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망 Sep 08. 2022

한국어를 배우는 프랑스 엄마들

나는 지금 한국어를 프랑스에서 가르치고 있다. 처음에 수업을 시작할 때에는 K pop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10대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10대들은 춤이나 노래에 관심이 더 많고 아직 학생들이기에 오히려 한국어를 '공부'하는 데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걸 알았다. 관심은 많지만 공부까지 연결되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학생들이 등장했으니, 바로 프랑스 엄마들이었다. 자녀들 덕분에 K pop에 익숙해지고 K drama까지 보게 된 케이스들도 있지만,  그냥 본인이 혼자 한국 드라마를 발견하고 혼자 한국음식을 해 먹고 한국이 너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는 케이스도 있다. 나이대도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아이 3명을 키우며 본인의 취미생활을 행복하게 즐기는 엄마도 있다.


내 학생들 중 프랑스 엄마들은 모두들 굉장히 열정적으로 너무 신나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 늘 스트레스였던 한국사회에서 살아온 나에게 이렇게 행복하게 언어를 배우는 프랑스 엄마들을 보면 나까지 정말 행복해진다.  


아이들 중 K pop과 K drama를 좋아하는 중학생 딸이 있는 E는 딸이랑 같이 노래도 찾아서 듣고, 드라마도 보고, 집에서 떡볶이도 해먹기도 한다. -처음에 E는 자기는 딸이 BTS의 광팬이라 BTS를 너무 지겹게 많이 들어서 BTS는 안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본인이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 OST가 BTS의 노래라는 사실을 알고 이제는 자기도 BTS를 좋아하는 거로 인정하기로 했다 -


또 본인이 먼저 한국을 좋아하기 시작해서 온 가족이 한국을 좋아하게 된 K는 매년 한국으로 가족여행을 하고, 딸, 아들과 함께 파리에서 BTS콘서트도 다녀왔다. K의 최애는 지민이다. 이렇게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이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는 취미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물론 자녀들이 한국에 관심이 별로 없는 V와 J는 김치도 '나'자신을 위해 혼자서 해 먹기도 하고, K drama도 혼자 아보고 '나'자신을 위한 온전한 취미로써 한국어를 즐기고 있다.


다른 나라의 '언어'는 학교의 점수를 따기 위해,  아니면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는데 익숙한 한국사회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처음에 파리에서 불어 어학원을 다닐 때, 우리 반에 브라질에서 오신 60대 부부가 있었다. 프랑스에 놀러 와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프랑스를 더 잘 느끼기 위해 불어를 공부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한두 달 정도 수업을 같이 했는데 얼마나 열정적이신지 정말 멋진 부부였다.


 한국사회도 이제 변화하고 있으니, 스펙이나 점수와 상관없이,  나이나 결혼 여부나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취미생활을 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이케아에서 만난 프랑스 소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