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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색 Mar 04. 2023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영화 9편 짧게 다루기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잘 아는 영화들

1. 에브리바디스 파인

  아내가 죽고 홀로 남은 남자는 각지에 흩어진 자식들의 안부를 물으러 직접 길을 나섭니다. 장성하여 이미 각자의 생활 전선에서 바쁜 삶을 보내는 아이들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남자도 뒤늦게서야 알게 됩니다. 아이들과 자신의 사이엔 늘 아내가 다리 역할을 해주었고 돈독한 관계를 맺기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된 겁니다. 남자는 아이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했고 아이들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기를 바랐습니다. 비록 모든 걸 공유하고 말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이제껏 해온 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것 나름대로 괜찮다고 인정해주어도 큰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모두가 괜찮다면 괜찮은 겁니다.


2. 밀리언달러 베이비

  오래 전 가족과의 연을 끊은 늙은 복싱 코치는 남은 여생을 시니컬하게 보내는 중이었고, 가난한 웨이트리스는 복서로 성공하려는 꿈을 안고 복싱 코치에 눈에 들기만 기다렸습니다. 쉽사리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곤 코치는 여제자를 받아들였고 제자는 나날이 급성장하여 경기마다 연패를 기록합니다. 또 한 번의 승부, 여자가 연전연승의 신화를 쓰려던 순간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됩니다. 전신마비라는 끔찍한 결과를 맞닥뜨린 여자는 가족들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하라는 유서를 독촉받기에 이르고 그녀 곁을 지키는 건 늙은 코치뿐이었습니다. 여자는 코치에게 마지막 부탁을 전합니다. 코치는 여자의 부탁을 들어주고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옵니다. 그에게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삶의 의지와 희망을 품었던 여자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3.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한 번쯤 인생에서 잊히지 않는 특별한 사람을 만날 때가 오곤 합니다. 독특하고 평범하지 않은 말과 행동이지만 어딘가 선명한 자기 색과 신념을 가진 듯 당당하게 표현하는 전학생이 왔습니다. 튀어 보이기를 두려워하는 남자아이는 유별난 행동으로 이목을 끄는 전학생 여자아이를 의도적으로 피합니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 이웃해있는 두 사람의 집 근처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여자아이의 풍부한 상상력과 재미난 입담에 남자아이도 마음이 열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죠. 두 사람만의 비밀 아지트에서 우정 어린 이야기가 깊어만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남자아이는 슬픔과 좌절에 빠집니다. 여자아이의 가족이 비통함을 못이겨 마을을 떠나고 남자아이는 슬픔을 가누지 못합니다. 남자아이를 슬픔에서 구제해준 건 뜻밖에도 매번 놀이에서 따돌렸던 그의 여동생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남몰래 지켜보며 함께 동심의 눈으로 상상의 세계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남자아이는 그의 아지트로 동생을 초대합니다. 끝난 줄만 알았던 두 소년소녀의 이야기는 동생을 통해 새롭게 쓰이기 시작합니다.


4. 하나와 앨리스

  사랑과 우정은 삼각관계 속에서 위기를 맞는다고들 하는데 하나와 앨리스에게도 비슷한 비극이 찾아옵니다. 하나의 짝사랑 성공시키기에 동참해준 앨리스에게 오히려 그 짝사랑 상대가 호감을 표현해버린 것이죠. 하나는 질투에 사로잡히고 앨리스는 이 상황이 난감하기만 합니다. 상대가 꽤 매력적인지라 앨리스와 하나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앨리스는 하나의 질투도, 남자의 호감도 유연하게 넘어갑니다. 남자는 아이같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하나의 진심어린 마음을 알아주었고 하나는 사랑 때문에 바보가 된 자신의 모습이 서글픕니다. 그래도 하나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친구, 앨리스를 잃지 않았습니다. 사랑에 눈이 멀어 못나게 굴어도 비난하지 않고 이해해주는 사람, 하나는 진정한 친구를 얻었습니다.


5. 블루 발렌타인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상주의자이자 이삿짐 센터 직원인 남자는 일을 하다 우연히 마주친 여자에게 한눈에 반해 끊임없이 구애를 하고 두 사람은 곧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사랑은 곧 결혼으로 결실을 맺는데 연애 때와는 달리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른 두 남녀는 서로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잦은 다툼이 발생해 금방 가정이 해체될 위기에 이릅니다. 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열렬히 사랑합니다. 그러나 여자의 현실적인 근심을 덜어주는 데는 역부족입니다. 여자도 남자의 사랑이 변함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생활의 곤궁함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초조함이 커져 갔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불안을 이해 못했고 여자는 남자의 느긋함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사랑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여자는 달아나고 남자는 여자를 놓아줍니다. 푸른 어스름이 지며 두 사람의 마지막을 덮어줍니다. 담담한 이별이란 없었습니다.


