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창작 뮤지컬이라 꺼려지는 당신에게
지난 9일부터 오는 2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프레스콜 행사가 19일에 열렸다. 지창욱, 강하늘, 성규 등 육군에서 주최한 뮤지컬이 아니라면 결코 만나볼 수 없는 최고의 캐스팅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공연 전부터 큰 이슈를 끌었다. 그러나 화려한 캐스팅 뒤에는 육군에서 주최하여 만들어진 4번째 창작 뮤지컬이자 앞서 공연된 3개의 뮤지컬들이 그렇게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점, 항일 독립 전쟁의 이야기를 다뤄 주제가 무겁다는 점 등이 이 뮤지컬의 허들이 존재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흥무관학교를 볼 만한 이유, 아니 봐야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는 1910년 서간도 지역에 항일 독립운동 기지로 설립된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1907년부터 1920년까지 경술국치 전후의 혼란과 격변을 다루고 있지만 당시의 ‘역사적 사건’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혼란과 격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또한 그 인물들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웅적 인물이 아닌 사람들이 기억은 못하지만 그때 그 시대를 살아갔던 평범한 청년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당시 기록과 이름을 남기지 않아 기억할 수 없는 청춘이지만 그 시대를 만들어갔던 사람들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특정 한 인물에게 집중되어 전개되지 않고 ‘동규’, ‘팔도’, ‘나팔’, ‘혜란’란 네 명의 캐릭터 모두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스토리가 진행된다. 작품 속 캐릭터들의 드라마를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스토리 전개는 관객들로 하여금 항일투쟁이나 독립운동이라는 주제의 무거운 마음을 한 켠에 내려놓고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과 의미에 대해 빠져들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비록 어두웠던 지난 과거를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작품의 분위기만큼은 전혀 어둡지 않다. 내용이 무겁고 슬프지 않을까 또는 억지로 애국심을 자극하지 내용이 않을까 하여 꺼리고 있다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없다.
<신흥무관학교>는 공연 계에서 이미 인정받은 이희준 작가와 김동연 연출가가 각각 작가와 연출을 맡으면서 창작 뮤지컬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를 날려버린다. 또한 육군 창작 뮤지컬인 만큼 화려한 액션과 무술, 군무 등을 선보인다. 서정주 무술감독은 사람들이 전쟁 뮤지컬에 기대하는 바를 채우기 위해 무대 공간의 특성과 동선, 스피드, 캐릭터의 성격 등의 모든 방면을 세심하게 고려한 것을 물론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는 부분까지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는 약간은 귀여우면서도 코믹한 장면으로 연출하는 것으로 풀어냈다. 이러한 탓에 뮤지컬의 전반적인 어조가 유쾌하면서도 훈훈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신흥무관학교에서는 대부분 가사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이 전달되도록 장치를 해 두었기 때문에 음악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창작 뮤지컬 음악의 경우 귀에 익지 않는 멜로디로 감정 이입에 방해가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운드 디자인 및 편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처음 듣는 넘버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와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 극에 빠져들도록 하였다.
육군 창작 뮤지컬이란 이유만으로 <신흥무관학교>를 외면한 분들이 있다면, 꼭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비록 유명한 배우들이 원 캐스팅되어 주목은 받았으나 아무리 배우의 연기가 보장된다고 해도 뮤지컬 본연의 스토리와 구성요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