하니까요...


그래서, CX는 그로스 해킹적 업무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고객의 취향(사용 행태)을 파악하고, 더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접근해 최고의 사용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제품과 사용자 간의 갭을 조율해 나가는,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 것이다. 삼국지의 제갈공명 같은 사람들! 업무 능력이 향상될수록 개발팀과의 매끄러운 협업도 할 수 있게 되고, 비즈니스 조직과도 긴밀하게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면, '왜 개발을 하지 않으시나요?'라는 질문은 처음부터 잘못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CX 직군은 서비스와 가장 밀접한, 최전선에서 고객 경험을 개발하는 사람들이다. 사용 툴이 다르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로와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지 큰 범위 내에서는 다르지 않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는 말은 늘 동일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기에. 그렇지만 종종 서럽긴 하다. 내가 못 쓰는 툴, 익숙하지 않은 툴로 데이터를 능숙하게 보는 그들이 너무나도 부럽기에......  

아쉬운 소리 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다양한 툴도 익혀야 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직군이니까.


그래도 결론은 재밌어서 한다는 거다. 사람의 수는 많고, 생각도 다 제각각이다. 그 가운데에서 큰 그림을 짜고, 최고의 사용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CX 직군이란 얼마나 매력적인가? 브런치 연재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되면 7년 차로서 이것저것 해온 것들, 앞으로 해 나가려는 것들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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