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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 Aug 07. 2024

편애하는 리더십

장교 되면 첫 번째로 배우는 거라는데

"○○이는 날아다니는데 네 이름은 안 들린다"


나와 같은 시기 서로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 한 동기 A에게 B부장이 저녁자리에서 한 말이다. 동기 둘을 경쟁 구도로 놓고 비교하는 시각과 발언은 특히 B부장이 심했다.


그 여파로 착하디 착했던 동기 A에게 견제(?) 당하게 됐다. 분명 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아는 걸 먼저 알려주던 친구였는데, 좋은 자리가 생기면 나를 배제하고 잘 안 알려주려는 걸 느끼게 됐다. 선배들 앞에선 "내가 뭐뭐 알려줄게!"라고 으스대곤 실제로는 안 알려주는 사례가 반복해서 발생했다.


다음으로는 내가 있던 부서에 동기 C가 인사이동을 왔을 때도. 부장은 "○○이만큼만 하면 된다"고 말했고, 그 동기는 협업하면  시너지가 날만한 일도 협업보단 본인이 두드러질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서로 다른 장점이 뚜렷한 C와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나는 그 기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동기 C에게 은근슬쩍 "우리 부장은 왜 팀원들을 비교하면서 평가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사이가 안 좋아지게 하면 팀에게 부정적인 거 아니냐"며 화해(?)의 손길을 뻗어봤다.


진심으로 부장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 나에게 장교 출신인 동기 C는 그 이유를 명쾌히 설명해 줬다. 그가 장교가 된 뒤 선배가 처음으로 해 준 조언은 "병사들 무리에 가서 한 명만 집어서 대놓고 칭찬해라. 그 한 명이 누구인지는 상관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머지 병사들도 칭찬을 받기 위해 상관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렇게 리더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부작용은 처음 칭찬받은 병사가 은근한 견제 또는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외의 부작용도 있다. 내가 지금 느껴보니 알겠다. 상대적으로 덜 편애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상부 눈에 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다 놓고 포기하게 된다. 번아웃이 쉽고 갑작스레 빠르게 온다.


내가 가진 능력치에 더해 내가 부족한 사회생활까지 만렙인 후배가 한 명 들어왔다. 부장이 엄청 좋아했다. 술자리에 매번 데려가더니, 업무와 기회를 그 친구에게 몰아서 줬다. 나는 사회생활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노력하다가 점점 지치게 됐다. 장점을 키우기도 바쁜데 단점을 커버하려니 뱁새가 가랑이 찢어지는 격이었다. 지금 나는 두 달째 번아웃 상태다. 여행 등의 계획 없이 집에서 쉴 목적으로만 이번달 3일의 휴가를 썼다.


지금 나는 기존에 하던 업무보다도 덜 한다. 원래 담당하던 업무뿐만 아니라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으면 자체적으로 업무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해야 할 것 같은 일도 위에서 먼저 시키지 않으면 굳이 나서지 않는다. 꾸준히 변하지 않고 그렇게 했는데도, 나보다 더 사회생활 잘하는 친구가 오니 성과급까지 줄어든 게 컸다. 술 못 마시는 걸로 성과급까지 깎이다니. 그냥 다 놔버리자. 이렇게 돼버린 것이다.


진실이 아닐 수 있다. 회사가 못 벌어서 모두에게 못 준 것일 수 있지. 하지만... 우리 회사는 오히려 더 많이 벌었다는 걸 생각하면... 그리고 그 친구가 우리 부서에 오기 전 편애받아 본 입장에서 부장에게 "나는 잘하는 사람한테 성과급 몰아줄 거야. 내가 너 예뻐하는 정도는 받아보면 알 거다"라는 말을 들은 뒤 받았던 성과급 규모를 생각하면... 오해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다.


덕분에 몇 년간 놓고 있었던 전직 준비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안주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준 거 같아서 감사한 마음도 든다. 적성에 맞지 않았는데도 꾸역꾸역 해왔는데, 늦지 않은 나이에 다시 노력할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지만... 편애 기법은 당장의 리더십 구축엔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말 안 좋은 기법인 거 같다. 특히나 인정 욕구가 큰 MZ에게는 더욱 부정적이다. 온실 속 화초, 개복치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게 MZ 아니 나인 걸. 이런 MZ 세대들의 특징을 고려한 새로운 리더십 기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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