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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없는 노력은 어디로 가는가

10대, 20대의 치열함의 종착지가 '그냥 직장인'인 줄이야.

by 양유정

나는 주어진 것들을 전부 다 잘하고 싶은 학생이었다.


10대에는 수능 공부뿐 아니라, 입시와 전혀 관련 없는 과목까지 소홀해하지 않았고, 학생회나 방송부 등 다른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대에도 마찬가지. 대학생 때는 학업부터 대외활동, 아르바이트까지 주말도 없이 24시간을 꽉 채웠고, 취업한 후에도 계속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친구들은 나를 보며 독하다고 했지만, 나는 더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 걸음이라도 더 앞서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치열하게 살다 보면, 운명이 나를 좋은 종착지에 데려다줄 거라고 생각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쯤 도착해 있을까?


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삶도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끊임없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이런 보통의 30대를 살고자 그토록 치열했는가?' 자꾸만 허무한 마음이 든다.


나의 삶은 이렇다. 매일 아침 눈을 떠 당연하다는 듯이 출근해 업무 계획을 세운다. 오전 업무, 오후 업무, 야근... 각 업무를 치열하게 처리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가 주말엔 밀린 운동을 한다. 그러다가 월급날이 되면 적당히 만족한다. 일을 열심히 했고, 밥벌이도 잘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합리화로 또 인생을 흘려보낸다.


아무것도 꿈꾸지 않는 일상의 반복. 눈앞에 주어진 업무는 여전히 치열하게 하지만, 그 '열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는 선뜻 설명하지 못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방향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앞으로 달리기만 해온 셈이다. 그러니 어딜 다다랐어도 공허했을 터. 목적 없이 달린 사람에게 도착지는 늘 허무한 법이다.


세상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주어지는 곳이 아니다. 방향을 제대로 설정한 사람이야 말로 시간은 더 걸릴지언정 필연적인 보상이 크게 돌아간다. 그러니 우선 커다란 지도를 펼쳐놓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야 한다. 물론 막막하다. 목적지를 새로 설정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한참을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


지금도 눈앞에 주어진 일들을 다 잘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조차 설명할 수 없는 삶을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성실하게 노를 저어도 그 방향이 엉뚱하다면 결코 육지에 도착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내 남은 30대에는 무작정 치열하기보다,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정확하게' 나아가고 싶다. 그것이 요즘 내가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조금은 늦었지만 소중한 진실이다. 이제 더는 '열심히 산다'는 말로 나의 삶을 올려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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