6. 동감

  아버지의 첫사랑은 마지막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남자는 우연히 알게 된 낯선 여자의 사랑과 그 사랑의 슬픈 결말까지 지켜보게 됩니다. 그 여자의 사랑을 응원했고 도와주었지만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다른 시간대에 속한 기구한 운명의 인연이었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낯선 여인의 첫사랑 상대임을 알았으나 그 여인은 아버지와 맺어지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소싯적 사진에는 목소리로만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았던 낯선 여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머니의 대학교 친구였습니다. 긴 시간이 흘러 남자는 같은 대학교에 부임한 여교수를 마주치게 됩니다. 남자와 여교수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눈빛만을 서로에게 건넨 뒤 지나쳐갑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그대로 흘려 보내는 것, 남자는 오묘한 경험에서 새로운 감정을 배웁니다.


7. 파수꾼

  인간관계에는 암묵적인 룰과 서열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불만도 항상 공존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서열 중 밑바닥에 속해있기를 좋아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먹잇감이 되기보다는 포식자이기를 바랄 것입니다. 한때는 동등하게 한 무리를 이루었을 친구사이가 조금씩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되고 한 녀석이 늘 다른 녀석의 어깨동무용 팔걸이 역할을 맡게 됩니다. 걸핏하면 무리가 모여 놀 장소로 자기 집을 제공해주어야 하고 비하하는 농담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좋아하는 여자애도 당연히 힘의 중심에 관심을 갖지 서열 꼴찌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그의 불만이 점차 겉으로 표출되자 서열 일등은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감히 같이 놀아준 날 나쁜 사람으로 만들다니, 본인이 못난 것을 탓해야지! 한 무리의 녀석들은 모두 서열 일등에게 동조하고 서열 꼴찌를 대놓고 괴롭히기에 이릅니다. 친구 관계가 완전히 어긋나고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왔을 때 괴롭힘 당한 녀석은 친구를 피해 전학을 가버립니다. 가해자인 녀석은 다시금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기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녀석의 횡포에 무리의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고 그는 혼자가 됩니다. 친구 말고는 낙도 없고 삶의 의미도 없던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제 처음으로 돌아갈 방법은 완전히 사라진 것입니다.


8. 여행자

  아버지 손에 붙들려 온 꼬마 소녀는 처음 온 보육원에서 낯선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돈을 벌면 데리러 오겠다는 말만 철썩같이 믿고 텃세 부리는 언니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아버지를 기다립니다. 부모를 기다리는 여러 아이들과 공동으로 밥을 먹고 예배를 드리고 씻고 자는 생활의 연속, 아이는 슬슬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의심과 믿음으로 보육원 생활에 적응은 더디기만 하고 마음 둘 곳이 없어 아이는 스스로 죽어보려고 합니다. 차가운 구덩이 속에 몸을 누이고 흙으로 손수 자신을 덮어보는데 그만 숨이 막히는 걸 참지 못해 실패합니다. 이미 부모님이 오지 않을 거라 체념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은 양부모가 되어줄 사람이 오기만 기다립니다. 특히나 텃세를 심하게 부렸던 한 언니는 양부모가 한 살이라도 어린 아이를 원한다는 걸 알고 초경인 사실을 숨깁니다. 오랫동안 입양만을 기다린 가장 큰 언니는 결국 입양 대신 식모로 팔려갑니다. 아이는 보육원의 생리를 깨닫게 되고 자신을 단장합니다. 곧 소녀를 맘에 들어하던 외국인 불임 부부가 입양을 결정하여 소녀는 홀로 비행기에 오릅니다. 소녀의 두 눈동자는 두려움의 빛이 역력하게 떠오릅니다.


9. 품행제로

   명색이 학교 짱인데 좋아하는 여자애가 범생이라서 어쩐지 좋아하는 티도 제대로 못내고 주변만 맴돌던 녀석이 있습니다. 오히려 범생인 줄로만 알았던 여자애가 학교 여자 짱에게도 뒤지지 않는 깡으로 덤벼 무사히 사랑에는 성공. 그런데 역시 날라리와 범생이의 만남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조합이었던 건지 계속되는 주변의 훼방과 서로의 오해가 쌓여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유난스러웠던 만남도 잠시, 학교 짱과 범생이는 각자의 라이프 사이클로 복귀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고 둘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회자되는 유명한 학교 전설로 남게 됩니다. 여자애와 친해지려고 관심도 없던 기타 교습소를 찾아간 학교 짱은 나중에 커서 기타 교습소를 차리고, 모범생 여자애는 연구원이 되었다더라며 여전히 동문들 입에 오르내립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학교 짱과 미모의 우등생 사랑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살이 붙고 각색되어 소문만 무성하지만, 둘에게는 잊지 못할 인생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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