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감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불륜 뮤지컬'이라 부르는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이 지난 8월 11일 공연을 시작하여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그러나 이 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 거의 극과 극이다. 대부분의 남성 관객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심지어 ‘아내 혼자 두고 여행가면 안 돼’라는 말까지 나온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디의 다리>는 어쩌다 이런 평을 듣게 되었을까?
지난 7월 23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프레스콜 행사가 열렸었다. 당시 가수 강타씨가 첫 뮤지컬 도전 작품으로 뮤지컬 <매디슨카운티의 다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슈가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초연 당시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던 작품을 불과 1년만에 또다시 재연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더욱 취재의 관심이 쏠렸다.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간 박은태, 옥주현의 원캐스팅으로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했으나 흥행 성적은 사실상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전석 매진을 자랑하는 두 톱 배우가 원캐스팅으로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소설이 원작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제2의 러브 스토리’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 40여 개국에 번역되어 5천만 부 이상이 팔렸다. 1995년에는 워너브라더스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엇갈린다. 이 작품이 대회 출전을 위해 자녀와 남편이 잠시 여행을 간 사이 아내가 그 지역을 방문한 낯선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러브스토리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스토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뮤지컬에도 그대로 이어져 ‘불륜 뮤지컬’이라는 오해를 낳고 있다.
먼저, 스토리에 관한 부분이다. 아마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스토리가 불편한 관객들은 여자주인공 프란체스카가 한 여성이나 개인보다는 누군가의 아내 또는 어머니였을 것이다. 물론 이들 단어가 모여 그 사람을 의미하지만 적어도 아내와 어머니는 부여된 ‘역할’일 뿐이지 사람 그 자체는 아니다. 극 중 프란체스카는 남자주인공 로버트를 만나면서 그동안 자신이 포기했던 자신의 인생과 꿈에 대해 찾아가게 된다. 즉,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가 사랑에 빠지는 러브스토리 속에 한 여성이 자신의 그동안 놓쳤던 자신이라는 존재를 깨닫고 되찾아가는 과정이 숨겨져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로버트는 뷸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프란체스카가 자신을 존재를 깨닫고 찾을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고 도와주는 인물로 확장시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기존 뮤지컬과는 다른 구성을 시도하여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극의 특성상 두 남녀 간의 조심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사랑을 다루다 보니 가창력이 돋보이는 넘버(음악)나 무대를 장악하는 군무 같은 것들이 없다. 무대 장치도 최소한이다. 배우들 역시 절제된 섬세한 감정 표현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래서 이 뮤지컬에서 선택한 차별화는 바로 ‘디테일’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극중 프란체스카가 요리하는 장면이 유독 많은데, 로버트와 함께 요리를 할 때에는 요리하면서 발생하는 연기부터 디테일한 소리는 물론 심지어 빵 굽는 달콤한 냄새까지 공연장에 나도록 하였다. 즉, 지금껏 늘 해왔던 요리이지만 디테일에 변화를 줌으로써 그 순간만큼은 프란체스카가 로버트를 만나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설레고 행복했을지를 표현하였고,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몰입하고 감정이입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보는 듣는’ 뮤지컬에서 ‘후각’까지 즐기는 뮤지컬로까지 확장시키는 무대 완성도를 선보였다.
주변의 부정적인 평가와 선입견에 아직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감상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두 남녀 간의 금지된 사랑으로만 치부하여 이 뮤지컬을 안 보기에는 넘버나 연기, 무대 구성까지 꽤 잘 짜여진 뮤지컬이라고 말이다. 관전 포인트를 한 여성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둔다면 아마 조금은 덜 불편하게 뮤지컬이란 장르에 집중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