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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Jun 26. 2024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손웅정 /  난><다

  -외로울 땐 독서



 저자 손웅정은 손흥민의 아버지다. 그는 유소년 축구 교육 센터 ‘손축구아카데미’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은 손웅정이 김민정 시인과 출판사 난다의 유성원 차장과 나눈 방담을 엮은 것이다.

 책에는 그의 인생관과 교육관이 잘 드러나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는 축구선수였는데 독서의 중요성을 유별나게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운동선수는 책을 잘 읽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에 일침을 가했다. 현재 그의 철학이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독서가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김민정 신인과 대담하면서도 계속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인용했다. 그의 독서력이 상당했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는 지난 십오 년 동안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쓰는 일이 일상화된 루틴이었다고 했다. 그 점이 놀라웠다.

 아래는 그의 ‘독서 노트’에서 옮겨본 글들인데, 그의 인생관이 잘 드러나 있는 듯하다.



 ◯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장이다.

 성장을 위해 매일매일 노력한다면

 우리는 매일매일 자랄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장할 수 없다면

 그건 우리 앞에 우리의 관이 놓였을 때다.

 죽음만이 성장을 누를 수 있다.

 그러니 딱 한 번만 더 해보자, 하는

 성장의 말을 매일매일 반복하자.

 할 수 있을 때 실컷 반복하자.

 우리가 우리에게 매일매일

 기회를 주자.

 우리가 우리에게 매일매일 

 용기를 주자.


 ◯

 읽은 것을 기억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이

 아주 정확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독서 노트는 내가 읽고 쓴 것을

 내 몸이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노트가 아니라

 내 몸에 글씨를 쓰는 일이다.



 반복하여 읽는 일은 지루할 수 있다.

 반복하여 쓰는 일도 지겨울 수 있다.

 이 반복을 왜 반복하고 있는지

 그 비밀을 찾아내면 성공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재능은 이 비밀을 일컫는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강박적이라고 할 만큼 엄격했다. 그것이 타고난 천성인지 독서의 영향인지 잘 모르겠다. 둘 다가 결합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대담 중에 자연스럽게 그의 교육관도 드러났다.


 만약에 내 아이가 학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그러면요?

 이런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일단 잘잘못을 정확히 따지겠지요. 그리고 사과할 거 분명히 하고, 해결할 거 확실히 하고, 그다음에 아주 엄하게 혼쭐을 내겠지요. 이때 가늠해야 할 건 아이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정도의 지나친 폭행이나 폭언은 삼가야 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이 평생 새겨질 만한 매와 말은 피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 경계를 따져야 하는 건 내 아이도 결국, 아이니까요. 그 일로 아이를 매사 주저주저하지 않게, 턱없이 우유부단해지지 않게, 그 정도라는 가늠이 부모의 역량을 드러나게 하는 대목 같아요. 그런데도 아이가 지속적으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그럴 땐 고쳐질 때까지, 예컨대 애 데리고 가서 상대 아이 앞에 무릎 꿇는 거예요. 우리 아버지 자존심을 내가 아는데 나로 인해 우리 아버지 자존심이 땅에 꿇렸구나. 아이의 마음이 땅에 닿는 데까지 반복 또 반복, 반복해야 하는 거예요.(51~52쪽)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에 오늘날의 손흥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다룬 대담에서 저자가 한 인상적이었던 말을 옮기며 글을 맺는다.



 결국 불편함은 노력이에요. 내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불편함이 지속된다는 건 한편으로는 내 몸에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처음에 그 노력은 한 사람의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부터는 그 한 사람을 만들지요. 습관이라는 건 처음에는 얄팍한 거미줄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강철 같은 쇠줄이 되지요. (20쪽)



 유년에 시작한 공부는 막 솟아오른 아침 태양처럼 창창하고, 중년에 시작한 공부는 정오에 내리쬐는 태양처럼 반나절밖에 그 빛을 낼 수 없으나 무척이나 강렬하고, 노년에 시작한 공부는 촛불과 같아서 태양과 견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앞을 못 보고 헤매는 것보다야 천 배는 낫다. (79쪽)



나의 장점은 매일같이 늘어날 거예요. 왜? 나의 노력이 매일같이 반복될 거니까요. 나의 강점은 매일같이 커질 거예요. 왜? 나의 꿈이 매일같이 자랄 거니까요. 성공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얻는 일이고, 행복은 내가 얻은 것을 누리는 일이라고 그랬어요.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고 제 발밑에서 키우라는 말도 있잖아요. 행복은 이렇게 단순한 거예요. 아무 조건도 이유도 없이 내 곁에서 내가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내 행복이라고요.(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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