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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Jul 03. 2024

퇴사하겠습니다/이나가키 에미코 지음/엘리

 -외로울 땐 독서



 책날개에,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의 현재 직함은 자유인, 미니멀리스트로 소개되었다.

 그녀는 전직 아사히 신문사 기자였다. 그녀는 한번 들어가면 좀체 나오지 않는다는 그곳에서 29년간 근무하고 자진 퇴사했다. 그녀는 자신이 퇴사한 구체적인 이유는 자기 자신도 자세히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어느 날 갑자기 퇴사한 것은 아니었고 나름대로 숙고의 시간을 가진 후 결정했을 것이다. 그녀가 결혼 안 한 싱글이어서 그런 결정을 조금 더 쉽게 했을 수는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그녀는 퇴직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니멀리스트로서, 물질로부터의 자유,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월급으로부터의 자유를 지향하고, 상쾌한 인생을 꿈꾼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사람, 그리고 평생 회사에 매달려 살고 싶은 사람. 이 책이 그 모든 사람들에게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자신의 하루하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21쪽)


 그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와 노동의 의미, 그리고 욕망이라는 것이 인간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 가에 대해 깊이 천착했다.


 그녀는 38세에 시코쿠 가가와 현 다카마쓰 총국 데스크로 이동 발령을 받았다. 그곳은 좌천의 기분이 드는 시골 근무였다. 그녀는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시골 생활의 즐거움에 점점 빠져 들었다. 그곳에서 돈 없이도 가능한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이 나중의 퇴직 결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


 돈이 없어도 즐거운 일, 오히려 돈이 없는 편이 즐거운 일도 세상에는 있다는 걸 깨닫자, 그때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월급을 펑펑 쓰면서 호사를 누려보자’라는 마음이 자연히 어디론가 날아가고, 그런 것 따위 안중에 없게 됐습니다. (83쪽)


 그녀는 도시에서의 사치스러운 생활이 궁극적으로는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생활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했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회사에 취직해야 하고 또 더 많은 봉급을 받기 위해서는 진급을 해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했다. 열심히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해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돈이 없어도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굳이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일하는 것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았다.


 일이란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돈을 받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그것은 놀이와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지해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일은 재미있습니다. 고생이 된다고 해서,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도망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성취감도 느끼고, 동료도 생기고, 인간관계도 넓어집니다. 도와준 사람에게서 도움도 받습니다. 그 모든 것이, 놀이만으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정말 일이란 멋진 것입니다. 돈을 지불해서라고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라 멈출 수가 없습니다. (187~188쪽)


 회사에서 일할 때도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하면 돈에 얽매이지 않게 되고, 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할 때 퇴사하고 나서도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의 노예로 일하지 않고 성취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각성을 하자 그녀는 큰 고민 없이 퇴사할 수 있었다.


 퇴사 후, 그녀는 회사의 보호막으로부터 분리되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느꼈지만 극복할 수 있었다. 나름대로의 확고한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돈이 없으니 절약하는 생활에 들어갔는데, 그녀는 오히려 돈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꼈다고 한다.


 무언가를 없애면 거기에 아무것도 없게 되는 게 아니라, 그곳에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납니다. 그것은 원래 거기에 있었지만 무언가가 있음으로 인해 보이지 않았던, 혹은 보려고 하지 않았던 세계입니다. 그리고요, 그 별세계의 매력이 상당해요.
‘없다’는 것 속에 실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나는 여태 애써 ‘있는’ 세계를 추구해왔습니다. ‘있는’것이 풍요로운 것이라고 믿고, 그걸 위해 일하고 열심히 돈을 벌어왔습니다. 하지만 ‘없는’ 것에 풍요로움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걸 깨닫기 시작하면서 나는 전자제품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102~103쪽)


-‘없다’는 것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다니! 참 역설적인 발견이다. 그러나 그 말에 진실이 있는 것 같다. 본인이 직접 체험한 일이니까 말이다. 현대인은 결핍을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결핍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은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모두가 필요한 것들을 손에 넣고 난 후에는 어떻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 승패를 가르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필요하지 않은 것을 필요하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있으면 편리하다’는, 그것 말입니다. ‘있으면 편리한’ 것들은 의외로 쉽게 ‘없으면 불편한’ 게 되어버립니다. 그 결과, 경제성장에 휘말린 사람들은 점점 물건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됩니다. (165쪽)


 -자본주의 사회는 끝없는 소비가 동력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있으면 편리할 것 같은’ 물건들이 결국은 없으면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기업은 사람들에게 과소비를 부추기고 사람들은 소비의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끊임없는 과소비는 엄청난 쓰레기를 방출하고 지구를 병들어가게 하고 있다.



 그녀가 준 가장 큰 교훈은 욕심을 버리는 일, 아니 더 나아가서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다. 결국 그 자유야말로 사람들이 진정으로 찾고자 했던 ‘행복’이 아닐까.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런 내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였습니다.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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