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처음 일기를 쓴 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어서였다. 흔적 없이 사라진 하루들이 쌓여서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됐다. 계절이 바뀌고 나이를 먹었다. 인쇄가 잘못된 책처럼 인생의 페이지가 듬성듬성 비어버린 기분이었다. 그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일기를 쓰자, 기억을 기록으로 바꾸자. 기록이 다시 기억이 될 수 있도록.(16쪽)
나는 살고 싶기 때문에 내 손과 감정과 머리를 써서 일을 하고 싶다. 정원이 있는 조그만 집과 잔디와 동물과 책과 그림과 음악이 필요하다. 이런 환경에서 글을 쓰며 살고 싶다(나는 마부에 대한 글을 쓸 줄 모르지만 그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미있게 열중해서 사는, (생활에 뿌리를 박고) 배우려고 하며, 알려고 욕망하며, 느끼며, 생각하며, 행동하는 생활을 나는 원한다. 그것뿐이다. 이것이 내가 해야 하는 것이다. (2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