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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Apr 24. 2024

얀 마텔 101통의 문학편지/얀 마텔 지음/작가정신

 -외로울 땐 독서



 『파이 이야기』로 유명한 얀 마텔이 스티븐 하퍼 전前 캐나다 수상에게 보낸 편지 묶음 집. 그는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수상에게 책과 편지를 보냈다.

 그는 수상에게 추천한 책 읽기를 권유하며 수상과 얀 마텔 둘 만의 독서클럽을 4년간이나 일방적으로 이끌어 갔다. 그는 수상으로부터 직접 한 번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가끔 수상보좌관이나 문서담당관에게 답장을 받았을 뿐이다.

 답장 없는 편지를 4년간이나 계속 보낸 얀 마텔이나, 한 번도 직접 답장을 하지 않았던 스티븐 하퍼 전 수상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얀 마텔은 편지에서 예술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특히 문학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역설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말들을 옮겨본다.



 예술은 물이다. 인간은 항상 물 가까이에서 살아간다. 마시고, 씻고, 성장하기 위해서 물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물놀이를 하고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뱃놀이를 하며 즐거움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하찮은 것부터 본질적인 것까지 온갖 형태로 구현된 예술과도 항상 가까이 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정서는 메말라버릴 것이다. (36쪽)



 시시한 작품부터 훌륭한 고전까지 어떤 책이든 우리에게 다른 삶을 살게 해주며, 다른 이의 지혜와 어리석음을 가르쳐줍니다. 어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가공되지 않은 지식-가령 총의 이름-을 얻거나 깊은 깨달음을 얻어 더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삶의 가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현실이나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얻어 넓혀지지 않은 삶, 오직 자기 자신의 한정된 삶만을 사는 사람만큼 애처롭고 위험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116쪽)



 우리가 미래에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미래도 다양한 얼굴을 띨 수 있겠지요. 역사적 사건에서 필연성이란 없습니다. 우리가 그런 사건이 일어나도록 허락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도 먼저 꿈을 꾸어야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역할을 위해 시인이 필요한 것입니다. (126쪽)



 책은 요정이 들어 있는 병입니다. 책을 문지르고 열면, 우리 마음을 빼앗는 요정이 뛰쳐나옵니다. 요정이 있는 병을 갖고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정말 흥분되지 않습니까. (197쪽)


 일과 가족과 성격이 낯선 곳을 찾아가는 기회를 가로막습니다. 그래서 책이 필요합니다. 적절한 책을 선택해서 읽는다면 거친 산야와 싸워야 하는 배낭여행족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기 발로 직접 여행하든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행하든 우리는 여행을 통해 어떤 공간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풍자나 비방과는 상관없이 인간은 저마다의 개성을 보여줍니다. (222쪽)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위대한 책은 독자로 하여금 세상을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책을 읽는 순간에는 겉보기에 세상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 같지만, 책을 덮고 나면 세상을 더 명철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요컨대 책은 세상을 더 날카롭게 관찰하는 눈을 독자에게 줄 수 있어야 합니다. (300쪽)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들은 지우개와 비슷해집니다. 앞으로 끝없이 나아가지만 그들이 지나온 길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합니다. (6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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