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의 직장 때문에 외국에 살 기회가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밖을 나서면 훅~ 하고 그 나라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부딪히는 사람들과 간단한 눈인사를 하거나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손 인사로 “하이” 하고 말 걸기를 시도함으로 새로운 나라에 한발자국 다가간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지식들은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접 부딪히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그 나라에 대한 낯설음을 익숙함으로 바꾸어 가게 된다.
시장에 가서 물건 값을 깎고, 몇 곡의 유행가를 흥얼거리고, 그 나라 특유의 냄새에 정겨움을 느끼고, 옆집에서 나는 음식 냄새에 군침이 돌 때쯤이면 난 다른 나라로 떠날 짐을 싸야 했다.
2~3년을 주기로 몇 나라를 다니다 보니, 이제는 나만의 살아가는 노하우가 생겼다. 짐을 최소화 할 것, 말을 많이 하지 말 것, 마음을 조금만 풀어놓을 것 등등……내가 아는 것의 20% 정도만 아는 체 해야 편했고, 보여지는 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살아야 했다. 적당한 무관심으로 모든 사물을 보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다 하지 못한 말들은 가슴 저편에 차곡차곡 접어 두어야 했다.
최근 같은 분야에 일을 하는 분으로부터 몇 편의 글과 함께 글 쓰는 모임에 참석해 볼 것을 권유 받았다.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그 분의 글에서 전과 다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아...... 어쩌면 나도 내면에 차곡차곡 묻어 두었던 80%를 풀어 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스토리’.
그 곳에 내 집을 짓고 싶다. 오래 머물 수 있는 마음의 집을 짓고 싶다.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편안하고 소박한 집을 짓고 싶다. 형식과 절차가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찾아가 어색함 없이 쉬다 올 수 있는 그런 집을 짓고 싶다.
보여지는 내 모습에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러움으로 다가갈 수 있어 집, 내면에 접어 두었던 꼬깃꼬깃한 이야기들을 마음껏 풀어 놓을 수 있는 집, 내 나이의 아줌마들이 그렇듯이 앞뒤가 맞지 않는 수다들을 마구 떠들어대도 창피함을 느끼지 않는 그런 집이었음 좋겠다.
나는 브런치 스토리에 대해 잘 모른다. 어떤 특성이 있는지, 어떤 기후인지, 어떤 특유의 냄새가 나는지……여전히 낯설고 다른 나라에서처럼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용기를 내어본다. 최소한의 짐을 챙겨 들고 한 발을 내디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손 인사와 함께 조심스레 말 걸기를 시도해 본다.
“하이, 브런치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