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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 Aug 23. 2024

안세영 됐다

'맹랑함' 또는 '당당한 용기'

배드민턴계 MZ사태.


파리올림픽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는 배드민턴협회의 낡은 관행을 저격했다.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메달 소감 대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안세영 선수는 무턱대고 지적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낼 만큼 당당해질 때까지 버텼고, 노력했고, 금메달이라는 결과물이 나온 직후 터트렸다.


낡은 관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지적하는 그의 행동은 누군가에게는 '맹랑함'으로, 누군가에게는 '당당한 용기'로 해석된다.


배드민턴계에서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하는 협회장에게 맞서고자, 그보다 윗선인 국민(언론)을 향해 부당함을 고발했다. 그 목소리는 대통령제인 한국에서 가장 꼭대기 권력층인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닿았다.


윤 대통령은 안세영 참석 만찬서 "낡은 관행들은 과감하게 혁신해 청년 세대에게 자유롭고 공정한 훈련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배드민턴협회를 압박하고 있다.


배드민턴과는 전혀 관계없는 우리 회사 임원회의에서도 '안세영 사태'가 언급됐다. MZ세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바라봤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내가 '안세영' 역할을 맡게 된 사건이 있었다.


최근 우리 본부 산하 3개 부서는 정부 사업을 각자 따내는 성과를 냈다. 10시간짜리 회계 관련 교육을 필수로 들은 뒤 이수증을 내야 하는 정부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업무 담당자 2~3명과 재무 담당자 1명으로 팀이 꾸려진다. 세 팀에 공동으로 들어가 있는 재무 담당자 1명이 10시간짜리 교육을 들으면 모든 팀의 교육 의무가 해결된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과거부터 쭉 각 팀의 업무 담당자가 각자 10시간씩 교육을 듣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즉 회사 인건비를 10시간어치만 써도 될 일을 30시간어치 쓰는 셈이다. 회계 관련 업무라서 다른 회사는 재무 담당자가 듣는 내용이기도 하다.


모두가 해당 비효율을 인지하고 있었다. 본부장도 알았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재무부가 소속된 본부장이 우리 본부장보다 선배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을 겪는 와중. 회사 2인자인 부사장에게 개인 연락을 받았다. 내가 최근 낸 성과를 치하하고자 1대 1로 점심을 사주겠다는 연락이다. 이 자리에서 나는 부사장에게 작금의 사태를 알렸다.


부사장은 즉각 임원을 모아두고 본부끼리 잘 조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재무부장이 일개 팀원이자 주니어인 나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1대 1 시비를 걸었다.


최종적으로는 재무 담당자가 해당 교육을 듣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나는 "안세영 됐다"는 말을 들었다.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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